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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IDY May 09. 2022

코로나가 가져온 쉼표

아이와 남편과 함께 한 2주간의 격리,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었던 추억

아, 안돼....


 아이까지 확진이 떴다. ,남편,아이까지 차례로 확진.  그동안 베란다에서 밥을 먹고, 잠잘 때도 마스크를 쓰고 잤던 노력이 무색해졌다.


 그나마 남편이랑 아이가 같은  확진을 받았으니 격리 일정이 최소  명은 겹친다는 것이 다행이랄까. 집에 오자마자 마스크를 벗었다. 이제 집에서 마스크를 써봤자 무슨 소용?  , 화장실  가릴  없이 벌컥 열어서 환기를 시켰다. 이제는 아이에게 옮을까  발을 동동 구를 필요도 없고, 언제 확진이 돼서 중요한 업무가 중단될지 걱정할 필요도 없다. 차라리, 마음이  편해지는 것이 느껴졌다.


 나와 남편, 아이의 확진 날짜가 조금 차이가 있어서 2   되게 격리기간을 갖게 되었다. 확진된  첫날, 그날의 식사 미팅을 미루고 인사팀에 연락하고 외부 일정은 팀원이 대신 참가하도록 했다. 처음에는 재택을 할까 싶었으나 계속 아이가 달라붙어서 찡찡거리는 것을 겪고 나서, 바로 공가 신청을 냈다. 푼의 지원금이 중요한  아니라, 지금 집안 상황을 수습하는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아이는 격리가 무색하게, 문을 잠가도 문고리를 계속 흔들어 문을 따고 들어왔고 낮잠도   옆에서 잤다. 밤에는 혼자 서재에서 잠을 잤는데, 아이가 언제 방문을 열지 모르니 잠을  때도 마스크를 끼고 잤다. 세수할 때와  먹을 때를 제외하고 내내 마스크를 쓰고 있던 탓에  밑이 지끈거렸고, 그렇다고 해서 마스크를 대형으로 쓰자니 마스크가 얼굴에  맞지 않아서 괜히 마음이 불편했다. 대형 마스크를 하루 썼다가, 오히려 약간 마스크가 들뜨는 느낌이 들어 다음날 다시 작은 것으로 바꿨다. 불편하지만 아이가  걸린다면야...


 아픈  뒤를 문지르며 온갖 잡동사니가 가득해  디딜  없는 베란다에서 수납장을 식탁 삼아 식사를 했다. 코로나 탓인지, 식욕이 없었지만 배를 채워야 몸을 움직일  있으니 아이가 나를 본격적으로 찾기 전에 후다닥 먹을 것을 입에 밀어 넣고, 서둘러 환기한  베란다를 나섰다.  


 아이와 온종일 붙어있던 탓에 체력적으로 지쳐 가끔 당이 당겼으나 아이가 옆에 찰싹 달라붙어 있으니 주전부리를  수도 없었고 아이가 잠든 후에나 약간의 자유시간을 가질  있었다.


 그러나 그렇게 조심한  오미크론의 무서운 전파력에는 속수무책이었나 보다.(물론, 아이와 계속 붙어있었으니 마스크를 계속 쓰고 있다고 해서  걸리는 것은 아니었을 거다...) 그래서 내가 걸렸던  느꼈던 마음보다 , 후련하게 가족의 확진 사실을 받아들일  있었다.


 확진자 격리 일정이 줄어든다느니, 이제는 전염병 1급에서 2급으로 내려갔다느니 새로운 소식이 들렸지만   

아직까지는 7일의 격리기간이 있고, 회사에 낼 수 있는 공가도 5일을 받을 수 있어서 불행 중 다행이었다.   


 졸지에 엄마의 확진 날로부터 어린이집 등원을   없게  아이만 엄청 심심해하기 시작했다. 그동안은 아이가 평일 점심에는 어린이집에서  끼를 먹고 왔는데 이제는 뒤돌아서면  먹을 시간, 뒤돌아서면  먹을 시간이 되어서 매번  먹여야 하는지도 고민이 되었고 이렇게 화창한 날씨에 나가지도 못하고 방과 거실만 오가며 장난감을 늘어놓는 아이에게 안쓰러움을 느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워킹맘인 내가 언제  이렇게 아이랑 열흘 넘게 부대끼며 생활을  보겠는가. 다행히도 나와 마찬가지로 아이는 코로나에 확진되었음에도 열이 난다거나 심각한 증세가 없었다. 그렇기에 다른 부담 없이, 오롯이 아이와 놀아주고  먹이는 것에만 신경 쓰면 되었기 때문에 마음이 놓였다.


 오히려, 하루하루 시간을 보내며 아이가 어제와  다른 새로운 단어와 문장을 말하는 것에 놀라기도 하고 가끔 머리를 나에게 기대며 "엄마, 안아주세요"라고 말하는 모습이 얼마나 예쁜지 눈에 새겨놓기도 했다. 아이가 좋아하는 책이 뭔지, 어떤 노래를 좋아하는지  안다고 생각했는데 매일매일 바뀌는 것을 보며  새롭고 재밌는 것을 소개해줘야겠다는 생각도 들고,   아닌 놀이에도 까르르 까르르 소리를 내며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며 내일은  어떤 새로운 놀이를  줄까 정보를 찾아보기도 했다.   


 그리고 항상 늦게 자고 일찍 일어나던 아이가 낮잠을  자는 대신 일찍 자고 늦게 일어나면서, 우리 부부 또한 덩달아 아침에 늦잠을   있었다.   


 그동안 회사생활과 아이 양육에 매일 바쁘게 살아왔고, 언제 코로나에 걸릴지 모르니 초조함을 느끼며 긴장하고 살아왔던 삶에 쉼표가 찍히는 느낌이었다. 밖에  맘대로 나가지 못하는 것을 제외하고는 나쁘지 않은 경험이었다. 아니, 오히려 가족과 함께 쉼표를 찍고   있어서 너무나 다행이고 행복한 경험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확진  격리된  이틀인가 삼일  되던 , 아이에게 물어봤다.   

"엄마랑 이렇게 같이 있어서 좋아? 어린이집 가고 싶어?" 물었더니, 어린이집이 가고 싶단다.  

 그래서 어라, 그동안은 엄마랑 같이 있는 시간이 부족했는데 이렇게 엄마랑 있는   좋은  아닌가 싶어서 재차 물어봤는데, 그래도 어린이집이 가고 싶단다.   엄마보다 어린이집이라니, 섭섭하면서도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격리 해제를 하루 앞둔 , 아이에게 다시 물어봤다.  

"내일부터 어린이집   있어~ 엄마랑 내일 놀까? 어린이집 갈까?" 물었더니 이제는 엄마랑 놀고 싶단다. 그제야 조금은 안도가 되면서도 엄마가 삐질 것을 알아서 이제는 저렇게 대답하는가 싶기도 하다.


 크게 아프지 않아서 다행이었던, 2 남짓의 격리 기간.  외출이 금지된 채로 아이를 내내 돌보는 것은 힘들었지만, 덕분에 아이와 함께 보낸 추억이 늘어났고 바쁜 우리 부부의 삶에도   돌릴  있는 계기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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