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조건적으로 균형을 맞추기보다, 가치관에 따라 선택하는 것
육아휴직 후 복직한 바로 다음 해, 승진이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하고 마음의 준비를 미리 한다고 해도
허전함, 아쉬움, 왠지 모를 상실감, 허탈함은 필연적으로 느낄 수밖에 없다. 결국은 상사 눈앞에서 얼마나 많은 시간을 희생했는지가 조직에서 인정받는 지름길인 것일까? 여러 가지를 다 하고 싶은, 포기하기 싫은 욕심이 있다. 돈도 명예도 육아도 자기 발전도 다 갖고 싶은 나는 정말 욕심쟁이일까. 최소한 육아와 공부는 병행하고 싶은데... 공부하고 싶은 것이 있어도 시간을 내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워라밸, 지키는 것이 어렵다. 한 명을 키우는 것도 이렇게 힘든데… 다자녀 워킹맘들은 도대체 어떤 하루를 보내는 건지, 정말 존경스럽다.
회사를 다니고 돈을 버는 이유는 우리 아기 과자값을 벌기 위해서,라고 반 농담 반 진담으로 얘기하곤 한다.내 삶에서 회사생활이 매우 중요한 축을 차지하지만 때로는 "아이를 위해서는 못할 것이 아무것도 없다, 그게 비록 내 커리어를 희생하는 것일지라도" 라는 생각이 불쑥불쑥 들 때가 있다. 예전엔 아이 때문에 회사를 그만두는 엄마들을 이해하지 못했었는데 내 아이를 잘 키우기 위해, 자의든 타의든 그렇게 하는 심정이 이제 이해가 된다.
부부가 한 쪽씩 아이의 손을 잡고, 아이와 발맞추어 집까지 천천히 걸어가는 시간. 그 순간이 바로 행복이구나, 느낀다. 기온 때문에 차갑지만 나의 손 안에서는 온기가 느껴지는 작은 손이 너무 사랑스러워서 놓고 싶지 않은 기분. 회사를 다니느라 평일엔 아기와 함께 할 시간이 적은데, 가끔 휴가를 내어 직접 하원 시킬 때면 같이 손잡고 걸어가고, 놀이터에서 뛰어놀고, 주변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 순간의 느낌을 잊지 말아야겠다. 무의식 중에 내 욕망을 아이에게 투사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그냥, 그 존재만으로 사랑받을 가치가 충분히 있다고, 눈을 보며 이야기해 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