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김훈은 어떻게 글을 쓰는가?
내가 그의 이야기를 처음 접했을 때가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도서관 한 군데 새로 나온 신작 코너가 있었는데 유독 제목이 눈에 띄는 에세이집이 있었다. ‘라면을 끓이며…’ 작가는 우리나라에서 소설 좀 좋아한다 하면 누구나 알만한 김훈 작가였다. 김훈….. 김훈이라…… 이분은 역사소설 쓰신 분 아닌가? 근데 책 제목이 라면을 끓이며라니…. 진중한 역사소설만 쓰시는 분 인줄 알았는데 한번 읽어볼까? 그렇게 나는 그 이야기 꾼에게 홀려버리고 말았다. 아마 그 에세이 집은 앉은자리에서 읽어버렸었다.
글을 읽다 보면 대가라고 느껴지는 사람들이 있다. 어느 날 티브이에서 유시민 작가가 했던 말이 기억난다.
“여러분은 연탄재 차지 말아라 그러면 다음에 어떤 말이 생각나세요?”
“저는 기껏해야 길 더러워지니까 차지 말아라 밖에 생각 안나거든요. 근데 안도현 시인은 이렇게 말했어요. 너는 누군가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웠던 사람이 었느냐.”
“그래서 저는 문학적인 글은 못씁니다.”
김훈은 나에게 그런 존재였다. 정말 연습하고 노력하면 사람들이 읽기 편하고 한 번쯤은 친구들에게 보내 줄 만한 글을 쓸 수는 있겠지만 평생 노력해도 저 사람이 쓴 책에 한 부분이라도 쓸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생각하는 김훈 작가에 매력포인트를 소개해보고자 한다.
[기자 출신의 깔끔한 글 솜씨]
김훈 작가는 특별한 이력이 있다. 바로 한겨레 사회부 기자 출신이라는 것이다. 기사의 문체에 대해서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문화부는 대부분 소개해 주는 글이 많기 때문에 이야기를 나누듯이 편한 문체로 책이나 공연을 소개해준다. 그에 반하여 사회부는 사회적 현상에 대한 사실을 전하는 것이 1번이고 그 현상에 대한 의견을 담는 것이 2번이다. 이러한 특성은 그의 글의 확연하게 나타난다.
소설 남한산성에는 병자호란 시기에 남한산성에서 마지막 전투를 하던 인조와 최명길 김상헌의 모습을 보여준다. 우리는 그 시대를 살아보지 않았기 때문에 선조들이 남겨준 기록으로 짐작해 볼 뿐이다. 그러나 김훈의 문장은 간결하면서 날카롭게 그날의 상황을 보여주는 듯하다.
‘성첩 위 총안 앞에서 가리개 없는 군졸들은 눈비에 젖었다. 군졸들의 손가락 마디가 떨어져 나갔고, 손가락이 제대로 붙어 있는 자들도 언 손이 오그라져서 창을 쥐지 못했다.’
전쟁 중인 상황은 간결하게 표현하면서 정작 작가가 집중한 것은 인물에 대한 입장 차이였다. 대한민국 사람이면 국사시간에 한 번쯤은 들어봤을 거대한 사건은 다 버리고 오직 인물에 집중하였다. 그러나 그 이야기가 전혀 이질적이지 않고 마치 그 순간에 자신에 턱 밑에까지 청군을 앞에 둔 추운 날의 비련 한 조정에 서있는 느낌이 든다.
김훈의 글은 기존에 내가 알고 있는 사실이라도 낯설게 만든다. 그렇기 때문에 진부하지 않다. 처음에 언급한 에세이집도 라면을 끓이는 순간은 누구에게나 있지만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은 김훈밖에 없다. 물론 자신의 주장이 강하다 보면 필연적으로 오류가 생기고 그에 반하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의 낯선 시각은 많은 사람들이 사랑하고 앞으로도 문장가라는 말을 들을만한 작가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