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수킴 Feb 12. 2024

쌀뜨물로 요리하는 문화에 대해

ep.01_23/11/21(화)


아내가 해준 김치찌개는 유난히 맛있다. 그런데 어제는 더 특별했다. 그 이유가 궁금해 평소와 다르게 요리한 부분이 있는지 물어보니, 새로 산 쌀로 쌀뜨물을 내어 찌개를 끓였다고 한다.


글과는 관련이 없는 김치찜


이번에 새로 구매한 쌀은 수향미라는 품종인데, 이름 그대로 유난히 향이 좋다. 쌀이 달라지니 쌀 씻은 물이 달라지고, 그 물이 들어간 김치찌개에도 변화를 주었나 보다. 그렇게나 자기주장이 강한 재료(심지어 묵은지)가 들어갔는데도, 맛의 바탕을 미묘하게 바꾸는 쌀뜨물의 존재가 신기했다. 어쩐지 국물이 더 부드럽고 더 고소하게 느껴졌었다.


예전 어머니가 해준 소고기뭇국에 소고기가 너무 적어서, 이거 소가 목욕하고 간 물이냐고 장난 삼아 물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 뒤로 어머니는 소고기를 잔뜩 넣어주시고는 했는데, 그때 민망하고 재밌었던 기억이 있으신지 요즘도 종종 그 이야기를 꺼내신다. 외벌이로 절약하는 생활 습관이 몸에 배어 있으셨던 어머니가 국을 최대한 많이 끓이려 그랬나 보다 싶다.


생각해 보면 쌀뜨물을 각종 요리에 활용하는 우리나라 방식은 조금 특이하다. 어떤 재료를 씻어낸 물까지 다시 요리 재료로 활용하는 방식이 얼마나 있을까? 그런데 또 모르겠다. 요리 레시피의 개수는 전 세계 어머니의 수와 같다는 말이 있는 만큼, 어느 나라의 어머니들이 또 이런 레시피로 요리하고 있을지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