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무조건적 사랑보다 훈육이 필요하다 <더 글로리>

"부모"의 관점에서 바라본 <더 글로리> 리뷰

by KEIDY

(※주의! 이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될 만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더 글로리>를 보았습니다. 김은숙 작가의 말맛 나는 대사와 배우들의 호연으로 굉장한 인기를 끌고 있더라구요. 시즌 2개로 나뉘어있다는 것을 시즌1 드라마를 다 본 이후에 알아서 매우 허탈했지만, 지금까지로써는 복수극의 서사를 차곡차곡 잘 쌓아올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드라마 공개 이후 요새 큰 사회문제로 급부상하고 있는 학교폭력과 대중문화의 단골 소재인 부익부 빈익빈 문제에 대해서도 새롭게 조명되고 있죠.


그러나 저는 이 콘텐츠를 "부모"의 관점에서 바라보고자 하는데요. 일차적으로는 학교폭력을 실제 행하는 사람들(아이들)이 나쁜 것이지만 이러한 폭력의 강도를 더욱 심하게, 더욱 큰 문제로 확대시키는 것은 부모, 그리고 그들을 가르치고 올바른 길로 이끌어갈 다른 어른들의 책임도 분명히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저 또한 한 아이의 부모로써, 이러한 학교폭력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가에 대해 항상 고민하고 생각해오고 있기에 이와 관련된 이야기를 풀어보고자 합니다.


김은숙 작가가 인터뷰에서 말하길, 어느 날 아이가 "엄마는 내가 죽도록 다른 사람을 때리면 가슴 아플 것 같아, 아니면 죽도록 다른 사람에게 맞으면 더 가슴 아플 것 같아?" 라고 물었다고 합니다. 생각해보면 정말 아찔한 고민입니다. 우선 저도 부모기에, 이러한 질문을 처음 마주한다면 당연히 우리 아이가 죽도록 맞고 오면 더 가슴이 아플 것이라고 대답할 것 같습니다. 그러나 냉정히 상황을 놓고 생각해 본다면, 다른 사람을 죽도록 때리는 내 아이는 어쩌다가 그런 행동을 하게 된 것일까요?


아이가 어쩌다가 다른 친구를 때리고 왔다고 칩시다. 우리는 어릴 때부터 부모와 선생님 등 다른 어른들로부터 '다른 사람을 때리는 것은 안 된다'라고 배워왔습니다. 그러한 사건이 발생하면 우선 부모로서, 그리고 성숙한 어른으로서 잘못된 행동에 대해서는 엄하게 혼을 내고 아이를 훈육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아이가 왜 다른 친구를 때렸는지 이유를 물어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앞서 우선 다른 사람을 때리는 행동 자체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인지시켜야 합니다. 그리고 나서 이유를 물어도 늦지 않습니다. 여기에서도 중요한 것은 다른 사람을 때리게 된 아이의 마음에 대해 들어주되 그러한 행동은 용납할 수 없음을 부모가, 그리고 선생님이 행동으로써 보여주어야 합니다.


그러나 그런 사건이 있은 다음에, 만약 이러한 행동이 잘못된 것이라고 아무도 알려주지 않고, 심지어 맞고 온 아이 부모에게 연락해서 이를 문제시하지 않겠다는 조건으로 치료비와 합의금을 주면서 사건을 무마한다고 해 봅시다. 선생님도 문제를 키우고 싶지 않은 마음에 이러한 조치에 대해 방관한다고 해 봅시다. 아이는 처음에는 '다른 사람을 때리는 것은 안 된다'라고 배웠기에 본인의 행동이 언제 처벌받을지에 대해 걱정하겠지만, 같은 일이 반복된다면 조금씩 무뎌지고 새로운 규칙을 배워 갈 것입니다. '우리 부모님은, 내가 맞고 오는 것은 용납할 수 없어도 내가 때리고 오는 것은 괜찮다고 생각하는구나. 나는 남을 때려도 처벌받지 않는구나.' 드라마에서는 특히 부유하게 살아온 연진과 재준, 사라 그리고 부유하지는 않지만 이들 옆에서 기생하며 혜택을 누리는 명오, 혜정은 반복되는 결과를 통해 새로운 규칙을 습득하고 이에 더 나아가 본인보다 못 가진 사람들에 대해 어떤 행동을 하든지간에 죄책감을 느끼지 못하는 지경까지 이르게 됩니다.


부모가 가난해서 아이를 못 가르치거나, 부모가 부유해서 아이를 더욱 잘 가르치는 것은 아닙니다. 반대로 부모가 가난하더라도 아이는 바르게 키울 수 있고, 부모가 아무리 좋은 교육을 다 시켜도 인성 교육은 제대로 시키지 못하는 경우도 수두룩합니다. 중요한 것은 부모의 재산이 얼마나 되느냐가 아니라 아이를 얼마나 옳은 방향으로 잘 이끌어가느냐, 무조건적인 사랑이 아닌 적절한 훈육을 하느냐에 달려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기에 처음 아이가 잘못된 행동을 하고 왔을 때, 가슴이 아프더라도 아이에게 따끔하게 혼을 내야 합니다. 아이를 사랑하는 것은, 아이가 무슨 행동을 하든지간에 다 용서하고 감싸는 것이 아니라 이 세상에서 더불어 살아갈 수 있도록 올바른 사고방식을 갖춘 인간이 되도록 돕는 일이라고 믿습니다.


요새는 학교폭력 사건이 발생하면 아이들끼리의 싸움이 아니라 법적인 다툼으로 번져 결국 부모의 재력 싸움이 된다고 해요. 그러나 이 또한 호미로 막을 수 있는 것을 훈육의 적절한 타이밍을 놓쳐 가래로 막게 되는 것입니다. 내 아이가 잘못한 일이라면, 사과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도 부모의 의무입니다. 다시 한 번, '아이가 죽도록 남을 때리고 오는게 가슴 아픈지, 죽도록 남에게 맞고 오는게 가슴 아픈지'를 묻는다면, 장기적인 시각에서는 죽도록 남을 때리고 오는 것이 더욱 가슴아픈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는 결국 아이 뿐만이 아니라 저런 행동을 하기까지 방관하고 무조건적으로 감싸기만 한 부모로써의 나 또한 낙제점을 받는 것에 다름없습니다. 드라마 <더 글로리>는 아이를 진정으로 위하는 길, 그리고 아이를 제대로 된 한 사회의 구성원으로 키우는 방법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한 드라마였습니다.

dddddd.jfif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야차>와 <시카리오>로 보는, 정의와 필요악에 대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