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KEIDY Mar 14. 2022

내가 더 사랑해

아이가 날 보고 싶어 하는 것보다 내가 더, 아이를 보고 싶다

 이직 3개월 차, 그리고 3월부터 대학원 시작. 그리고 곧 만 3살이 되는 아이의 엄마 역할. 요새는 잠을 자도 자도 피곤하고, 아이를 재우고 나서는 완전 녹초가 돼서 취미생활을 할 시간조차 없는 느낌이다.


 3월 첫 주, 드디어 고대하던 대학원 첫 수업에 참여했다. 기왕 배우기로 한 것, 열심히 하겠다는 다짐을 했고 오랜만에 듣는 학교 수업 자체가 설레고 재밌기도 했다. 물론, 중간부터 조금 피로함이 몰려오긴 했지만... 수업 첫날이라 그런지 교수님께서 수업을 조금 일찍 끝내주셨고, 수업이 끝나자마자 총알같이 달려 나와 지하철역으로 질주했다. 그러나 열심히 달린 보람도 없이, 야속하게 지하철을 놓쳐버렸고 급행 지하철의 경우 시간 간격이 꽤 되어서 10여분을 그저 하염없이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집에 도착하니 밤 10시 40분. 후다닥 씻고, 수업 2교시를 연달아 들어서 저녁 먹을 시간도 없었기에 간단히 야식도 챙겨 먹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잠든 아이의 얼굴을 보러 살짝 방으로 들어갔다. 아이는 푹 잠들어 있었다. 아이를 깨우지 않으려 살금살금 나와, 남편에게 오늘 일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복직한 이후로 이렇게 늦게 집에 들어와 본 적이 거의 없었다. 아니, 생각해보니 이 시간에 들어온 건 처음인 것 같다. 아주 가끔 저녁 약속이 있을 때도 있었지만, 그동안 코로나 기간이었기 때문에 강제로 일찍 끝날 때가 많아서 밤 10시 전후로는 집에 도착했었다. 이렇게 엄마 없이 잠드는 날이 있었을까. 혹시 몰라 남편에게 아이가 엄마를 찾았냐고 물어보니, 잠들기 전에 엄마가 어디 갔냐고 한 번 물어봤다 한다. 아이가 나를 많이 찾지는 않았으니 다행이다라고 생각하는 마음 반, 엄마를 많이 찾지 않았음에 조금 서운한 마음 반. 그래도 이 정도면 괜찮다 싶다가도, 앞으로 방학 전까지 서너 달을 이렇게 아빠랑만 잠들어야 하는 날이 있어야 함에 미안한 마음이 더욱 드는 밤이다.


 어린이집에 처음 보낼 때도 생각보다 적응이 빠른 아이를 보면서 안도하는 마음과, 조금은 더 어리광 부려도 되는데 너무 잘 적응해버려서 섭섭한 마음도 조금 들었었다. 어린아이와 엄마와의 분리불안은, 엄마와의 시간을 오래 보낸 아이에게 크게 느껴지겠지만 아이를 낯선 환경으로 보내야 하는 엄마에게도 있는 것이라는 글을 본 적 있다. 엄마가 불안해할수록, 아이가 더 불안해하니 아이의 적응력을 믿고 기다려 주라는, 그때는 와닿지 않던 말. 생각해 보면 아이가 나를 보고 싶어 하는 마음도 있겠지만, 내가 아이를 보고 싶어 하는 마음이 더 크기에 나 없이 아이가 보낼 시간에 더욱 마음이 쓰이는 것 같다.


 엄마, 오늘도 잘 다녀올게. 네가 엄마 보고 싶어 하는 것보다, 엄마가 우리 아가 얼굴이 더 보고 싶어.


매거진의 이전글 아이의 잠투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