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예술가와 가짜 사치들 - 『또 다른 현대미술』

트레바리 ③ - 독서모임 향연

by 김동현


9791169837279.jpg 뱅자맹 올리벤느, <또 다른 현대미술>



전반적으로 저자가 아주 화가 나 있어서 읽기 힘들었다. 특히 '진짜는 진짜를 알아보는 법'이라는 단호한 주장에서 특히 거부감이 들었다.


그래도 여러 작가 및 작품들을 나열해준 덕분에 이것은 좋네, 저것은 별로네 하면서 나만의 미학적 관점을 갖게 된 것은 장점이라 할 수 있겠다.


수록된 여러 작품 중 가장 마음에 들었던 작품 두 점을 첨부한다.




현대미술의 가치에 대하여 - 『또 다른 현대미술』를 읽고. 2025.06.06


이 책은 처음부터 다르다는 인상을 남긴다. 대체로 책이라는 것은 자신의 생각을 독자와 공유하고, 그 과정을 통해 함께 성장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러나 이 책은 조금 다르다. 좋게 말하면 날것 그대로의 선언이고, 나쁘게 말하면 통렬한 한풀이에 가깝다. 이 불편하고 적나라한 태도가, 책의 분량이나 난이도에 비해 읽기 어렵게 느껴진 가장 큰 이유였던 것 같다.


저자는 '현대미술의 탈을 쓴 사치품은 예술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거침없이 펼친다. 첫 장부터 제프 쿤스를 작심하고 비판하는 데서 그 태도가 명확히 드러난다. 그는 제프 쿤스의 대표작인 <풍선 개>를 단순한 일회용 장난감으로 치부한다. 풍선 개라 하면, 누구나 머릿속에 하나쯤은 떠올릴 수 있는 이미지가 있다. 내게도 있다. 처음 그 조형물을 인터넷에서 봤을 때, 나는 이렇게 생각했다. '차라리 매일 아침마다 삐에로 아저씨를 불러 신선한 풍선 개를 부는 게 낫겠다.' 저자의 조롱은, 사실상 나 같은 일반 관람객의 직관에 더 가까워서 불편한 동시에 묘하게 통쾌했다.


그는 덧붙여 이렇게 묻는다. '현대미술로 불리는 작품들 중, 여러분은 몇 개나 집에 두고 싶습니까?' 이 질문에 나는 다녀왔던 여러 전시들을 떠올렸다. 나는 모든 전시에 별점을 매기고 기록해두는 편인데, 그 평가 기준이 저자의 관점과 꽤 비슷했다. 그동안 ‘왜 이건 좋고, 저건 별로였는가’에 대해 내 안에서 뭉뚱그려져 있던 기준들이 이 책 덕분에 조금은 더 분명해진 듯하다.


책을 읽으며 가장 불쾌했던 순간은 피에로 만초니의 <예술가의 똥>을 다룬 대목이었다. 예술이라는 이름 아래 똥을 포장해 판매한 이 행위는, 어떤 사상적 맥락이나 미학적 변명을 덧붙여도 나에겐 불쾌하고 저속한 도발일 뿐이었다. 자만심의 아이콘이라 불리는 살바도르 달리조차 이런 방식의 조롱을 예술로 치환하진 않았다. 이 대목에서 최근 개그 프로그램 <코미디 로얄>에서 이경규가 ‘저속한 원숭이 흉내’를 질타하던 장면이 떠올랐다. 그는 '코미디에도 격이 있다'고 말했다. 나는 동의한다. 예술에도, 그것이 담고 있는 태도에도 격이 있다. 격식은 형식과 다르다. 진정성을 담는 그릇이다.


한편, ‘익명의 걸작은 이론상 불가능하다’는 저자의 단언은, 내게 예상치 못한 고민을 던져주었다. 일반 대중에게 익명인 작품이라도, 동시대의 예술가나 평론가에겐 뚜렷한 정체성이 존재할 수 있다. 마르셀 뒤샹 역시 자신의 작품을 다른 이름으로 출품한 후, 그것을 스스로 옹호하며 전면에 나섰다. 그리고 거리의 익명 화가 뱅크시조차, 그의 이름값으로 시장에서 재평가되는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존재다. 작품이 아닌 이름에 값이 매겨지는 현실은, 예술이 익명성과 완전히 결별할 수 없음을 보여준다. 작가성은 결국 지워지지 않는다. 결국 예술이란, 그 삶 전체를 어떻게 감내하고 연출하는가에 대한 질문일지도 모른다. 이를테면 '최고의 거지'로 불리는 행위 예술가가 있다면, 그에게 돈을 건네는 행위는 예술에 대한 정당한 보상일까? 아니면, 바로 그 지불 행위가 예술성을 훼손하는 개입일까?


이 책에는 무수히 많은 작품 이미지가 QR코드로 연결되어 있다. 이는 번역자의 배려라고 한다. 원서에는 아예 없던 부분이다. 현대미술을 다루며 이미지를 보지 않고 텍스트만으로 이해하라는 건, 마치 악보 없이 음악을 설명하는 것과 같다. 독자가 중간에 책을 덮지 않도록 해준 것은 번역자의 세심한 추가 작업 덕분이다. 나는 이 사려 깊은 배려에 깊이 감사를 표하고 싶다.


Vasily Kandinsky | Composition 8 | The Guggenheim Museums and Foundation


Avigdor ARIKHA - Interior (Intérieur) | Musée national d’art moderne – Centre Pompid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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