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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삼식이 삼촌 Aug 09. 2024

낚시 같은 인생

지금 생각해도 신기한 일이다.

지난 해 아내가 큰 처남댁에 놀러갔다가 하지도 않던 낚싯대를 좀 달라며 처남에게 얻어왔다.

역시나 낚싯대는 베란다에서 관상용으로 자리한 지 수개월이 넘었고 그러던 어느 가을

“여보? 우리도 낚시 한 번 가 보자”라는 생뚱맞은 말은 후일 엄청난 파급효과를 불러왔다.

공휴일이면 어김없이 아내와 낚시를 다닌 지 6개월이 지났다.

영도로 태종대로 때로는 기장과 가덕도로 발길 닿는 데로 다니고 있다.
대낚시면 어떻고 릴낚시면 어떠며 고등어도 좋고 메가리도 좋고 놀래미도 반갑다.
 
운이 좋은 날은 스무 마리도 잡고 감칠맛 나는 날에는 대여섯 마리도 좋고
그마저 없는 날은 찌라도 폭 잠기는 모습만 봐도 그저 가슴이 설렌다.
보온 도시락에 김이랑 김치랑 고추참치 보너스 까지 얹어서 식사를 하노라면

가슴 탁 트이는 바다와 금빛파도가 더없는 지기이자 하나님이 주신 최고의 선물이다.
 
파도가 드세고, 바람이 강하며, 또 어느 날은 도통 입질이 없다.
물론 넣으면 올라오는 호사스런 날도 간간이 있다.
그 날이 그 날이 아니고 그 때가 그 때도 아니다.
날마다 다르고 오전 오후 다르며 시간 때마다 다르기도 하다.
오전에 안 되면 오후에 잡히겠지, 오늘 아니면 내일은 되겠지,

이번 주 안 되면 다음 주는 잘 되겠지 라는 것을 배운다.
 
살다보면 나이를 먹을수록 자신도 모르게 늘 “다음”을 걱정하는 일이 많다.
가만 돌아보면 우리 삶이란 게 “다음을 기대하는 일”이 아니었던가?
내일을 기대하고 내년을 기대하고 미래를 꿈꾸고 나아가는 것 말이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고? 실망하면 어떤가?
좌절과 실망을 겪지 않으려 기대 없는 삶을 사는 것보다 백배 천배 훌륭한 삶이 아니던가?    
 
낚시가 잘 되건 안되건 눈앞 바다는 어김이 없고 귓가에 파도소리 역시 거짓이 없다.
다 좋을 수 없다. 사람 죽으란 법 없고 진짜 큰 일 인생에 한 두 번이다.
비굴한 삶이란, 하찮은 인간이란 별 게 아니다.
우리는 소풍 같은 삶에 언덕과 비탈을 지나고 있을 뿐이다.
 
아내가 묻는다. “여보? 아이들 다 보내고 나니 기분이 어때요?”
대답 대신 내가 묻는다. “당신은 어때?”
 
“------------------------------- 침  묵”
 
부부 둘 다 말이 없다. 그리고 빙긋이 웃는다.
낚시를 하며 조잘조잘 노래를 부르는 아내의 뒷모습에 삶이 풍성해진다.
 
눈물 날 일 많지만 기도할 수 있는 것,
억울한 일 많으나 주를 위해 참는 것,
내게 주신 작은 힘 나눠주며 사는 삶
이것이 나의 삶의 행복이라오.     


나는 참 복 많은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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