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밀 냄새

by 김동현
%EC%8B%9C_%EB%A9%94%EB%B0%80_%EB%83%84%EC%83%88.png?type=w1 호다닥!


메밀 냄새



세상 모든 일에

사연 하나 없겠소


시골 살던 어린 나는

찬 겨울 찬 메밀을

참 잘도 넘겼지요


입김조차 얼어붙는 그 그릇

두 손으로 꼭 껴안고

후루룩―

소리까지 함께 들이켰습니다


고드름은

그날의 후식이었어요

흰 설탕을 뿌려 혀끝에 올려놓으면

단맛이 한참을

입안에 머물렀지요


그 밤,

입안이 너무 행복했던 탓일까요

배는 금세 토라졌고

나는 바지를 겨우 무릎까지만 올린 채

호다닥―

똥간으로 달려갔습니다


그곳은

바람보다 어두운 구멍

눈을 뜨면 더 무서워


응애 응애―

울음소리가

바람 타고

문틈을 스르륵 스쳐왔지요


나는 얼어붙은 채

귀를 막고 숨을 꾹 삼켰지만

메밀 냄새가

등 뒤를

톡톡― 두드렸습니다


메밀을 좋아한다는 도깨비가

쫓아온 줄 알고

밑도 닦지 못한 채

할머니 품으로 냅다 달려갔지요


그날 이후

나는 메밀을 잘 먹지 않습니다

그 맛이

그 냄새가

어둠 속 도깨비처럼

숨을 후―

불어놓고 가거든요.




어린 시절, 〈꼬비꼬비〉라는 애니메이션을 좋아했습니다.

도깨비가 사람을 부를 때 ‘김서방’이라고 불러서였을까요,

괜히 더 친근하게 느껴지곤 했지요.

하지만 말을 안 들으면 ‘망태 할아버지’가 잡으러 온다는 말은

늘 가장 무서웠습니다.

돌이켜보면, 나는 그때부터 겁이 많은 아이였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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