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리멤버 인사이트에 올린 글을 편집하여 업로드하였습니다.)
웨이브 오리지널 드라마 <위기의 X>를 보았습니다. <위기의 X>의 주인공은 희망퇴직, 주식폭락, 건강이상의 3단 콤보를 맞게 되는 평범한 중년 a저씨입니다. 중년이 된 것도 서러운데 온갖 위기가 휘몰아치며 인생의 시련을 제대로 겪고, 그러한 현실을 극복하려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회사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누가 그랬던가요? '나 아직 괜찮지?' 라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이미 올드한 것이라구요. 콘텐츠 업계의 홍보마케팅 업무를 하다 보면 유행하는 신조어나 최신 트렌드에 대해 접할 떄가 많은데 이제는 모르는 것이 태반입니다. 어설프게 아는 척 해봤자 바닥이 드러나면 더 창피하니 이젠 잘 모르겠으면 대놓고 물어볼 때도 많습니다. 필요할 때 얼굴에 철판을 쫙 깔 수 있는 것을 보니 확실히 나이가 들었네요.
그리고 나름 신경쓰고 조심한다고 하지만, 제 피드백은 "예전에는~" "옛날에는~" "이런거 해봤었는데~" 가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말 하기 전에 "이런 말 하면 라떼 같겠지만"을 붙이는 것 또한 거의 정해진 멘트네요. 과거의 추억(?) 속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내 자신, 완벽한 라떼임을 입증하고 말았습니다.
공자가 말하길, 40대를 불혹(不惑)이라고 하는데요. 이는 더 이상 미혹될 일이 없다는 의미로 쉽게 세상일에 홀리지 않고 판단을 흐리는 일이 없음을 뜻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평균수명이 80대에 육박한 지금, 40대는 아직 인생의 반밖에 살지 않은 나이이죠. 오히려 웬만한 경험은 거의 다 해봤고, 이제는 과연 이 삶의 방향이 맞는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보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나이가 젊을 때는 "다시 해 보지 뭐", "방향을 바꿔보면 어떨까?" 하며 방향을 전환하는 데에 좀 더 용기있게 도전할 수 있죠. 그러나 40대에는 그러한 도전이 쉽지 않습니다. 이미 이뤄놓은 것이 많아서 잃는 것이 두렵거나, 아니면 이뤄놓은 것은 없지만 지금까지 해 온 것을 부정하기에는 이미 너무 멀리 와버렸다고 느껴질 때면 선뜻 새로운 도전을 하기 어려워지죠. 이대로 있다가는 도태될 것 같고, 그렇다고 변화를 꾀하기에는 용기가 없고, 참 난감한 상황입니다.
드라마에서는 평소에 자동차 관리를 좋아하던 주인공이 자동차 디테일링 스타트업에 다시 재취업하며, 좋아하는 일을 통해서 다시 삶의 활력을 찾는 것으로 묘사됩니다. 물론 실제 삶에서는 그러한 기회가 아무에게나 찾아오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여기에서 주목할 만한 것은, 항상 열심히 달려오기만 했던 의무적인 일에서 벗어나 "평소에 좋아하고 관심이 있던" 일을 하기 시작했을 때 시련으로 점철되어 있던 삶이 바뀌더라는 것입니다.
물론, 항상 하고싶은 것만 하고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입니다. 그러나 삶의 위기 속에서, 어차피 새로운 변화를 꾀해야 한다면 기왕이면 내가 좋아하는 것으로 시작해 보는 것은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또한 중요한 사실은 새로운 시작을 할 때 도움이 되었던 것은 그동안 a저씨가 회사생활을 하며 쌓아온 경험의 축적이었습니다. 지금까지 내가 열심히 해 왔던 것이 쓸모없거나 헛된 것이 아니며, 경험의 씨실과 날실이 엮여서 한 사람의 경력과 커리어를 구성하게 되는 것이죠.
삶을 살아가다 보면 위기를 맞게 되는 경우가 있죠. 특히 회사생활에서 생각지도 못한 위기가 찾아올 때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앞서 이야기했듯, 때로는 위기가 기회가 됩니다. 그러한 위기가 찾아왔을 때 평소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잘 하는지에 대해 고민해 봤던 사람이라면 그 위기를 기회로 삼아 새로운 도전을 꿈꿀 수도 있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