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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IDY Aug 02. 2022

다시, 이순신 리더십 <한산: 용의 출현 >

<한산:용의 출현>에서 살펴보는 이순신의 리더십

(※주의! 이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될 만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한산: 용의 출현>을 보았습니다. 전작인 <명량>은 한국 영화시장에서 아직까지도 깨지지 않는 역대급 흥행 성적을 보유한 영화인데요, 이러한 성공에 힘입어 이순신 3부작의 <한산: 용의 출현>과 <노량: 죽음의 바다>가 동시에 촬영되었다고 하죠.


  시리즈의 특이한 점은, 보통 같은 인물을 주인공으로 하는 영화라면 부득이한 경우 말고는 대부분 같은 배우가 캐스팅되는데,  3부작은 "이순신" 연기한 배우가 모두 다르다는 것이 재미있습니다.  시리즈를 모두 감독한 김한민 감독님의 인터뷰에 따르면,  전투에서 보여주는 이순신의 각기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합니다. <한산>에서는 전략, 전술에 능한 이지적인 이순신의 모습,  지장과 덕장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하네요. <명량>에서는 12척의 배로 330척의 왜선을 맞서야 하는 극적인 전투에서 때로는 두렵고, 고뇌에 빠지지만 그래도  있게 나아가는 용장의 모습을 보여줬죠. <노량>에서는 처절한 전투 끝에 승리를 하지만 최후를 맞이하는 이순신 장군의 마지막 모습을 어떻게 그려낼지 기대가 됩니다.


 이번 영화를 보면서, 이순신의 리더십이 돋보이는 영화라고 생각했습니다. 절체절명의 상황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묵묵히, 냉철하게 전략을 짜는 이순신의 모습을 보며 훌륭한 리더의 자질에 대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죠. 몇 가지 포인트들을 짚어보겠습니다.


 첫 번째, 창의적인 발상입니다.


 영화 초반, 전쟁에서 수세에 몰린 장군들이 모여 대책회의를 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왜군은 점차 세력을 확장하며 파죽지세로 몰고 오는 상황에서  포지션의 수장을 맡고 있는 장군들은 수성을  것이냐, 공성을  것이냐에 대한 의견이 분분합니다. 수성은 성을 지키는 방어 위주의 전투를 의미하고 공성은 성을 공격하는 공격 위주의 전투를 의미합니다. 특히 원균은 수성을 강조하며 괜히 공성에 나서지 말자고 주장하죠. 장군들 내부에서도 어느 게 옳은지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고, 이순신은 이에 대한 결정을 내려야 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광양현감 어영담이 정보를 하나 줍니다. 파죽지세로 전투에서 승리하며 이제는 수군을 위협하는 왜군의 수장 와키자카가 육지 전투에서 "수성을 하지 않아도 수성에 성공"했다는 말을 듣고, 이를 해상 전투에 적용합니다. 실제 전투에 돌입하기 전, 훈련을 할 때 멀리서 훔쳐보던 왜군도 훈련에 참여하는 조선의 수군도 "이게 수성이여, 공성이여?" 하고 헷갈려합니다.


 그리고 실제 전투에서 결정적인 순간에 다들 이 전법의 의미를 깨닫습니다. "바다 위에 성"을 쌓은 것이었음을요. 수성 같기도 공성 같기도 한 창의적인 발상으로 조선 수군은 크게 승리합니다.

 

두 번째, 구성원들의 장단점을 잘 파악하고 있습니다.


 이순신은 창의적인 발상으로 학익진을 구상하는데요. 종이 위에 학익진을 구상할 때 눈에 띄는 장면이 있었습니다. 이순신은 장군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적어가며 이 사람은 어떤 장점을 가지고 있으므로 이 위치에 적합하다, 하고 머릿속으로 그 사람의 특징을 떠올립니다. 한 사람 한 사람 적합한 위치를 잡아주고 마침내 학익진을 완성하여 종이를 들어 올리는데 그 장면이 매우 뭉클했습니다.


 이것은 하루아침에 이루어낼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지속적인 관찰과 대화를 통해 그 사람의 특징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않는 한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심지어는 원균이 두려움에 대열을 이탈하는 것조차 미리 계산에 넣고 있었지요. 구성원들의 장단점을 파악하여 실전에 적용할 수 있는 능력,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세 번째, 구성원들의 말을 허투루 듣지 않고,  
내 사람을 지키는 책임감을 보여줍니다.


 구선(거북선) "복카이센"(해저 괴물)이라고 불릴 만큼 왜군에게 두려움의 대상이었지만 충파( 몸체를 부딪쳐 상대방의 배를 부수는 전법) 하고 나면 머리가 선체에 박혀  빠지지 않는 단점이 있었습니다. 구선을 개조하기에는 시간이 넉넉하지 않았기에, 우선 구선을 빼고 전략을 세우게 되었는데요. 구선 개량을 담당하는 나대용의 간절한 부탁, 그리고 설득으로 마침내 개조된 구선을 전투에 내보내게 되고 완벽한 승리를 거두게 됩니다.

 

 또한, 왜군 포로를 잡아 정보를 캐내는 과정에서 한 왜군 포로가 이전 전투에서 본인이 이순신을 쏜 병사라고 밝히며 이순신이 그 당시 다른 병사를 구하기 위해 본인이 위험한 상황에서도 활시위를 겨눈 장면을 보았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그 왜군 포로는 이 전쟁의 의미에 대해 묻죠. 이순신은 "의와 불의의 싸움이다"라고 답합니다. 그 포로는 자신이 있던 곳에서는 본인이 살기 위해 아랫사람들을 방패막이로 삼는 것만 보았었다며 이순신의 희생정신에 감복하여 조선군으로 전향하게 됩니다.


 이순신은 본인이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며 신분 고하를 막론하고 부하직원을 살리기 위해 본인의 위험을 무릅쓰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는 훌륭한 리더십의 조건 중 하나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영화에서는 한산도 전투에 무려 50분을 할애하며 전략과 전술을 세밀하게 보여줍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이순신이 얼마나 뛰어난 전략가이자 리더인지 느낄 수 있었습니다. 오늘날에도 이순신 장군이 왜 존경받고, 사랑받는 인물인지를 알 수 있었던 영화였네요. 비록 역사가 스포일러지만, <노량: 죽음의 바다> 또한 어떤 감동을 전해줄지 벌써부터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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