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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수킴 Mar 09. 2024

눈에 띄게 쇠약해진 할머니를 보니

할머니가 낙상으로 고관절을 다치셨다. 다행히 엄마와 함께 지내고 있는터라 바로 집 근처 백병원으로 입원을 하셨고 지난주에 수술을 잘 마치셨다. 시간을 내서 병문안을 가니, 그렇게나 억척스럽던 우리 할머니가 너무나도 순하게 앉아 두유를 마시고 계셨다. 두유를 손에 쥐어주며 엄마는 또 울었다. 측은한 마음, 속상한 마음, 그 언저리의 어떤 마음들이 들었는데, 그게 할머니를 향한 건지 엄마를 향한 건지 잘 모르겠다.


하늘이 맑다


재작년 즈음부터 치매가 시작되었지만 그래도 자식들과 손주들 얼굴은 항상 기억하시던 할머니는 이번에도 나를 보고 환하게 웃었다. 엄마는 손주 이름과 손주 며느리 이름을 재차 물었고 할머니의 올바른 대답을 기어코 듣고야 만다. 매번 그런다. 8일을 내리 병실에서 할머니를 돌보다 허리를 다쳐 간병인을 쓴다는 엄마의 말에는 또 알게 모르게 죄책감이 느껴졌다. 다치기 전에 썼어야 하는 게 맞았을 텐데.


눈에 띄게 쇠약해진 할머니를 보니 불현듯 돌아가실 날이 얼마 남지 않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병원에 가면 세상에 아픈 사람들이 이렇게 많구나 싶다. 언젠가 우리도 직면하게 될지 모를 고통들을 그제야 바라보게 된다. 병원은 항상 옆에 있는데 그 안의 사람들은 애써 노력하지 않으면 잊는다. 건강이 최고라는 어르신들 말씀이 괜히 생각난다. 30대 중반으로 들어서는 길목에서 그런 걸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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