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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IDY Mar 29. 2023

무례함에 대처하는 법 feat. <더글로리>

눈눈이이, 넝~담을 넝~담으로 받아치기

 얼마 전, 인스타그램에서 재미있는 게시물 하나를 보았습니다. '비꼬는 말투를 이기는 방법'이라는 제목의 게시물이었는데요. 사무실에 남을 비꼬면서 괴롭히는 사람이 있는데, 본인은 그것도 모르고 그 사람의 말을 곧이곧대로 이해해서 '와, 나를 잘 챙겨주는구나' 생각했다고 해요. 예를 들어, 상대방이 'OO 씨는 참 편하겠어~~ 일이 없어서~'라는 말을 했다고 하면 눈치 빠른 사람은 '저 사람은 지금 내가 잠깐 한숨 돌리는 것도 못마땅해하네? 나를 싫어하는 건가?'라고 생각했겠지요.


 그러나 이 게시물에 나오는 사람은 만약 같은 말을 들었다고 하면 "오, 맞아요! 회사가 참 좋네요~ 워라밸을 지킬 수 있을 만큼만 일을 주는 것 같아요^^"라고 대답했을 겁니다. 그 사람을 비꼬려던 사람은 이렇게 비꼬는 말을 문자 그대로 해석하는 상황이 누적되면서 이제는 오히려 그 사람이 눈치 없는 것 아니냐고 험담했다고 해요. 원래대로라면 상대방을 비꼬면서 정신적인 타격을 주고 싶었는데, 그 전략은 실패한 것이죠.


 이 게시물을 보면서, 장안의 화제가 된 <더 글로리>의 한 장면이 떠올랐는데요. 주인공 문동은이 학창 시절 자신을 괴롭히던 박연진에게 복수하고자 치밀한 계획을 세워 그녀의 딸이 다니는 초등학교의 선생으로 발령받게 되는데, 이러한 상황을 못마땅하게 생각한 선배 교사가 있었죠. 이 교사는 문동은이 학기 도중에 예외적으로 발령받은 것에 대해 트집을 잡고자 일부러 빈정거리는 말투로 그녀에게 말을 거는데요. 이때 문동은이 받아치는 대사가 너무나 통쾌해서, 꼭 기억해 둬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장면에서, 문동은에게 시비를 걸던 추 선생은 오히려 역관광을 당하게 되는데요. 문동은을 깎아내리며 비꼬려던 추 선생은 자기가 한 말 그대로 받아치는 문동은의 말에 벙찌게 되고, 정신을 차려보니 이미 탈탈 털려 망신을 당하게 되죠.


추쌤 : (문동은 핸드폰을 흘낏 보며) 남친? 젊네? 아이, 나는 왜 문쌤이 당연히 나이 많은 연상을 좋아한다고 생각했을까? 아, 양다린가? 넝~담. 하하하하!

문쌤 : 선생님은 애인 있으세요?

추쌤 : (기대에 차서) 막 있어보이고 막 그래?

문쌤 : 없어 보이세요.

추쌤 : (어이없는 표정) 왜?

문쌤 : 아무도 말 안 해줬어요? (하핫) 그럼 저도 말 안 할게요.

추쌤 : (열받는 표정) 하... 거의 초면인데 문쌤은 좀 뭐랄까... 말을 아주 열받게 하는 편이네?

문쌤 : 선생님은 거북하게 하는 편이세요.

추쌤 : 뭐? (일어나며) 진짜 문쌤은 여자인걸 감사하게 생각해야겠다. 남자였으면 진짜 세게 한 대 맞았어. 알아?

문쌤 : 진짜요? 선생님은 여자랑만 싸우실 것 같은데.

추쌤 : (동공지진)

문쌤 : (훗 웃으며) 저두 넝~담. 아까 발음할 때 귀여우셔서, 저도 해보고 싶었어요.

https://www.youtube.com/shorts/lK5YJx8duiU


 이 장면에서, 문동은에게 시비를 걸던 추 선생은 오히려 역공을 당하게 되는데요. 문동은을 깎아내리며 비꼬려던 추 선생은 자기가 한 말 그대로 받아치는 문동은의 말에 벙찌게 되고, 정신을 차려보니 이미 탈탈 털려 망신을 당한 상태였죠.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크게 세 가지였습니다. 첫 번째는, '눈눈이이' 전략입니다. 추 선생이 '나이 많은 연상을 좋아할 것 같다', '양다리 아니냐'라는 불쾌한 성희롱을 하자 문동은은 여기에서 '애인'이라는 주제만 뽑아서 그대로 돌려주죠. 두 번째는, '동방예의지국' 전략입니다. 문동은은 추 선생에게 '애인이 없어 보일 것 같다'라고 받아친 다음, 왜 그렇게 생각하냐는 추 선생의 물음에 답변하지 않고 오히려 '다른 사람들이 말 안 해줬냐, 그럼 나도 말 안 하겠다'며 예의 바른 척을 하죠.  세 번째는, '팩트 폭격기' 전략입니다. 팩트폭행은 어떤 상황에서는 무례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지만 상대방이 무례하게 나온다면, 오히려 차분하게 그 말을 팩트 그대로 돌려줄 필요가 있죠. 추 선생이 '너는 말을 열받게 하는 편이다'라고 하자 문동은은 '선생님은 거북하게 하는 편이다'라고 팩트로 맞받아치죠.


 화룡점정은 추 선생이 문동은에게 시비를 걸면서 미리 쳐둔 덫, 즉 자신의 말에 화를 내면 이상한 사람으로 몰아가려 '이 모든 이야기는 '넝~담'이므로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말아라' 하는 것을 그대로 인용해서 '지금 내가 하는 얘기도 '넝~담'이니 당신도 화내면 이상한 사람'이라고 돌려주죠. 사이다를 들이켠 것처럼 너무나 시원한 결말이었습니다.


 이 대화 스킬은 직장뿐만이 아니라 평소 자신을 불편하게 하는 사람과의 대화에서도 응용해 볼 수 있습니다. 가끔 일부러 상대방의 약한 곳만 골라서 들쑤시고, 그에 대해 화를 내거나 속상해하면 '전혀 그럴 의도가 아니었'다면서 뻔뻔하게 나오는 사람들이 있는데요. 이러한 사람들에게는 본인의 말이 상대방에게는 얼마나 무례하고 불편함을 끼치는지에 대해 스스로 느낄 수 있도록 돌려줄 필요가 있습니다.


 내가 아프면, 상대방도 아픕니다. 다양한 무례한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앞서 두 사례의 사고방식과 대화방법에 대해 곱씹어 보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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