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준히 실패 중입니다만

by 김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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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지를 오래 해본 기억이 드물다.

어릴 적 학원도, 대학 때 동아리도, 취업 후 시작한 취미들도.

시작은 언제나 대담했지만, 마무리는 대부분 소극적으로 사그라들었다.

물론 포기가 두려워 아무것도 하지 않았던 건 아니다.

성악, 연기, 칵테일, 와인, 필라테스, 헬스, 러닝, 바이올린, 피아노, 다도, 복싱 등등등.

나름 '이 정도면 취미 부자 아닌가?' 싶을 만큼 다양하게 손을 대봤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어느 것도 1년을 넘기지 못했다. (어떤 것들은 한 달도 넘기지 못했다.)

서울에 올라온 이후, 그런 성향은 더 선명해졌다.

처음엔 낯선 도시에서 나를 다잡으려고 이것저것 시작했다.

감정이 휘몰아칠 땐 몸을 움직이는 것이 최선이니까.

특강에 참여하고, 원데이 클래스에 등록하고, 작은 북토크도 진행해 봤다.

하지만 결국 모든 활동은 구글 캘린더 위에 몇 개의 점으로만 남았다.

가끔은 이 도시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꾸준함이 아니라, 체험의 목록화가 더 필요한 건 아닐까 싶기도 했다.

그럼에도 이상하게, 꾸준함이라는 단어에는 늘 묘한 동경이 붙는다.

매일 일기를 쓰는 사람, 5년째 같은 만년필을 쓰는 사람, 3년째 같은 시간에 헬스장에 가는 사람.

그런 사람들을 보면 왠지 모르게 부럽고, 존경스럽고, 어쩐지 약간... 짜증(?)도 난다.

아니, 어떻게 그게 가능한 거죠?

내가 하고 싶은 건 그들처럼 무언가를 지켜내는 일인데,

막상 지켜야 할 대상이 내 손 안에서 자꾸 작아지고, 흔들리다, 사라진다.

그래서 나는 요즘 '꾸준함이란 기술일까, 기질일까?' 하는 질문을 자주 던진다.

혹시 꾸준한 사람들은 그냥 성격이 그런 건가요?

아니면 매일 억지로라도 자리를 만들어 앉아보는 걸까요?

하루라도 쉬면 무너지는 성이라서 일부러 끝까지 버티는 건가요?

그게 아니라면... 몰래 보상을 정해두고 스스로를 살살 유인하는 건가요?

이제 한 가지쯤은 오래 해보고 싶습니다.

이 브런치가 그 시작이면 좋겠네요.

여러분은 어떻게 꾸준하신가요?

그 비법을 댓글로라도 꼭 알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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