굼벵이도, 글도, 굴러는 간다

by 김동현



%ED%95%9C%EA%B0%95.jpg?type=w966 아침의 한강



[2023.03.26]


서울 생활을 시작하고 가장 크게 변한 3가지가 있다면

주말 아침에 특별한 일이 없다면 한강공원으로 산책하러 가는 것

넥타이를 직접 매고 다니는 것

마지막으로 베토벤의 월광 소나타 보다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2번을 더 좋아하게 된 것이다.


나는 주말에도 동일한 시간에 일어나는 편인데, 주변에서 참 부지런하다 칭찬하곤 한다.

그럴 때면 나보다 더 부지런하고 열심인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생각하며 손사래 쳤다.

부지런한 것도 일종의 재주고, 나는 그만한 재주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최근 속담에 관한 재미있는 생각을 했는데, 그 속담은 바로 ‘굼벵이도 구르는 재주가 있다.’ 이다.


굼벵이가 굴러봤자 얼마나 잘 구를까?

어떤 의도를 가지고 구른 것인지, 실수로 굴러떨어지는 것인지 구분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반대로 생각해 보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주로 인정해 준다는 뜻이다.

어쨌든 굴러는 가니까.


한동안 글을 쓰지 못했는데 최근 심경의 변화가 있었다.

잘하면 잘하는 대로, 못하면 그냥 못하는 대로 너무 애쓰진 말아야겠다고.

잘되면 너무나 좋은 거고, 안되면 어쩔 수 없는 거지.

어쩌다 보니 다시 잘 될지도 모르고.


글쓰기란 누군가에게 자기 욕망의 표출일 수도, 누군가에겐 감정의 응축일 수도, 또 누군가에겐 사실적인 기록일 수도 있겠다.

나에게 글쓰기란 어떤 의미일까? 한번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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