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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아이>, "내가 도와줄게요"

대안가족이 개인의 삶에 미치는 영향

by KEIDY

2021년 2월 개봉작, <아이>.

좋은 평가에 비해 흥행 면에서는 아쉬운 성적을 남겼지만 영화의 만듦새, 그리고 배우들의 좋은 연기, 감독님의 따뜻한 시선이 인상적인 영화다.


제목 <아이>는 중의적 의미라고 한다. 나이가 어린 사람을 지칭하는 "아이"와 나 자신을 뜻하는 "I" 두 가지 의미라고 하는데 영화를 보면 왜 이러한 해석이 가능한지 바로 이해할 수 있다.


이 영화의 주인공인 아영은 "보호 종료 아동"인데, 고아원이나 시설 등에서 키워진 아이들이 성인이 되어 보호가 종료되고 사회로 독립하는 것을 일컫는다. 나이로써는 성인이기에 "보호 종료 청년"이라는 말을 쓰기도 한다고 하는데, 사실은 아직도 사회의 보호가 필요하다는 관점 하에 "청년" 대신 "아동"이라는 말을 사용해도 이상하지는 않을 것 같다.


보호 종료 아동인 아영은 지원금을 받기 위해 오히려 노동을 "덜" 해서 소득을 "덜" 잡히게 해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 그러한 상황 속에서 아동학과 전공을 살린 베이비시터 일을 소개받게 되고, 아이를 맡기는 싱글맘 영채는 처음엔 까칠한 성향으로 불편하게 다가왔지만 아이를 돌보는 어느새 점차 친해지게 된다. 영채의 삶은 고단하지만 아영이 아기를 예뻐하며 잘 돌봐주었기 때문에 그럭저럭 살아갈 수 있었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그러던 와중 아이에게 사고가 나고, 이 사고의 책임을 영채가 아영에게 돌리기 시작하면서 두 사람의 관계는 완전히 깨져버린다. 그리고 영채는 아이를 혼자 잘 키울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하며 아이를 다른 곳으로 보내려 하고, 아영은 영채가 다시 아이를 키울 수 있도록 큰 결심을 하게 된다.


이 영화를 보면 사회적 이슈가 되는 소재들이 많이 등장한다. 보호 종료 아동, 싱글맘, 불법입양, 무연고자 사망, 비효율적인 행정처리, 어린이집 보육 등... 가끔은 영화를 보면서 불편해지기도 한다. 사회적 소재를 다룬 영화들에서 흔히 느낄 수 있는 감정이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 나면 뭔가 가슴속이
따뜻하게 간질간질해지는 느낌이 난다.


물론 영화의 결말을 보고 너무 개인 간의 연대에 치우친 해결이 아니냐는 비판이 있을 순 있다.

그렇지만 영화는 원래 픽션이 아니던가? 영화가 사회적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저, 영화는 사회에 이러한 사람들이 있고, 이러한 문제도 있지만, 우리 한 명 한 명이 손을 내밀 수도 있다는 그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에 집중한다.


삶이 힘들 때, 가장 친밀한 인간관계 중 하나인 혈연(가족)은 많은 의지가 된다. 하지만 때로는 남보다 못한 가족이 있을 수 있고,혈연이 없는 사람도 있으며 있더라도 의지하기 어려운 상태일 수 있다.


대안 가족도 진짜 가족 못지않게
개인의 삶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그 사람을 진심으로 걱정하고 위로하는 사람이 단지 혈연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가족이 아니라고 할 수 있을까? “가족"의 의미는 더욱 확대해서 쓰일 수 있다.


팍팍한 현실을 비관하여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람들도 많다고 한다. 현실을 바꿀 순 없어도, 내 주변에 좋은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것은 가능한 일이다. 그리고 내 주변에 삶에 지쳐 힘들어하는 사람이 없는지, 바쁜 와중에도 가끔은 돌아볼 수 있어야 한다.


서로에게 위안이 되는 인간관계가
한 명이라도 있다면 그 삶은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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