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름에서 디지털 상영에 이르기까지
예전에는 영화관에서 영화콘텐츠를 받을 때 깡통같은 케이스 여러개에 필름이 나뉘어 배송이 되었고, 그걸 순서대로 투명테이프로 연결해서 영사기에 걸었다. 때로는 영화가 너무 잘 되서 스크린 2개 관에 동시 상영하고 싶은데 받은 필름이 1개일 경우, 중간 휠에 필름을 걸쳐 2개관 동시상영을 시도하곤 했다. 그러나 중간에 테이프가 떨어지거나 휠에서 필름이 빠지는 경우 영사사고가 날 것을 각오해야 한다. 가능한 바로 옆 관에서 동시상영을 하면 그나마 나은데, 관 규모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떨어진 두 개 상영관에서 동시상영을 하면 사고 발생 가능성도 높아진다. (복층 구조의 영화관에서 그렇게 했다가 최악의 영사사고를 경험한 적이 있다... 두개 관에서 동시에 사람이 나와서 항의했던...그리고 두개 관 모두 매진이라 사람들이 엄청 많았던...그런 기억이 있다...)
요새는 디지털영사기로 교체가 되었고, 필름에서 외장하드(DCP, Digital Cinema Pakage라고 부른다)를 거쳐 이제는 중앙통제시스템에서 콘텐츠를 서버로 전송하는 시대로 왔다. 필름에서 디지털파일로 변화하면서, 콘텐츠 유출과 복제 방지를 위해 KDM(배급용 암호키, Key Delivery Message)이라는 고유 암호를 발급하고 특정 상영관 - 특정 콘텐츠를 매칭시켜 상영하게 된다. KDM은 일종의 열쇠라고 보면 되고, 특정 상영관과 특정 콘텐츠 간에 매칭이 안 될 경우에는 콘텐츠가 열리지 않는다. 그래서 영사실에서 교대근무를 할 때 다음 사람에게 인수인계가 안 되었거나, 잘못된 KDM파일을 받았거나, KDM 유효기간이 만료되는 등의 사례들이 있어서 본사 KDM 담당자는 새벽에도 전화를 받는 등 스트레스가 상당했었다. 최근에는 외장하드에서 서버 전송 방식으로 변경되는 추세인데, 물리적으로 외장하드를 받아서 서버에 저장하는 번거로운 과정이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보통 영화관 이미지, 라고 하면 영사기 휠에 필름이 돌아가는 장면을 상상하게 된다. 그러나 이제는 필름이 없어졌고, 디지털로 전환되면서 예전의 고정관념들이 바뀌고 있다. 그리고 이제는 영화관이 유일한 플랫폼이 아니고, 스트리밍이라는 기술의 발달로 OTT플랫폼 또한 영화를 볼 수 있는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콘텐츠를 전달하던 방식이 점차 변화해 가는 것을 느끼며 나 또한 예전 경험에만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지식들을 습득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