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KEIDY Aug 25. 2022

"왜 엄마가 책 읽어주는 권수를 정하세요?"

육아 상담을 받으면서 도움받았던 점

 아이를 키우면서 다양한 갈등 상황에 놓이게 되는데, 만 3살을 넘긴(40개월) 우리 아이에게 최근 생긴 고민은 막무가내로 떼를 쓰는 상황과 잠잘 때 엄마만을 찾으며 한참 동안 잠들지 못하고 늦은 밤이 다 되어서야 잠에 드는 수면습관에 대한 것이었다. 요새 왜 이럴까 하고 궁금증만 생기던 그때, 지역별로 있는 육아지원센터에서 육아상담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보통 상담은 접수 면접을 포함해도 최소 2~3회를 받게 되는데, 많은 사람에게 기회를 주어야 하기 때문인지 딱 1회기로 끝나는 상담이었다. 그래도 궁금한 것을 해소하는 데는 어느 정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 신청을 했다. 그리고 상담에 가기 전, 어떤 부분을 물어볼지에 대해 미리 질문지를 우선순위를 정해 작성해서 상담에 참석했다.


 우선, 가장 궁금했던 수면습관에 대한 질문으로 상담을 시작했다. 맞벌이 부부의 아이는 그렇지 않은 집의 아이보다 늦게 자는 경향이 있다고 어디선가 본 적이 있다. 아무래도 항상 퇴근이 일정하지는 않으니 낮에 못 한 집안일도 간단히 해야 하고, 퇴근 후 집에 도착하는 시간을 기준으로 아이를 씻기고 조금이라도 놀아주어야 하기 때문에 시간 자체가 늦어지기 때문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는 또래에 비해 훨씬 늦게 잠드는  같았고(매번 그런 것은 아니지만 아주 늦을 때는  11 넘어서 잠이  적도 있었다...)  생각엔 아이와 아빠의 관계가 나쁘지 않은데 항상 잠을  때마다 나를 찾는  또한 의문이었다. 남편 회사는  1~2 재택근무가 정례화되어 있고 남편도 재택근무를  때마다 등 하원을 직접 해서 아이와 나름 유대감을 쌓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가끔 나도 너무 피곤해서 아이를 재우는 것을 남편에게 부탁하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런데 오늘만 아빠랑 자자고 아이에게 이야기할 때마다 아주 자지러지게 울어서 결국 내가 재우러 들어가는데, 바로 잠드는 것이 아니라 한 시간 넘게 뒤척이며 계속 종알거릴 때에는 나도 폭발해서 남편에게 아기를 다시 재워보라고 짜증을 내며 방에서 나올 때가 있었다. 남편은 아이를 달래서 재우러 들어가는데, 잠은 들지 않고 계속 눈물 콧물 빼며 우는 바람에 결국은  내가 들어가서 울다 지친 아이를 재워야 하는 악순환이 반복되었다.  부분에 대한 해결책을 듣고 싶었다.


 상담사는 이러한 상황을 다 듣더니 아이가 잠잘 때마다 엄마를 찾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는 아직 어리기 때문에 잠드는 것을 무서워하는데 엄마와 아이는 임신 때부터 한 몸에서 친밀감을 공유했기에 익숙한 냄새, 익숙한 품을 좋아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엄마와 아빠가 있으면 당연히 편한 엄마와 같이 자고 싶어 할 것이기에 아빠와 아이가 사이가 나쁘지 않다고 해서 아빠랑 먼저 자려고 하는 아이는 드물다는 것이다. 만고의 진리. 즉, 내가 그냥 수긍하는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추가로, 엄마가 바쁘기 때문에 아이를 재우고 다른 것을 하려고 한다면 아이가 빨리 잠들지 않는 것에 대해 엄마 마음이 초조해질 것이고 그것을 아이도 무의식 중에 알아차릴 것이라고 했다. 그렇기에 엄마가 나갈까 봐 불안해서 선잠을  수밖에 없고 그러면서  잠들기 전에 자꾸 깬다는 것이다. 아이를  재우려면 엄마가 그냥  하겠다는 생각을 하지 말고 아이 곁에서 같이 잠을 자라고 했다.


 사실 그렇게까지 실천하기는 어려웠으나 상담 이후 아이를 재울  나도 잠들면 어쩔  없다는 마인드로 옆에 누워 있으니 아이가 평소보다는   일찍 잠드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면서 나도 가끔 깜박 잠들기도 하는데, 나는 어차피 좁은 아이 침대에서 같이  수는 없기 때문에 일어나서  일을 하거나 너무 졸리면 나도 방으로 가서 잠을 잔다. 아이가 전보다는  불안해하는 것이 조금이나마 느껴졌다.


 그리고 상담사는 자기 전의 수면 의식에 대해서도 몇 가지 질문을 던졌다. 우리 아이는 자기 전에 책을 꼭 읽어달라고 한다. 그 이야기를 하며 너무 시간이 늦은 날에는 1~2권만 읽어주고 재운다고 했다. 그때 상담사가 갑자기 이렇게 되물었다.


 "그런데 왜 책 읽어주는 권수를 엄마가 정하세요?"


 갑자기 머릿속이  하는 느낌이었다. 상담사 말로는, 충분한 수면 의식을 하고 자야 아이도 만족하고 수긍하며 잠을   있는데 그걸 엄마가 정해버리면 아이는 충족되지 못한 채로 잠자리에 들어야 해서 오히려 잠을    수도 있다는 의미였다. 그렇게 읽어주는  수를 내가 정한 것은, 원하는  권수를 아이에게 맡기면 무한정 읽어달라고 할까 봐 걱정되는 부분도 분명히 있었다.


 그러나 상담 이후로 아이를 재울   권을 읽고 자고 싶냐고 먼저 물어보니, 아이는 3 내지는 5 정도를 이야기했고  권수는 빠르게 읽어준다면 충분히 읽고 재울  있을 만한 양이었다. 그리고 어느 날은 본인도 상당히 졸렸는지 1~2권만 읽고서 자자고 하는 것이다.  정작 아이에게 물어보지 않았을까, 미안해졌다.


 그리고 또 궁금했던 두 번째 질문. 요새 부쩍 늘어난 떼쓰기에 대한 것이었는데 지금까지 내가 파악한 바로는 아이가 "미 완결된" 것에 대해 떼를 쓰는 일이 많다고 느꼈었다. 한 가지 사례는, 공연을 보러 갔는데 아이가 재미있게 보다가 잠이 들어버렸다. 그래서 잠든 아이를 데리고 집으로 와서 눕히다 잠이 깨버렸는데, 아이는 공연을 다시 보러 가자며 울고불고 난리가 났다. 이미 공연은 다 끝났을 시간이라서 아이에게 지금은 공연이 끝났으니 아쉽지만 다음에 또 보러 가자며 달랬는데 펑펑 울면서 지금 당장 공연장에 가겠다, 아저씨(공연에 등장했던 마술사)가 집에 안 갔을 거다, 공연 또 보고 싶다, 하며 아주 난리 난리를 쳤다. 거의 30분을 붙들고 아이를 달래고 진정시키느라 진땀을 뺐다. 그리고 이렇게 유사한 사례가 그 이후로 두세 번 정도 더 있었다.


 그 일들을 겪고 짐작한 바로는 아이가 좋아하는 활동이 완결되지 않은 상태로 남아있는 것들에 대해 계속 마음에 담아두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이후에도 일상생활을 하다가 뜬금없이 "엄마, 공연 못 보러 갔어요" 하면서 그 일을 여러 번 언급하는 모습을 보며 참 기억력도 좋다, 하면서 혀를 내둘렀던 적이 있다.

 

 이에 대해 상담사는 미 완결된 과제뿐만이 아니라 이 떼쓰기는 수면과도 연관이 있는 것 같다며 내가 인지하지 못했던 부분을 지적해 주었다. 아이가 떼쓰는 것이 심해질 때는, 좋아하는 것이 미 완결된 상태에서 잠이 들었다면 그 잠에서 깬 이후 떼를 쓰는 것 같다고 이야기해 주었다. 생각해보니 맞는 것 같았다. 크게 떼를 쓴 대부분의 사례에서 아이는 중간에 낮잠이 들었다가, 깨면 다시 그걸 하겠다고 난리를 쳤던 것이다. 앞서 언급했던 밤에 잘 자지 못했던 수면 문제와 더불어 떼쓰기도 잠과 연관이 있다고 생각하니 한번 더 머릿속이 띵 한 느낌이었다.


 상담사는 앞서 말한 나의 고민들에 대해, 아이가 기관 생활을 오래 했는지에 대해 물어봤고  1 이후부터 어린이집에 다녔다고 했더니 아이가 그러한 조직생활(?) 내지는 사회생활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받았을 수도 있다고 했다. 그동안 아이가 어린이집에 다니면서 적응에 대한 고민을   번도 해보지 않았기에  또한 새로운 정보로 받아들여졌다. 아이는 지금까지  한 번도 어린이집에 가기 싫다고 울거나 떼쓴 적이 없었다. 그에 대해 아이가 어린이집 적응을  잘한다며 내심 안도했었는데 생각보다 스트레스를 받았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심장이 덜컥했다. 그리고 아이가 어린이집에서는 가끔 다른 아이들의 블록을 무너뜨린다던지 하는 정도의 장난을 빼고는 막무가내로 행동한다거나 말을 안 듣는다던가 하는 심각한 피드백을 받은 적은 없는데, 집에서는 굉장히 어리광이 심하고 혼자   있는 것도 자기는  하니까 엄마가 대신해 달라고 어리광을 부리는  밖에서와 안에서의 행동이 조금 다르다고 생각한 적은 있었다.


 이 또한 아이가 집에서는 편해서 엄마 아빠에게 어리광을 부리는 것이고 밖에서는 나름 사회생활을 해야 하니 자신의 욕구를 조금은 내려놓는 것이라고 설명해 주었다. 그리고 아이가 욕구를 다 해소하지 못하면 불만이 쌓일 수 있으니 이러한 부분은 놀이치료가 도움이 될 수도 있다는 조언을 하며 상담을 마쳤다.

 


 육아상담을 받으면서 나 혼자 고민하던 것이 다른 사람도 비슷한 고민을 가지고 있고 보편적인 것임을 깨달을 수 있었고, 이성적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아이의 행동들에 대해 조금이나마 더 이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긍정적이었다. 특히 수면에 대한 팁들은 크게 도움이 되었다. 하지만 놀이치료 권고나 떼쓰기를 쉽게 스트레스와 연관 지어서 설명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한 편으로는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는 짧은 회기, 아니 단 1회기 안에 아이의 모든 특성을 파악해서 내린 중대한 결론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래서 상담 후 만족도 설문조사를 할 때 아쉬운 점에 대해 최소 2~3회기의 회차로 상담을 받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는 의견을 적어서 냈다.


 다만, 상담 이후 아이를 대하는 태도에 조금 더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아이가 뭘 원하는지를 항상 먼저 생각해보자는 태도를 갖게 되었다. 퇴근 후 널브러진 장난감을 하나 더 치우느니, 아이에게 책 한 권 더 읽어주고 아이 방으로 가서 장난감을 갖고 단 몇 분이라도 더 놀아주는 것이 의미 있는 시간 아니겠는가. 꼭 심각한 문제가 아니더라도, 아이의 행동이 궁금해질 때 육아상담을 받아보는 것은 큰 도움이 되는 것 같다.

매거진의 이전글 코로나가 가져온 쉼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