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치맘은 이렇게 탄생한다
나는 아이를 좋아하지 않는다. 아니, 좋아하지 않았다.
예전부터 좀 쌀쌀맞아 보인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실제로도 막 정이 넘치거나 애교가 있다거나 싹싹하고 친절한 성격은 아니다.
옛날, 친척 동생들이 우리 집에 오면 나를 피해 다녔다. 내 물건에 손을 대거나, 아이가 버릇없이 굴거나 하면 나이와 상관없이 무조건 때려서 응징했기 때문이다.
아기를 대할 때도 어색하고 힘들었다. 특히 아기가 울면 뭘 해야 될지도 모르겠고, 굳이 관심 없는데 관심 있는 척 연기하기도 쉽지 않았다.
아기를 낳기 전에는 친하지 않은 다른 사람들이 아기를 자랑하는 게 너무 이상해 보였다. 아니, 당연히 자기 자식이니까 본인 눈에는 예쁘겠지. 근데 나는 내 아기라도 객관적으로 평가해야지.
그런데 내가 아기를 낳았다. 낳자마자 너무 신기했던 건, 그 쪼글쪼글하고 쬐끄마한 아기가 너무 예뻐 보였다는 거다. 객관적으로 보겠다고 했으면서... 아기의 모든 것이 다른 아기들에 비해 뛰어나 보였다. 예전에 이해할 수 없었던 다른 부모들의 마음이 십분 이해가 되었다. 다들 이렇게 도치맘이 되어가는구나! 나도 예외는 아니구나!
요새 매일 밤마다 남편이랑 자기 전에 꼭 하는 것이 있다. 그날의 아기 사진과 동영상을 복습하는 것이다. 그리고 매일 똑같은 얘기를 한다. "자기, 우리 아기 진짜 예쁜 것 같아." “우리 아기 진짜 잘생긴 것 같아."
“정말 객관적으로 귀여운 것 같아."
정말 요새는 눈치 없이 결혼 안 한 사람들에게도 사진과 동영상을 보여준다. 한편으로는 미안하면서도, 1일 1 자랑을 안 하면 너무 괴롭다. 이 예쁜 모습을 나 혼자만 알아야 한다고? 누가 좀 알아줬으면!!!
오늘도 도치맘은 사진과 동영상을 보며 잠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