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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IDY Jul 02. 2021

육아휴직이 의무화된다면

여자에게는 필수, 남자에게는 선택? 모두 의무화한다면

 임신한 후에야 육아/임신에 관련된 법령과 회사 사규를 열심히 찾아보게 되었다. 그 전까진 막연하게 생각만 했었고 구체적으로 어떻게 되는 건지, 정보는 어디에서 얻는 건지 큰 관심이 없었는데, 막상 임신 이후에 현실로 들이닥치니 정말 꼼꼼히 읽어보게 되는 것 같았다. 그리고 깨닫게 된 몇 가지 사실.


 예전보다는 환경이 많이 나아졌다는 건 맞는 것 같다. 입사 초기에만 해도(2009년쯤) 아기를 낳으면, 또는 임신하면 회사를 그만두는 직원들이 많았다. 그때는 왜 저분들은 아쉽게 그만두는 걸까,라고만 생각했는데 이제 와서 생각해보니 회사 내부에서 임신과 육아휴직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았음을, 그리고 그 압박을 이겨내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었음을 깨달았고 아기를 봐줄 사람이 없어서 그만두시는 분들도 상당히 많았음을 이제야 알았다.


 요새는 여성들이 육아휴직을 쓰기에 상황이 많이 좋아졌다고 느낀다. 여성 기준으로 출산 전후 휴가 3개월 의무에 육아휴직 최대 1년(유급)이고(출산 이후 45일 남는 것만 확실하다면 미리 쉬는 것도 가능. 이 부분도 좋은 듯하다.) 그리고 내가 다니는 회사 기준으로 여성 직원에 한하여 육아휴직 1년 연장도 가능하다.(대신 무급). 최대 2년 3개월이 가능한 것이다. 그중 출휴 3개월 + 육휴 3개월이 의무적이다. 그 후 연장 여부는 개인마다 조금 다른 듯 하지만...


 그리고 임신 때도 관련 법령과 회사 내규를 폭풍 검색, 임신기간 근로시간 단축제도라는 것을 알게 되어 바로 사용 신청을 했다. 임신 12주 이내 또는 36주 이후의 모든 여성 근로자가 임금 삭감 없이 근로시간을 하루 2시간 줄여 일할 수 있는 제도였는데, 나의 경우는 임신 초기 8주 ~ 12주까지 약 1달간, 그리고 임신 말기 36주 ~ 38주까지 2주간 단축근무를 유용하게 사용하였다. 병원 검진시간을 보장받는 법령도 있었는데 그건 단축근무 시간을 활용하거나 토요일 검진을 하면서 특별히 사용 안 했던 것 같다.

 또한 우리 회사는 그룹 지침에 따라 남성들도 1달간 육아휴직을 의무로 쓰게 되어 있다. 요새는 1달만 쓰는 게 아니라 3개월~1년까지도 쓰는 남자들도 있어서 예전보다는 나아졌음을 느꼈다.


 하지만 이렇게 모든 게 좋아진 상황에서, 나는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출산/육아에 대해 여성들에게 육아휴직 기본 3개월을 의무화하는데, 왜 남성에게는 의무화하지 않을까? 남성의 육아휴직을 장려하기 위해 국가에서도 여성의 육아휴직에 연달아서 남성이 육아휴직을 하면 육아휴직급여를 더 주는 등 여러 대책을 내놓는다고 한다. 그리고 남성들의 출산 전후 휴가도 10일로 늘어났고, 육아기 단축근로제도도 개선하는 등  더 나은 방향으로 법령이 개정되는 것은 맞다. 하지만 이러한 대책보다는 좀 더 현실적일 수 있는 방법이 남성의 육아휴직 의무화라고 생각했다. 출산은 불가피하게 여성의 몫이지만 육아는 얼마든지 같이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엄마가 아빠보다 더 아이를 잘 보기 때문에 여성이 육아를 해야 한다, 라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의 고정관념 속에서는 당연히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여자도 아기를 낳기 전까지는 육아에 대해 모른다. 주변 환경을 통해 미리 정보를 입수하고 형제자매의 육아를 가끔 돕는 등의 경험을 해 봤을 수는 있지만 근본적으로 여성과 남성은 육아에 있어서는 (특히 첫 애일 경우에는 더더욱) 둘 다 무지하다. 단지 여성이 출산 초반에 의무적인 휴가 기간이 더 길어서 아이를 돌보는 시간이 많았을 뿐이다. 우리도 어떤 일에 익숙해지고 노련해지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듯이 육아에 익숙해지고 돌봄의 지식을 습득하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여성, 남성의 유전적 특성보다(소위 “모성애”로 대변되는) 경험에서 오는 차이일 뿐인데, 전후관계가 잘못된 것은 아닐까.


 모유를 먹이는 게 좋기 때문에 여자가(엄마가) 돌보는 게 맞지 않냐, 는 반박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이 또한 선택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물론 나도 아이를 낳기 전(그리고 출산 이후에도) 모유수유에 대한 일종의 강박이 있었다. 첫아기였기 때문에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 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기도 하다. 그러나 의외로 모유수유를 100% 하는 사람(완모,라고 표현한다. 모유와 분유를 같이 먹이면 혼합이라고 부른다. 맘 카페에서 알게 된 용어)이 굉장히 드물다. 그리고 여러 사정에 의해 모유수유를 하고 싶어도 못 하는 사람들도 많이 보았다. 엄마의 몸이 아파서 약을 먹게 되거나 체력이 좋지 않아서 모유수유가 어려운 경우도 있었고 아이가 빠는 힘이 약해서 모유보다 분유를 선호하여 먹이는 경우, 복직을 빨리 해야 돼서 모유를 떼야하는 경우 등등...


 그리고 이러한 케이스들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엄마의 선택에 의해서 분유 수유를 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특히 분유 수유를 하는 엄마들에 대해 일종의 죄책감(?)을 갖게 하면서 모유수유를 신봉하는 경우가 많은데 분유를 먹는다고 해서 아이가 덜 건강하거나 덜 행복한 건 아닌 것 같다. 오히려 엄마의 행복감이 아이의 행복감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크다는 연구결과가 있을 정도이고 엄마가 아이를 덜 힘든 방식으로 키운다고 해서 아이를 덜 사랑하는 것 또한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모유수유 때문에 엄마만 육아휴직이 가능하다는 논리 또한 이치에 맞지 않는 것이다. 아빠가 사랑으로 분유를 먹여주는 것이 엄마가 스트레스 받아가면서 아이에게 모유수유하는 것보다 정서적으로는 훨씬 나을 수 있다.


 결국, 여성에만 해당하는 육아휴직 의무화는 육아에 대한 고정관념에서 나오는 것이 아닐까 싶다. 여성에 대한 육아휴직 의무화도 매우 중요하지만, 남성에게 육아휴직을 의무화한다면 기업이 남녀를 바라보는 시각도 달라질 것이고, 여성의 고용 불안함 및 복직에 대한 걱정도 다소 해소가 되지 않을까?


 그리고 남성 육아휴직이 예외적인 케이스라기보다는 아기를 낳으면 누구나 해야 되는 의무적인 일이 된다면육아의 힘듦에 대한 인식 차이에서 나오는 남녀 간의 갈등도 좀 더 슬기롭게 해소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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