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스레, 책 읽는 습관 기르기
어렸을 때부터 책을 좋아했다. 할머니 할아버지를 모시고 사느라 바쁜 엄마를 대신해 책은 나에게 많은 위로가 되어줬던 것 같다. 덕분에 글씨도 빨리 읽게 되었고, 심심하거나 궁금한 것이 생겼을 때는 책부터 찾게 되었으니 좋은 습관을 들인 셈이다.
아이를 키우면서 내가 제일 잘 했다고 생각하는 것은 자연스럽게 책을 읽히는 습관을 들인 것이다. 남편도 책을 좋아해서, 우리 둘이 항상 번갈아서 책을 읽는 모습이 아이에게는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진 것 같다. 아이에게 책을 읽어줄 때면, 꼭 내 무릎에 앉아서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책을 본다. 다양한 종류의 책들을 읽어주려 하지만 아이가 특히 좋아하는 책의 경우는 하도 많이 읽어서, 튼튼하게 제본된 책이 너덜너덜해진 것도 많다. 아이는 너덜너덜하게 낱장이 삐져나오는 책을 작은 손에 쥐고 또 읽어달라고 조른다. 테이프로 덕지덕지 수선된 책을 보며 아이의 한결 같은 소나무 취향에 혀를 내두른다.
평소에도 책을 자주 읽지만 매일 루틴처럼 반드시 지키는 때는 잠 자기 직전이다. 잠 자러 갈 시간이 되면 아이는 자연스레 책장에서 읽고 싶은 책을 골라온다. 며칠 내내 같은 책을 읽어줄 때도 있지만 그날 그날 골라오는 책에 따라 나의 준비자세도 달라진다. 밤이 너무 늦어서 한두 권만 읽어주고 싶은데 어떨 때는 골라온 책을 다 읽고도 딱 한권만, 한권만 더 읽어달라고 다시 쪼르르 책장에 가서 책을 골라온다. 마음 약해지는 날에는 책을 서너 권 더 읽어줄 때도 있다. 그렇게 충분히 책을 읽고 나면, 아이는 자연스럽게 침대에 눕고 금세 잠이 든다. 소중하면서도 뿌듯한 시간이다.
유치원 상담에 간 날, 선생님께서 아이가 자유 시간에 책을 참 즐겨 본다며 놀랐다는 말을 하셨다. 그 나이 대 아이들은 보통 장난감을 좋아하지, 책을 먼저 찾아 읽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이란다. 그 말을 듣고 내가 해 줄 수 있는 최고의 습관을 전해준 것 같아서 기분이 몹시 좋았다. 책을 읽어줄 때마다 초롱초롱 집중하는 아이의 얼굴을 보며, 아이에게도 부디 책이 다정한 친구가 되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