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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IDY Aug 29. 2022

"엄마, 많이 섭섭했어요"

아이의 눈높이에서, 아이의 입장에서 생각하자

 일 하는 엄마는, 휴가를 내어 아이를 하원할 때마다 고민에 빠진다. 오늘은 또 어떤 곳을 데려가야 하나? 집에 바로 데려가기는 아쉽고 근처 놀이터는 이미 다 섭렵하여 식상하다. 책을 좋아하는 아이라서 도서관에 가자고 할 때도 있는데, 키즈도서관이라고 해서 갔는데도 조용히 있어야 한다고 하니 금방 소리를 지르며 뛰어다니는 아이와 30분 이상을 버티기는 힘들다. 


 멀리 가기엔 저녁먹일 시간이 애매하고, 걸어서 갈 만한 곳은 딱히 괜찮은 곳이 없어서 육아 카페나 육아 앱 등을 뒤져서 가볼 만한 장소를 새롭게 발굴하는 것이 일이다. 집 근처 키즈카페는 이미 리스트업이 끝났고, 한 군데만 주구장창 파지 않도록 나름 고심해서 매번 다음 행선지를 정하곤 한다.


 최근, 휴가를 내어 낮에는 아이를 어린이집에 등원시키고 개인일정을 본 후, 하원 후 놀아줄 계획을 세웠다. 원래는 4시쯤 하원시키는데 조금 늦게 도착하고 말았다. 키즈카페는 보통 기본 2시간 단위로 티켓팅이 되기 때문에 아무리 빨리 도착해도 4시 30분이 넘을 것 같고, 그렇게 되면 집에 오는 시간까지 계산하면 7시쯤에나 도착할 것 같아 급히 계획을 수정해야 했다. 


 평소 아쿠아리움을 좋아하고 해양생물들에 관심이 많았던 아이에게 키즈카페 대신,  물고기카페를 가는 것이 어떠냐고 물었더니 좋다고 한다. 물고기카페는 카페 안에 다양한 수조가 있어 물고기도 구경하고 물멍을 할 수 있는 장소로, 이전부터 눈여겨 봤던 곳이다. 아이의 동의를 받고 카페에 갔는데, 처음에는 좋아하는 것 같더니 음료수를 금세 다 마셔버리곤 몇 바퀴 돌아다니더니 이제 나가고 싶단다. 여기에서 좀 더 시간을 보내려던 나는 당황했지만 이미 밖으로 성큼성큼 나가버리는 아이 뒤를 따라서 짐을 재빨리 챙겨 나갔다. 아직 5시밖에 안 되었는데... 그냥 집에 가기엔 아쉽지 않을까 싶어 또 재빨리 계획을 수정한다. 


 요새 바람도 선선하고, 아직은 해가 지지 않아서 바깥나들이를 하기 좋다는 점에 착안해서 산책을 가자고 제안하니 또 좋다고 한다. 마침 물고기카페가 있던 건물 밖에 산책하기 좋은 공원이 있어 별 생각 없이 그리로 나갔는데, 완전 운 좋게도 대형 포켓몬스터 캐릭터들을 야외에 전시해 두고 있었고 다양한 포토존과 팝업스토어까지 운영하고 있었다. 아이는 포켓몬스터 캐릭터를 처음 접했는데 날씨도 좋고 기분도 좋으니 연신 소리를 지르며 잔디밭을 마구 뛰논다. 캐릭터들 앞에서 왠일로 사진찍기 좋게 포즈도 취해주고, 팝업스토어에서 장난감과 과자도 사주니 한껏 기분이 좋아진 것 같았다. 그리고 빵빵한 스피커로 포켓몬스터 주제곡들이 연신 흘러나오고 있었는데 그 근처로 가서 가만히 노래를 듣기도 했다. 아이가 기분 좋아하니 나까지 덩달아 뿌듯해졌다.


 하원 후 바로 오는 바람에 아이 낮잠이불이며 아이 가방이며 짐이 많았다. 처음에는 짐을 다 들고 아이 뒤를 쫓아다녔으나 부피가 상당한지라 계속 갖고 다니기에 부담이 있었다. 마침 벤치가 보여서 중요한 가방만 들고 나머지 짐들을 올려놓았고, 마침 짬이 좀 생겨서 핸드폰을 보니 팀원들로부터 업무 관련된 메신저가 여러 통 와 있었다. 쉬는 날이라고 해서 일도 완전히 쉴 수 없는 워킹맘의 고충이다. 


 잠시 벤치에 앉아 가방을 내려놓을 때 아이는 이미 저만치 잔디밭으로 달려나가는 중이었다. 아이의 위치를 대충 파악하고, 재빨리 메신저에 답을 했다. 여러 건이 와 있어서 일일히 답을 해 주고 다시 고개를 드니 아이가 시야에 없다. 그러나 아까 아이와 잔디밭에서 놀 때 항상 끝에서 끝으로 왔다갔다하는 모습을 봤었고, 조금 기다리면 다시 앞으로 지나갈 것이라고 생각해서 그대로 앉아 기다렸다. 


 그런데 갑자기 아이가 엉엉 우는 소리가 들렸다. 재빨리 일어나 앞으로 나가보니 아이가 울면서 달려오고 있는 것이다. 어딜 다쳤나 싶은 마음에 아이를 한달음에 안고서 혹시 넘어진 것은 아닌지 이리저리 살펴봤다. 다행이도 다친 곳은 없는 것 같아 아이에게 왜 울었는지 물어보니, 이렇게 말하는 것이다. 


"엄마가 없었어요. 엄마, 많이 섭섭했어요." 


 아이는 신나는 마음에 잔디밭을 마구 달렸는데, 문득 뒤를 돌아보니 엄마가 없던 것이다. 나는 아이랑 잠깐 벤치에 앉아 짐을 내려두고 나서 일어나지 않았으니 아이가 당연히 혼자 뛰어가는 것을 인지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이 마음은 그게 아니었나 보다. 지금까지 엄마가 뒤에서 같이 뛰어와 줬으니 엄마가 당연히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아이의 우는 모습을 보니 너무 미안해져서 아이를 안고 달래며 말해주었다. "엄마는 OO이 두고서는 절대 어디 안 가지. 그리고 엄마가 어디 가게 되면 당연히 미리 얘기 해 줄거야. 엄마가 미안해." 하며 놀랐을 아이의 마음을 진정시켜 주었다.


 그 일이 있고 나서 이틀이 흘렀다. 아침에 아이가 잠에서 깨면서 엉엉 우는 것이다. 아이에게 가서 엄마 여기 있다고 말하며, 아이를 안아 드는데 아이가 또 이렇게 말한다. "엄마, 엄마가 없어서 섭섭했어요." 


 '아, 아이의 마음이 그 한 번으로 달래지지 않았구나. 아이가 그 일로 굉장히 놀랐었구나.' 하고 새삼 깨닫게 되는 것이었다. 아직은 아이에게 세상의 전부인 엄마. 아이는 언제까지 엄마를 이렇게 사랑하고 따르려나? 아이의 그 마음에 코끝이 시큰해졌고, 또 아이에게 다시 한 번 안전한 기지가 되어주어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아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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