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왠지'라는 느낌을 그냥 넘겨서는 안 되는 이유
<무의식은 답을 알고 있다>라는 책을 보았습니다. 작가의 이력이 매우 독특했는데, 원래는 유명한 공대 출신의 누구나 알아주는 대기업 개발자였지만 최면과 심리학, 무의식, 상담 등에 관심을 갖게 되어 커리어를 변경했다고 합니다. 이렇게 커리어를 변경하는 과정에서 무의식이 많은 영향을 미쳤으며 무의식을 잘 이용한다면 개개인에게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생각으로 책을 쓰게 되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책에서 말하는 '무의식'은 본능, 육감, 촉, 말로는 설명 못하는 느낌적인 느낌 등과 유사한 개념처럼 보입니다.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정신분석학의 창시자 프로이트는 '무의식'을 깊게 연구한 것으로 유명합니다. 프로이트는 '무의식을 의식화'하는 것을 치료의 궁극적 목표로 생각했고 이를 인식하는 것만으로도 많은 병리적 증상과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분석심리학 학자 융은 무의식을 잘 활용한다면 더 풍요롭고 창조적인 삶을 살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가끔 이런 일이 있습니다.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A를 선택하는 것이 맞는데, 자꾸 B에 끌려 빠르게 결정하지 못하고 머리가 터질듯이 고민했던 경험입니다. 머리와 가슴이 따로 노는 형국입니다. 고심 끝에 A를 결정하지만, 시간이 한참 지나 다시 처음으로 돌아와 B를 선택하게 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객관적으로 판단해도 A가 맞다고 동의해 줄 것이지만, 왠지 즐겁지 않았고 꾸역꾸역 억지로 내 선택이 맞다고 자기합리화를 해 보지만 결국은 실패했던 경험. 내 무의식은 결국 내가 B를 선택해야 즐거울 것이라고 미리 알고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실은, 앞서 언급한 경험은 커리어를 선택하는 기로에 섰을 때 잘못된 선택으로 인해 뼈아픈 실패를 겪었을 때의 일입니다. 그 때 당시에는 누가 봐도 A를 선택하는 것이 합당해 보였습니다. 외형적인 조건으로는 딱히 나쁠 것이 없었고 몇몇 조건은 지금보다 낫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왠지 모르게 걸리는 부분이 있어 그 부분을 사전에 여러 번 확인받은 적이 있었습니다. 역시나 그 찜찜했던 부분이 나중에는 발목을 잡았고 A를 선택한 것은 결과적으로 너무나 최악의 선택이었습니다. 그러한 일이 있고 나서야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원래 끌리던 B를 선택하였고, B를 선택한 후에는 일 자체로서는 더할 나위 없이 만족할 수 있었습니다. 처음부터 끌리던 B를 선택했다면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더 만족할 수 있었을 텐데, 약간은 아쉬웠습니다.
모든 선택에서 단순한 감이나 왠지 모를 촉이 다 정답일 수는 없지만, 때로는 이성적이고 냉철한 판단을 접고 생각이 흐르는 대로 가지를 뻗어 본다면 무의식의 편린에 닿을 수 있습니다. 무의식을 잘 활용한다면 어쩌면 나보다 나를 더 잘 알고 있고, 더 좋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돕는 훌륭한 도구가 되어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