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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IDY Jan 19. 2022

아이가 감기에 걸리면

"엄마, 나 아프면 안 되지." 엄마도, 아이도 고생하는 아이의 감기

 아이가 감기에 걸렸다. 이번 겨울 들어 3번째인 것 같다. 서둘러 병원에 가니, 이번 감기는 기침이 심해질 수도 있어서 자칫하면 폐렴으로 번질 수 있다고 한다. 걱정을 한가득 안고 집으로 돌아왔는데, 집에 오자마자 열이 오른다. 이런, 어쩌지. 해열제 처방받아 둔 게 있었나? 급히 서랍을 뒤져보니 반쯤 먹은 해열제가 있다.

휴, 일단 한시름 놓는다. 해열제를 먹인 시간을 체크하고, 일단 손을 씻기고 옷을 갈아입힌다.


 주말이라 어디  나가볼까 했었지만, 오늘은 외출 금지다. 원래 밥을  먹던 아이 었는데, 목이 아픈지 점심은 깨작깨작 하더니  넘게 남긴다. 아이고, 저녁에는 죽을  줘야 하나. 약을 먹이려고 보니 항생제를 같이 처방해 줬는데 약사 말로는 약을 냉장고에 보관하면  써진단다. 물론, 그냥 먹어도 쓰다는 이야기다. 역시나, 그나마 해열제는 달달해서 수월하게 먹였는데 처방받아  약을 먹이니  먹겠다고 난리난리를 친다. 겨우 붙들어 먹이는데, 주르륵. 약이 그대로 쏟아진다.


 아이 옷도, 내 옷도 모두 끈적끈적한 물약과 그 사이 알알히 섞인 가루약 범벅이 된다. 화장실로 데려가 얼굴을 씻기고, 옷을 갈아입히고 남은 약이라도 먹일까 싶어 한번 더 살살 먹여보는데 이번에는 약을 삼키지 않고 물고만 있다. 다 먹으면 텐텐 줄게, 비타민 줄게 아무리 달래도 삼키지 않는다. 포기하고 돌아서는데, 어느 순간 아이의 입이 텅 비어있다. 이런, 이미 약을 한번 더 주르륵 뱉었다. 한번 더 옷을 갈아입히고 얼굴을 씻기고, 더러워진 바닥을 닦고 나니 현타가 온다.


 밤에는 쿨럭쿨럭 기침이 심해진다. 재빨리 기침 패치를 붙인다. 낮까지만 해도 기침과 열만 있었는데 밤이 되니 콧물도 줄줄 나오기 시작한다. 아이고, 병원에서 증상 설명할 때 그때는 콧물은 없었어서 콧물약은 처방받지 못했다. 조금만 있어도 훌쩍훌쩍, 코맹맹이 소리를 내는 아이의 코를 가제로 닦아준다. 한가득 쌓여있던 가제수건이 점차 빨래통으로 들어가는 걸 보니, 빨리 세탁기를 한 번 돌려야겠다. 열이 나서 칭얼거리는 아이에게 해열제를 한번 더 먹이고, 재우러 들어간다. 약 기운이 조금이나마 도는지 금세 잠이 들고, 잠든 아이의 몸에 이불을 꼭 덮어주고 어질러진 거실을 정리하러 살금살금 나온다.


 새벽 1시쯤, 아이가 우는 소리에 잠이 깬다. 콧물 훌쩍거리는 소리와 기침 소리가 심상치 않더니 기어이 잠이 깼다. 쉽사리 일어나지 않는 몸을 겨우 일으켜 아이를 다시 재우러 간다. 아프니까 짜증이 나는지 엄마가 옆에 누워도 싫고 일어나도 싫고 나가도 싫고 들어와도 싫단다. 담요를 달라고 했다가, 물을 달라고 했다가, 엄마방에서 잔다고 했다가, 다시 자기 방에서 잔다고 한다. 여러 번 셔틀을 하고 겨우 다시 재웠다. 푹 자기를 바라면서...


 새벽 4시, 아이가 다시 깨서 운다. 이번에도 방에 가서 달래니 안아달라고 칭얼거린다. 나도 잠이 덜 깨서 누워서 토닥토닥 안아줬더니 더 울고불고 난리이다. 까치집을 한 남편이 아이를 보러 와서, 안아달라고 하는데 왜 안 안아주냐고 타박한다. 그제야 아, 일어나서 안아달라는 거였구나, 싶다. 아이를 안아 들고 거실로 나갔는데, 이제는 제법 무게가 나가는 아이를 한참 안고 있으니 허리가 아파서 소파에 앉게 된다. 물론, 아이는 귀신같이 알아채고 일어나라고 난리를 피운다. 일어나고 앉고, 또 물을 달라고 해서 물을 먹이러 왔다 갔다 하며 몇 번 실랑이가 오간 끝에 내 입에서 이젠 엄마 보고 어쩌라는 거냐며 짜증이 치솟는 소리가 나온다.


 아이에게 소리를 치고 속상한 마음에 아이를 다시 꽉 안아보니 열이 다시 나고 있다. 아, 열이 올라서 다시 짜증을 내고 물을 찾았구나. 괜스레 너무 미안해진다. 갑자기 불을 켜면 아이가 눈부셔하니 최소한의 불만 켜서 해열제를 정량만큼 따르고 우는 아이를 겨우 달래서 해열제를 한번 더 먹인다. 새벽에도 먹인 시간을 체크한다. 한창 난리를 피우던 아기가 또 잠이 든다.


 잠을 제대로 못 잤더니 정신이 혼미하다. 그러는 와중에 아이가 주말 넘어서까지 아프면 어쩌나, 문득 걱정이 든다. 워킹맘의 고충이다. 월요일은 회의가 있어서 빠질 수는 없는데... 하원 도우미님도 월요일 오시기로 했는데. 아이가 아프면 어린이집에 갈 수 없으니, 이모님 일정을 조정해야 하나? 미리 말씀드려야 하나? 좀 더 상황을 지켜볼까? 그게 또 걱정이다. 아이가 아프면 이러한 현실적인 걱정이 먼저 드는데 갑자기 아이에게 또 미안해진다. 아이가 열만이라도 내리면 어린이집에 보내야 하나? 아직 컨디션이 100%가 아닌데, 며칠 가정보육해야 하나? 괜스레 또 걱정이 된다.


 결국, 아이는 주말 내내 열이 오락가락했고 고심 끝에 일요일 저녁에 시댁에 SOS를 쳤다. 흔쾌히 와 주시겠다는 시부모님의 답변을 듣고 한시름 놓으며 월요일에 먹을 죽을 미리 준비해야겠다고 생각한다. 월요일이면 처방받은 약도 다 떨어져서 병원에 한번 더 가야 하는데... 시부모님께는 죄송하지만 병원까지 다녀와 달라는 부탁까지 해야 할 것 같다.


 아이가 밥을 먹다가, "엄마, OO이 아프면 안 되지.”라고 한다. 엄마가 "우리 아기, 아프면 안 돼~"라고 말했더니 자기가 아프면 안 된다고 나를 따라서 얘기하나 보다. 아이를 꼭 안으며, "우리 아기, 아파도 돼. 근데 아프면 엄마가 가슴이 너무 아파. 그러니까 밥이랑 약이랑 잘 먹고 빨리 낫자~" 하며 대답해 주었다. 괜스레 마음이 시큰거린다. 아파서 칭얼거리는 건데, 내가 더 참아보고 내가 더 예뻐해 줘야지. 새삼 다짐하는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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