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현미의 노래와 같이 듣는 트로트의 광풍.
"싹 다 갈아엎어주세요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조리 싹 다
싹 다 갈아엎어주세요
나비 하나 날지 않던 나의 가슴에
재개발해주세요"
2019 MBC 연예대상, 공중파에서 하는 가장 큰 규모의 시상식이자 예능인들의 꿈의 무대. 분홍 반짝이를 입고 넓은 모자를 쓴 가수가 철가방에서 나오면서 구성진 노래를 부른다. 노래 가사는 참으로 심플하다 못해 유치하지만 노래를 듣고 있으면 어깨가 들썩여진다. 트로트! 그야말로 지금 대한민국은 트로트 광풍의 시대이다. 올드한 장르라고 여겨졌던 트로트는 어떻게 다시 대세가 되었을까?
https://www.youtube.com/watch?v=idGXXdEXjxc - <시작하는 노래, 주현미 - 짝사랑>
1. 광풍의 시작 - 미스 트롯
처음은 작은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시작된다. TV 조선의 오디션 프로그램 미스 트롯이 그 시작이다. 처음에 필자는 솔직히 당황스러웠다. 물론 필자는 트로트를 매우 좋아하지만, 과연 이게 지금 시대에 먹힐까 하는 의문이 있었다.
역시나, 저런 고민은 정말 오산이었다. 시작과 동시에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우승자인 송가인씨는 단숨에 톱스타 덤에 올랐다. 송가인씨는 오랜 무명의 생활 동안 자신의 내공을 차곡차곡 쌓았고 좋은 기회를 만나 바람을 만난 돛단배처럼 단숨에 탑이 되었다.
그 뒤로 놀면 뭐 하니에서 유산슬이 등장하였다. 유재석의 부캐를 만들어 신인 트로트 가수가 생겨난 것이다. 사람들은 처음에 신선하게 받아들였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대상을 많이 받은 연예인이 신인가수로 데뷔한다니. 상상도 못할 일이다.
물론 유산슬의 성공에는 유재석의 노력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주변의 인물들 또한 너무나도 훌륭한 말 그대로 거장의 면모를 보여준다. 특히 '놀면 뭐하니'중에서 코러스를 쌓고 세션들이 음을 쌓아갈 때는 "와 진짜 작품이구나."이런 생각이 절로 들 정도이니 말이다.
그렇다면 단순히 미디어에서 많이 소비되고, 유명한 연예인이 트로트를 불렀다고 해서 트로트가 지금처럼 남녀노소 즐기는 장르가 된 것일까? 필자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트로트는 그 자체의 맛이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OxgdoP_bOq8 - <주현미, 눈물의 부르스>
2. 트로트 VS 탱고
예전에 한 인터뷰에서 이런 글을 읽은 적이 있다. "트로트에는 한국인의 얼이 들어있습니다." '한국인의 얼' 너무 추상적이어서 어떤 감정인지 짐작도 되지 않았다. 사실 트로트의 대표적인 주제들은 사랑에 대한 이야기들이 많다. 사람을 그리워하고 이별을 아쉬워한다.
그러다 나이가 들면서 트로트를 다시 들으니, 트로트는 대한민국의 역사를 너무나 닮아있었다. 70-80년대의 트로트는 구슬픈 가사들이 많다. 한국은 급격한 경제성장으로 가족의 해체가 일어나는 일이 많았다. 그렇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이별이 많게 되면서 그 슬픈 감정을 노래로 표현했다.
그리고 2000년대 이후의 트로트는 구성진 가락을 그대로 가지고 왔지만, 가사의 내용은 완전히 바뀌었다. 처음 사랑의 통통 튀는 설렘을 표현한 가사들이 많다. 이렇듯 트로트는 우리나라의 얼을 가락으로 잘 표현한 음악 장르이다.
예전에 아르헨티나 부에노스 아이레스를 여행하면서 길거리에서 탱고 음악을 들은 적이 있다. 구슬픈 현악기의 구성과 그 음악에 맞춰서 춤을 추는 사람들, 그렇게 열정적인 분위기에서 필자는 이상하게 트로트가 생각났다.
탱고도 남미로 이주해온 유럽의 노동자들이 현지의 가락과 자신들의 감정을 섞어 현실의 고단함을 피하고자 시작된 것이라고 한다. 사람들은 현실이 힘들면 노래 속에서 위안을 얻는다. 그런 점에서 탱고와 트로트는 많이 닮았다.
가족들을 그리워했던 부둣가의 선원들과 사랑하는 님을 보내면서 뒤돌아 눈물 흘리던 트로트는 그렇게 그 나라 사람들의 상징이 되었고, 이 두 음악 장르는 사람들의 얼을 담았다.
https://www.youtube.com/watch?v=jRskzAG32MI- <주현미, 신사동 그 사람>
3. 그렇다면 왜 주현미인가?
사실 필자가 제일 좋아하는 트로트 가수이다. 꺾기와 간드러짐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을 그리워하는 가사. 그녀의 노래를 듣고 있자면 사랑을 처음 시작할 때의 설렘도 사랑하는 사람을 보낼 때의 슬픔도 함께 느껴진다.
특히 그녀의 노래와 목소리는 상상력을 자극한다. 신사동 그 사람을 듣고 있으면 정말 신사동에서 통행금지 시간 전까지 사랑하는 님을 그리워하는 여자의 모습이 그려진다.
사실 지금의 2030세대들은 통행금지, 보릿고개 이런 시절을 겪어본 적이 없다. 하지만 노래를 통해서 멜로디를 통해서 그 이미지가 그려진다면, 그 노래는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ZWo_2BC8gq4 - <마지막곡, 비 내리는 영동교>
오늘 트로트 한곡 어떠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