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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IDY Feb 08. 2024

[대상관계in회사]충분히 좋은 팀장

회사생활에 ‘Good enough mother’ 개념을 적용해 본다면

 최근 대상관계이론 책에 푹 빠져 있어서, 그와 관련된 개념들이 머릿속에 계속 맴돌며 일상과 연결지어 생각해보게 된다. 대상관계이론를 발전시킨 여러 대가들이 있지만, 그 중 위니콧이라는 학자는 따뜻한 이론가로 유명하며 특히 많은 엄마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고 한다. 그 이유는 ‘Good enough mother’ 이라는 개념 때문일 것인데, 이를 직역하면 ‘충분히 좋은 엄마’라는 뜻이지만 좀 더 의역을 덧붙이면 ‘이만하면 좋은 엄마’, ‘그리 나쁘지 않은 보통의 엄마’라는 뜻이다. 즉, 완벽한 엄마가 필요한 게 아니라 보통의 엄마가 적절한 역할을 해 주기만 한다면 아이는 잘 자랄 수 있다는 아름다운 의미를 담고 있다. 


 위니콧은 ‘Good enough mother’의 3가지 특성에 대해 설명했다. 첫 번째는 안아주기 환경(holding environment)으로 아이의 방식과 속도에 맞춰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이해하고 제공하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을 말한다. 여기에서 대상으로서의 엄마와 환경으로서의 엄마 역할이 정의되는데, 대상으로서의 엄마는 아이가 흥분할 때 마치 거울처럼 적절하게 반응해 주는 것을 말하며 환경으로서의 엄마는 아이가 조용히 있을 때 그 세계를 침범하지 않고 같이 있어주는 것을 말한다. 두 번째는 아이 경험을 존중해 주는 것으로 아이가 담요나 인형 등을 계속 가지고 다니는 것을 고집할 때 그 대상을 인정하고 존중해 주는 모습이다 세 번째는 아이의 공격성을 견뎌내는 것인데 아이가 엄마에게 공격성을 보일 때 보복하거나 무시하지 않고, 아이를 받아내고 버텨주는 것이다. 


 이 개념을 회사생활에 적용하면 어떨까? 갓 들어간 신입사원이나 사원 ~ 대리 정도의 평범한 직장인에게 ‘엄마’의 역할을 해 주는 사람은 때로는 임원, 선배, 사수 등일 수는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팀장’일 것이다. 팀장은 팀원이 어떤 역할과 책임을 가져야 하는지를 가르치고, 팀에 적응하기 위해 도우며, 다른 팀과 어떻게 관계를 맺을지에 대해 알려주는 등 다양한 ‘엄마’로서의 역할을 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좋은 팀장을 만난 사람은 업무 및 회사 적응도가 빨라지지만, 나쁜 팀장을 만난 사람은 일을 잘못 배우거나, 조직에 적응하지 못하고 떠나게 되는 경우도 많다. 


 앞서 언급한 ‘Good enough mother’의 개념을 직장으로 끌어와 ‘Good enough team leader’ 이라는 개념으로 생각해 보려 한다. ‘충분히 좋은 엄마’, ‘그리 나쁘지 않은 보통의 엄마’처럼 팀장 또한 ‘충분히 좋은 팀장’, ‘그리 나쁘지 않은 보통의 팀장’ 의 역할을 해낸다면 다수의 많은 팀원들이 회사에 잘 적응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렇다면 충분히 좋은 팀장의 조건은 무엇일까? 첫 번째, ‘안아주기 환경’의 의미를 적용해 본다면 회사생활을 함에 있어 팀원들마다 각각 적응의 방식과 속도가 다를 것이므로 이를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다. 어떤 팀원은 새로운 환경에 빠르게 적응하는가 하면 어떤 팀원은 환경 변화에 예민해서 적응이 더딜 수 있고, 어떤 팀원은 눈치가 없어서 바뀐 환경조차 모를 수 있다. 팀장은 다른 기질을 가진 팀원들에게 각각 다른 방식으로 업무를 진행하도록 독려해야 하며, 그들이 가진 장단점을 파악해서 장점은 사용하고 단점은 보왼하도록 격려할 필요가 있다. 또한 대상으로서의 엄마가 흥분한 아이에게 거울반응을 해 주듯 대상으로서의 팀장은 억울한 일을 겪어서 화가 나거나, 재미있는 프로젝트를 담당하게 되어 기분 좋게 흥분할 때는 그 감정에 공감하는 반응을 해 주며 나쁜 감정은 누그러뜨리고, 좋은 감정은 같이 즐겨주는 것이다. 환경으로서의 팀장도, 팀원이 스스로 업무를 차분하게, 잘 해나가고 있을 때는 굳이 끼어들어서 훈수를 두지 말고 그저 지켜봐주는 역할을 해 주면 된다.


 두 번째, 아이 경험을 존중해 준다는 의미를 회사생활에 적용해 보면 팀원이 프로젝트를 담당할 때 팀장이 나서서 프로젝트를 주도적으로 진행하는게 아니라, 너무 잘못되지만 않는다면 팀원이 끌고 나가는 방향을 신뢰하면서 팀원의 능력을 인정하고 존중해줄 필요가 있다. 그리고 아이가 애착을 갖는 대상에 대해 엄마가 인정해주고 존중해 주는 것처럼 팀원이 업무를 하면서 특정 프로젝트나 다른 동료나 멘토 등 다른 자원들에 애착을 갖는 경우 그것을 인정하고 존중해 주면서 적당한 수준에서 애착 수준을 관리할 수 있도록 피드백을 주면 좋을 것 같다.


 세 번째, 아이의 공격성을 견뎌낸다는 의미를 적용해 본다면, 떄로 팀원이 본인이 원하는 바를 관철시키고자 강력하게 주장할 때 (공격성을 표출할 때), 팀장이 그에 대해 불쾌하게 생각하여 무조건적인 반대를 하거나 심하게 꾸짖을 수 있는데 이렇게 하기보다는 그 공격성을 회사 내에서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으로 조절해 주고 견디어내주는 것이 중요하다. 단순히 모든 공격을 무차별적으로 이해하고 받아내주라는 것이 아니라, 팀원이 어떻게 하면 본인이 원하는 바를 잘 관철시키면서 상대방에게 필요한 자원을 얻어낼 수 있는지를 가르쳐주는 것이다. 팀장이 그 방법을 몸소 보여주는 것도 좋고, 공격성 내에 숨겨져 있는 진정 필요한 욕구만을 분리해 내어 볼 수 있게 도와주는 것도 좋다.


 엄마도 완벽하지 않듯이, 팀장 또한 완벽하지 않다. 그러나 ‘충분히 좋은 팀장’, 즉 기본에 충실한 것만으로도 팀원들에게는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다. 완벽한 팀장이 되려고 고군분투하기보다, ‘보통의 팀장’으로 목표를 정한다면 스스로에게 부과하는 비현실적인 책임과 그로 인한 스트레스가 경감되어 결과적으로는 더 나은 팀장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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