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수킴 Feb 14. 2024

뷔페의 화려한 구성과 이에 미치지 못하는 퀄리티의 조화

ep.02_23/12/3

결혼식 뷔페는 기대보다 못한 경우가 많다. 사실 뷔페라는 특성상 음식 각각의 퀄리티를 모두 높이기는 어려운 게 사실이다. 이번 주말에 방문한 예식장 뷔페가 그랬다.


전날 블로그를 찾아보니 메뉴 구성이 다양하고 음식 하나하나의 완성도가 높아 보였다. 단순히 양념 육회가 나오는 게 아니라, 육회에 낙지 탕탕이가 섞여있고 옆에는 계란 노른자가 따로 준비되어 있는 식이었다. 온면 코너에는 잔치국수 하나만 있는 게 아니라, 마라탕, 샤부샤부 등이 준비되어 있었다. 심지어 주류 코너에는 소주와 맥주는 기본이고, 와인과 막걸리까지 준비되어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모든 메뉴가 전부 평범하거나 그보다 못한 맛이었다. 이렇게까지 구성에 신경을 썼는데, 이렇게나 맛이 평이한 게 이상하게 느껴질 만한 수준이었다. 그런데 뷔페라는 게 사실 그렇다. 하나의 음식을 전문으로 하는 전문점에 비해, 메뉴 각각의 퀄리티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대신 뷔페는 우리에게 선택의 다양성과 포만감이라는 만족감을 준다. 그런데 나이가 드니 다양성과 포만감보다는, 당장 당기는 음식, 조용한 가게 분위기, 만족스러운 맛 등이 더 좋기는 하다. 물론 취향과 선택의 문제다.

점심에 뷔페를 먹고 와서 저녁에 주간 일기를 쓰는데(매주 한 주를 정리하는 주간 일기를 쓰고 있다.) 문득 요즘 내 커리어가 고민이라는 걸 깨달을 수 있었다. 점심에 뷔페를 먹어서 그런가. 내 커리어가 맛있어 보이는 음식들로 가득 찬 뷔페처럼 되어가고 있는 건 아닐까 걱정이 되었다. 겉으로 보아선 맛있어 보이지만 하나하나 먹어보면 실상 그렇지 않은. 진짜 잘하는 음식이 무엇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는. 이제부터라도 바뀌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가게가 가장 잘하는 음식은 무엇인지 알 수 있고, 가게의 콘셉트가 명확히 드러나는. 그러면서 상대방에게 편안함을 주는 가게들처럼.

작가의 이전글 쌀뜨물로 요리하는 문화에 대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