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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IDY Feb 03. 2022

다치지 말자, 엄마가 미안해

연휴 마지막 날, 아이의 이마가 찢어졌다.

 잠이 안 온다. 아까 아이가 심하게 이마를 다친 탓이다. 내일 아침 일찍 병원에 가기로 해서 빨리 잠자리에 들려 했지만, 심란한 마음에 점점 더 정신이 또렷해져 잠을 포기하고 책상 앞에 앉는다.


 연휴 마지막 날. 내일이면 회사에 가야 하니 아이 저녁도 일찌감치 먹였다. 아이가 저녁을 잘 먹어서 기분이 좋았고, 이제 빨리 씻기고 장난감으로 어질러진 방을 정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좋아하는 동요를 틀어달라고 해서 유튜브로 동요를 찾아줬다. 노래를 들으며 장난을 치기에, 나도 기분이 한껏 좋으니 노래를 따라 부르며 아이를 잡는 시늉을 했다. 아이는 꺄르르 웃으며 방으로 도망갔다.


 방으로 들어가자마자 쿵, 하는 큰 소리가 난다. 놀라서 아이에게 달려가니 침대 가드에 머리를 찧은 것 같다. 자지러지게 우는 아이를 안고 달래며 어디를 다쳤는지 살펴봤다. 휴, 크게 다친건 아니구나, 라고 생각하는 순간 아이의 이마에 빨간 핏자국이 보인다. 이마를 덮고 있던 머리카락을 들추니 빨갛게 움푹 패인 상처가 이제서야 보인다. 아, 이래서 이렇게 우는구나 싶은데 상처가 생각보다 깊어서 당황스럽다. 남편이 방에 들어와서 아이 상처를 보더니 화를 낸다. 지금 제일 속상한 건 나인데, 화를 내니 나도 짜증이 확 나면서 남편에게 쏘아붙인다. 아이는 울음을 멈추지 않았다.

  

 우선 급한대로 피를 닦고, 약을 바르고, 습윤밴드를 붙였다. 피를 닦을 때 또 한번 크게 울고불고 난리가 난다. 이 정도 상처면 어떻게 해야하는지 감도 안 오는데, 응급실이라도 가야하나, 병원을 검색한다. 하필이면 연휴에 저녁 7시가 다되어가서 문 연 병원이 없다. 게다가 상처가 깊게 난 것이니 자칫하면 꿰매야 할 수도 있는데, 그냥 응급실에 가봤자 소독해주고 대충 꿰매기만 할 것 같아서 급히 아이 상처를 봉합할 수 있는 병원을 찾는다. 예전에 누가 스치듯이 아이가 입술을 다쳐서 병원에서 꿰맸었다는 얘기를 한 것 같아, 염치불구하고 전화를 걸어 병원 정보를 얻는다. 언니에게도 전화해서 예전에 조카가 다쳤을 때 어떻게 했었는지 묻는다. 여러 군데 전화를 돌렸는데 응급실은 상처 봉합을 하려면 해당 의사가 6시간~7시간 걸려 와야한다고 하고 어느 병원은 원장님이 내일까지 휴뮤라고 하고... 어떤 병원은 유명하다고 해서 찾아봤는데 후기가 좋은게 하나도 없다. 여러 정보를 검색한 결과, 후기도 괜찮고 성형외과 의사가 상주하는 병원을 찾았다. 1:1 상담을 신청해서 물어보니 봉합은 24시간 이내에만 하면 되서 오늘은 응급조치만 하고 내일 아침 일찍 오라는 얘기를 해 준다. 아이는 응급조치를 하자마자 너무 울어서 피곤했는지 바로 잠이 든다.


 이제는 워킹맘 타임이다. 아이가 너무 걱정되면서도 내일 회사를 못 나가기에 잡았던 회의 일정과 약속 일정을 다 미뤄야 한다. 여러 명이 모이는 회의인데다가 내가 주도적으로 잡은 일정이라 변경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점심약속을 잡은 사람에게도 연락해서 양해를 구한다. 팀원에게도 내일 못 나가는 것에 대해 연락하고, 어린이집에도 알림장을 써야 한다. 엄마와 시어머님에게도 연락드려서 상황을 설명한다. 지금은 늦었으니 내일은 하원이모님께도 연락드려야 하겠다. 내일 연차를 써야하니 대표님께도 연락드려야 하나? 대표님까지 연락드리는 건 오버인가? 골치가 아프다. 원래 내려고 했던 연차 일정을 변경하면서 그 날 예약해둔 모든 것을 취소해야 한다. 이 또한 너무 미안하지만 어쩔 수 없으니... 블록처럼 끼워뒀던 일정들이 와르르 무너진다.


 아이가 갑자기 칭얼거려 방으로 들어가 본다. 아이 얼굴을 쓰다듬어 보는데, 다친 이마를 혹시라도 건드리게 될까봐 조심스럽게 만져본다. 괜히 아이 장난을 맞춰줬나... 아이가 요새 막 뛰어노는 걸 잘 알면서, 괜히 흥분하게 만든 내가 잘못한 것 같아서 너무 미안한 마음이 든다. 내가 조금이라도 빨리 방에 들어갔었으면 이러한 사고를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죄책감도 든다. 아이 얼굴에 흉이 지면 어쩌지. 내일 가능하면 수면마취가 아니고 부분마취로 상처를 치료할 수 있으면 좋겠는데. 아이가 울면 또 가슴이 미어질 것 같다. 내일 정말 무사히, 아이가 조금이라도 덜 아프게 치료를 마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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