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메밀 냄새
세상 모든 일에
사연 하나 없겠소
시골 살던 어린 나는
찬 겨울 찬 메밀을
참 잘도 넘겼지요
입김조차 얼어붙는 그 그릇
두 손으로 꼭 껴안고
후루룩―
소리까지 함께 들이켰습니다
고드름은
그날의 후식이었어요
흰 설탕을 뿌려 혀끝에 올려놓으면
단맛이 한참을
입안에 머물렀지요
그 밤,
입안이 너무 행복했던 탓일까요
배는 금세 토라졌고
나는 바지를 겨우 무릎까지만 올린 채
호다닥―
똥간으로 달려갔습니다
그곳은
바람보다 어두운 구멍
눈을 뜨면 더 무서워
응애 응애―
울음소리가
바람 타고
문틈을 스르륵 스쳐왔지요
나는 얼어붙은 채
귀를 막고 숨을 꾹 삼켰지만
메밀 냄새가
등 뒤를
톡톡― 두드렸습니다
메밀을 좋아한다는 도깨비가
쫓아온 줄 알고
밑도 닦지 못한 채
할머니 품으로 냅다 달려갔지요
그날 이후
나는 메밀을 잘 먹지 않습니다
그 맛이
그 냄새가
어둠 속 도깨비처럼
숨을 후―
불어놓고 가거든요.
어린 시절, 〈꼬비꼬비〉라는 애니메이션을 좋아했습니다.
도깨비가 사람을 부를 때 ‘김서방’이라고 불러서였을까요,
괜히 더 친근하게 느껴지곤 했지요.
하지만 말을 안 들으면 ‘망태 할아버지’가 잡으러 온다는 말은
늘 가장 무서웠습니다.
돌이켜보면, 나는 그때부터 겁이 많은 아이였던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