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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IDY Oct 11. 2022

누구나 첫 시작은 어렵다(Feat. 나의 첫 심부름)

<나의 첫 심부름>으로 보는, 첫 직장생활의 노하우

 혹시 <나의 첫 심부름>이라는 예능 프로그램을 아시나요? 일본 NIPPON TV의 장수 리얼리티 쇼로, 생애 첫 심부름을 하는 어린 아이의 모습을 그대로 담아낸 콘텐츠인데요. 한국에서는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습니다.  


 이 프로그램에서는 부모님이 어린 아이(보통 만 2세부터 많게는 5세 정도까지인 듯합니다.)에게 물건을 구매해 오게 하거나, 버스를 타고 이웃에게 음식을 전달하게 하는 등 간단하면서도 아이 입장에서는 어려운 일을 맡깁니다. 조건은, 반드시 "첫" 심부름이어야 하며 때로는 형제자매나 친구가 동행하기도 하지만 심부름하는 길에 부모의 도움이 일절 없어야 합니다. 아이의 모습을 관찰하기 위해 카메라맨이 심부름길에 동원되지만 아이가 눈치채지 못하도록 수리공(?) 같은 사람으로 분장하곤 하죠. 주변 사람들이 아이에게 도움을 줄 수는 있지만 순수하게 그 심부름을 "혼자" 해낼 수 있을 정도로만 도와줘야 합니다. 예를 들면, 심부름 길에서 만난 이웃에게 가는 방향을 물어볼 수는 있지만 그 이웃이 심부름 장소까지 직접 데려다 주는 것은 안 되는 것이죠.  


 생애 첫 심부름을 하는 아이들의 반응은 다양합니다. 일단, 심부름을 시키자마자 엄마와 같이 가면 안 되냐며 떼를 쓰는 아이부터, 심부름을 시작하는 직전까지 선뜻 발을 못 떼고 자꾸 뒤를 돌아보는 아이도 있고요. 자신있게 심부름을 나섰지만 길을 잃거나 물건을 묶어둔 끈이 끊어지는 등 예상치 못한 곤란한 상황에 빠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느긋하게 휴식을 취해가며 간식도 먹고 낮잠도 자느라 해가 질 무렵쯤에나 집에 도착하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심부름을 금방 끝내서 한번 더 심부름을 하겠다며 당당하게 돌아오는 아이도 있습니다. 

 부모는 아이에게 특정한 일을 부탁하면서 부모의 도움 없이 그 일을 해낼 수 있도록 독려하는데요, 아이는 누가 시키지 않아도 주위 사람에게 도움을 청하거나 스스로 해결책을 생각해 내며 어떻게든 심부름을 완수합니다. 보다 보면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고, 때로는 아이들의 기발한 생각에 혀를 내두르게 되는 일도 많습니다.

 


 <나의 첫 심부름>을 보며, 첫 직장생활을 시작할 때가 떠올랐습니다. 아무도 직장이 이럴 것이다, 라고 미리 가르쳐주지 않으며 직장생활을 시작하고 나서는 하나 하나 상세하게 가르침을 받는 일은 드뭅니다. "이러이러한 일을 해야 한다", "이러이러한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 는 목적지만 있을 뿐, 목적지까지 가는 길은 스스로 연구해서 찾아내야 하죠. 

 물론, 회사별로 온보딩 프로그램이 잘 되어 있는 곳도 많고 좋은 사수, 멘토를 만나 도움을 받는 경우도 많지만 그렇게 도움을 얻더라도 결국은 "혼자서" 일하는 법을 터득해야 합니다. 회사와 사수, 멘토가 알려주는 것은 결국 여러 시행착오 끝에 얻게 되는 업무의 큰 방향성 이기 때문이지요. 모든 사람의 성향, 잘 하는 분야, 능력이 다르기 때문에 같은 사람에게 배우거나 같은 매뉴얼을 읽어도 개인이 그 정보를 흡수하고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는지는 다른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직장생활을 시작하거나 새로운 업무에 도전할 때 두 가지 차원을 한꺼번에 고려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우선, 주변 사람들을 통해 많은 정보를 얻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나의 첫 심부름>에서도 보면, 곤경에 빠졌을 때 스스로 해결책을 생각해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만약 가까운 곳에 도움을 청할 수 있는 길이 있다면 적극 활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중간에 길을 잃었는데, 처음 부모님이 말해준 정보(ex. 왼쪽으로 쭉 가면 가게가 나온다)만 가지고 계속 고민할 게 아니라 지나가는 이웃 주민에게 여기서 가게를 가려면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를 물으면 더욱 빠르고 정확하게 길을 찾을 수 있겠죠. 즉, 본인이 기존에 가지고 있던 정보에 추가로 얻을 수 있는 정보들을 모아 더 나은 해결책을 마련할 수 있어야 합니다. 

 또 다른 한 가지는,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는 단 한 가지의 해결책이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깨닫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물건을 넣어 가던 가방 끈이 끊어졌을 때, 어떤 아이는 가방끈을 다시 묶어서 고쳐서 사용할 수 있고 다른 아이는 주위를 둘러보고 비닐봉투를 발견하여 그 안에 물건을 넣을 수도 있습니다. 또한 물건을 굳이 가방에 넣지 않고 손으로 들고 갈 수도 있는 것이죠. (가끔 아이들은 부모님이 지시한 한 가지 방법에 집착하여 다른 방법을 떠올리지 않는 경우도 있더라구요.) 


 직장생활을 하다보면 많은 갈등 상황이나 문제상황에 직면할 수 있는데, 이 경우에 한 가지 정답만이 있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면 한결 더 편안한 마음가짐을 갖고 다양한 해결방안을 떠올릴 수도 있을 것입니다. <나의 첫 심부름>을 보니 누구에게나 "첫" 시작은 어렵고 두려운 일이 될 수 있지만, 그것을 극복하는 아이들의 기발한 아이디어와 순수함을 보며 때로는 초심으로 돌아가는 것이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 해결의 단서가 될 수 있음을 문득 생각하게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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