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한밤중에 노래를 듣고 싶었던거니? 예측불가능의 3살 아이 육아
주말 내 별 것 안했는데 피곤한 일요일 밤. 아니지, 이미 12시가 넘어갔으니 월요일 새벽이구나. 아이 방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나더니 슬슬 칭얼거리며 시동을 건다. 아이가 본격적으로 울기 전에 빨리 가서 달래야겠다 싶어서 벌떡 일어나 시계를 확인하니 새벽 4시 8분. 아이를 다시 빨리 재우면 그래도 3시간쯤은 더 잘 수 있을 것이라고 계산하며 아이 방으로 간다.
근데, 왠일??? 매번 자다 깨서 울면 엄마를 찾던 아이인데 내가 들어가자마자 "엄마 나가!"하고 짜증을 팍 낸다. 아싸! 오늘은 남편이 대신 들어가면 되겠구나 싶어 잠든 남편을 깨워 아이 방으로 보내고, 다시 침대에 눕는다. 그런데, 아이의 울음은 더 거세지고 커질 뿐 도무지 그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마구 악을 쓰며 울고 있으니 뭐라고 얘기하는지 하나도 들리지 않는다. 뭘 원하는지 도저히 모르겠어서, 방으로 다시 건너가 귀를 기울여 아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오...래? 들어줘? 노해? 들리는 대로 아이에게 이게 맞냐고 물어보는데 아이는 잘 못알아듣는 엄마아빠에게 더 짜증이 나는지 더 크게 소리를 지르면서 눈물을 펑펑 흘린다. 아니, 갑자기 잘 자다가 새벽에 이게 왠 날벼락이란 말인가? 남편도, 나도 벙쪄서 아이를 안아도 보고 토닥여도 본다.
자꾸 반복하는 단어에 집중해서 추리하다 보니, 혹시 노래인가? 싶다. "노래 틀어줘?" 물어보니 서러운 목소리로 "네" 하고 답한다.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는 것 같아 "무슨 노래 틀어줄까?" 물어보니 "엄마가 골라줘"란다... 아... 또 궁예질을 시작해야 할 것 같다. 비루한 관심법으로 아이가 평소에 좋아하는, 특히 최근에 좋아하는 노래들을 재빨리 머릿속에 리스트업 해 본다. "A노래 틀어줄까?" "아냐!" "B노래 틀어줄까? 아까 재밌게 들었잖아~" "아냐아냐아냐!" "그럼 C노래 어때? 이거 진짜 신나지~?" "으아아아아아앙~" 아이를 달래기는커녕, 더 큰 소리로 울리고 만다. 아니, 도대체 무슨 노래를 듣고 싶은거야? "어떤 노래 듣고싶은지 엄마한테 알려줄래?" "아냐, 엄마가 골라줘!" 다시 무한반복이다. 으휴, 몇 번의 시도를 더 해봤지만 모두 다 실패다. 아이는 이젠 악을 쓰면서 눈물콧물 다 흘리며 통곡하고 있고 남편과 나는 당혹스러울 뿐이다. 안지도 못하게 하고 잠깐 거실로 나가자고 해도 싫다고 하고 물이라도 한 모금 마시자고 했더니 듣지도 않는다. 이럴 땐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이제는 울음소리가 너무 커져서 귀도 먹먹하고, 옆짚, 윗집, 아랫집에서도 이 소리가
들릴 것 같아서 미안한 마음이 절로 생긴다. 나도 빨리 아이를 달래고 싶은데, 방법이 생각나지 않는다.
남편의 인내심이 한계를 넘었다. 남편은 아이 방의 불을 확 켜더니 "이것도 싫고, 저것도 싫고, 그럼 자지 마! "하고 방을 나갔다. 아이는 갑자기 켜진 전등에 화들짝 놀라며 서럽게 우는데 그 모습이 안쓰러워 침대 끝에 조심스레 앉으니 이제는 엄마에게 안기러 온다. 이제는 좀 진정되었는지 훌쩍 훌쩍, 딸꾹질을 하면서 얌전히 안겨있다. 그 와중에 아이는 조그마한 목소리로 "상어 노래 틀어줘" 란다. 이 노래가 듣고 싶었으면 말해 주면 좋았을 것을... 노래를 찾아 들려주니 한 번만 더 듣고 자겠단다. 한번 더, 한번 더 해서 총 세 번을 들려주고 이제는 잘 시간이라고 말하니 얌전히 자리로 가서 눕는다. 남편도 아이에게 미안했는지 다시 와서 아이를 한 번 안아주고, 아이는 아빠에게 잠깐 안겼다가 나에게로 다시 온다. 아이가 금방 잠들 것 같아 침대에 살살 눕히는데 얼마나 울었는지 침대 시트가 다 축축하다.
아이는 그 사이 에너지를 다 소진했는지 금방 쌕쌕, 잠이 든다. 숨소리가 규칙적으로 들리는 것을 확인하며 다시 방으로 돌아온다. 시계를 확인하니 4시 32분, 정확히 24분 내에 이 모든 일들이 일어나고 상황이 종료되었다. 남편도 나도, 아이가 왜 그렇게 서럽게 울었는지 이해가 되지 않지만, 이 또한 아이의 성장 과정인 것일까 생각하며 다시 잠자리에 든다. 아이가 저렇게 말도 안 되는 떼를 쓰면 어떻게 해야 하지? 끝까지 뭘 원하는지 물어보며 들어줘야 하는지, 아니면 몇 번은 맞춰줘 보다가 계속 청개구리처럼 행동하면 그 때 딱 잘라서 안 된다고 해야하는지, 도저히 모르겠다. 어느 날은 잘 놀고 말도 잘 듣는 아이를 보며 육아에 자신감이 넘치지만, 이렇게 당황스러운 순간을 마주치면 막막해지면서 다시 백지로 돌아가는 느낌이다.
새벽에 그렇게 난리를 쳤지만, 잠은 푹 잤는지 아이가 아침에 별 탈 없이 일어났다. 눈물콧물로 범벅된 가제수건이 침대 옆에 떨어져 있는 것을 보고서 새벽의 사건을 다시 떠올린다. 다음번에도 비슷한 일이 있으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유튜브에서 찾아봐야 하나? 라고 잠깐 생각했지만, 유튜브에서 그러한 지식들을 찾아보는 것도 좋지만 평소에 아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어떤 단어를 사용하는지, 무엇을 원하는지 조금 더 살펴보고 신경을 쓰는 것이 우선시되어야 한다고 느꼈다. 아이의 마음을 읽고 어루만져주는 엄마가 되는 길은 정말 멀고도 험하다. 아이의 편안한 밤과, 나의 편안한 밤을 위해서! 오늘 집에 가면, 아이가 고르는 노래를 들으며 아이가 고른 장난감을 가지고 실컷 놀아줘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