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에 영상을 올리고 거의 10일 가까이가 지났다. 연말이라 사람들을 만나 바쁜 것도 있었다. 하지만 그 핑계를 대기에는 안 올려도 너무 안 올렸다. 감정적인 자책을 하기 전에 이성적인 눈으로 “나는 왜 영상을 안 올리는지에 대한 심리적 분석”을 먼저 하는 것이 우선이다.
내가 재수와 삼수를 했었을 때의 일이다. 나는 독학 재수를 했었다. 독학으로 공부를 하는 것의 가장 큰 단점은 “겁나 놀아 재낀다”는 것이다. 학원에서 잡아주는 사람도, 옆에서 같이 공부하는 사람도 없으니 집 나간 망아지 마냥 막 놀게 된다. 결국 재수를 망했다. 인생 답도 없는데 절박했다. 그래서 삼수를 시작하기 전 “어떻게 하면 안 놀 수 있을까?”란 고민을 했다. 내가 실업계고 출신임에도 나름 입시에 성공 할 수 있었던 이유는 그 고민의 시기 읽었던 책 한 권 때문이다.
바로 <스위치>라는 책. 조직행동론 전문가가 썼다. 이 책에선 지금까지 심리학계에 축적된 많은 연구 논문을 토대로 사람의 행동을 바꾸기 위해서는 어떤 과학적 접근을 해야 하는지 냉정하게 분석한다.
이 도서에서 내가 기억에 남는 부분이 있다. “사람들은 선택지가 많아지는 순간 불행해지고 안 좋은 행동을 많이 하게 된다.”
이 현상을 행동경제학에서는 선택의 역설 (Paradox of Choice)이라고 부른다. 미국의 심리학자 배리 슈워치(Berry Shwartz)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들은 선택이야 말로 자유의 상징이라고 믿는 편견이 있다. 그러나 개인의 선택권이 사람들을 무력하게 만들고 좌절시키는 실험 결과가 계속해서 등장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이런 실험이 있다. 실험 참가자들을 두 그룹으로 나눠 마트에서 쇼핑을 하게 했다. 한 그룹에는 6종의 잼을, 다른 한 그룹에는 24종의 잼을 보여주었다. 결과는 24종의 잼이 있을 때 방문자 수가 가장 많았지만 구매자 수는 6종의 잼이 진열되었을 때가 더 많았다.
마찬가지로 의사들을 상대로 한 실험도 있다. 어떤 환자가 수술을 해야 한다. 의사에게 수술 시 사망 확률은 10%이고, 약 1개를 먹었을 경우 치료 확률은 1% 이지만 성공하면 수술을 안해도 된다고 고지한다. 그랬을 때 모든 의사들이 이 약을 먹이고 호전 결과를 본 후 수술을 시작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선택할 수 있는 약의 종류가 4개, 8개, 20개로 늘어나고 의사에게 당신이 이 중 최적의 약을 선택해야 한다고 말을 했다. 그랬더니 약을 써보지 않고 바로 수술을 들어가겠다고 말하는 비율이 크게 늘어났다. 수 많은 선택지가 생기니 좋을 것이라는 일반적인 편견과 달리 실제 인간의 행동은 전혀 다르게 나타났던 것이다.
기업을 보면 애플이 사람들의 이런 심리를 잘 이해하고 있다. 이 기업을 자세히 살펴보면 세계 시가총액 1위 기업이란 것이 무색하게 선택지가 거의 없다. 아이폰, 아이패드, 맥북, 에어팟, 애플워치 이게 만드는 제품들의 전부다. 겨우 이런 몇 종류의 제품만 가지고서 세계 시가총액 1위의 아성을 뿜어내고 있다. 반대로 삼성전자는 별의 별 것을 다 판다. 세탁기, 냉장고, 에어컨, 갤럭시 폰, 공기 청정기, 반도체 등. 비유하자면 삼성은 김밥천국, 애플은 순대국밥 전문점이다.
애플은 사람들이 선택지가 많아질 때 오히려 스트레스를 받아 구매율이 떨어지게 된다는 것을 연구 결과를 통해 알아냈을 것이다. 그래서 선택지를 전부 제한 시켜버리고, 너네 선택지로 고민하지마. 우리껀 프리미엄이니깐 그냥 사면 돼. 라고 행동 심리학에 기반한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너무 많은 선택지가 사람들의 무의식에 스트레스를 안겨준다. 선택이 행동을 주저하게 만들고, 그래서 아무것도 못하게 만든다.” 슈워치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내가 재수를 할 때도 정확히 이런 현상에 빠져 있었었다.
“내 옆에는 컴퓨터가 있어. 이 컴퓨터로는 웹서핑을 하는 선택, 게임을 하는 선택, 영화를 보는 선택 모든 것이 가능해.”
이러다보니 잠깐 컴퓨터를 켰을 뿐인데 3~4시간이 훌쩍 지나가 있었고 그 날 공부를 하나도 못하는 일들이 반복됐다. 결과는 대 폭망. 그래서 삼수를 할 때 나는 이런 장치를 뒀다.
“나에게 선택지는 없다. 내가 만약 웹서핑을 하거나, 게임을 하거나, 영화를 보거나, 예능을 보면 길바닥에 100만원을 버릴 것이다.”
이런 맹세문을 A4 용지에 자필로 써서 공부하는 책상 앞에 붙여 놓았다. 그러다보니 돈이 너무 아까워서 도저히 딴 짓을 할 수 없게 됐다. 즉 내 인생에 컴퓨터라는 선택지가 사라진 것이다.
이후 컴퓨터 자체를 아예 키지않고 중고 PMP를 하나 업어와서 인강을 그걸로만 봤다. 일부러 선택지를 없애기 위해 PMP는 인강 재생 기능 외에 아무것도 없는 걸로 골랐다. 그러다보니 하루 순수 공부시간이 매일 같이 14시간을 기록하는 기염을 찍게 됐다. 놀고 싶어도 어떠한 선택지도 존재하지 않았다. 내가 컴퓨터를 하는 순간, 땅바닥에 100만원을 버려야 하니깐. 엄청난 손실장치를 생각하니 컴퓨터라는 것이 나에게는 없는 선택지나 마찬가지였던 것이다.
나는 이렇게 입시에 성공했었다. 이런 성공 경험을 바탕으로 지금 다시 유튜브에 접근해보자. 한 분야에서 성공했으면 다른 분야에서도 성공 할 수 있다.
“유튜브의 성공을 위해 선택에 제한을 둬야 하는 부분”
1) 장비의 제한 : 영상 편집과 촬영은 어쩔 수 없이 컴퓨터로 해야 한다. 하지만 이 외에 모든 대본, 시나리오 작업, PPT 작업 등은 선택지가 풍부해서 딴 짓하기 좋은 컴퓨터가 아니라 엄청 불편해 죽을 것 같은 아이패드로만 하자. 특히 아이패드는 애플펜슬이라는 펜으로 작업을 하니 더욱 느려지고 불편하다. 이 불편함 때문에 오히려 선택지가 줄어들어 집중 할 수 있게 되는 효과가 나온다.
2) 장소의 제한 : 절대로 무슨 일이 있어도 집에서 영상 기획 작업 할 생각을 하면 안된다. 집에는 침대, TV, 컴퓨터 등 너무 많은 선택지가 있다. 눈에 보이면 안하기가 쉽지 않다. 무조건 집 근처 독서실에 오자. 아이패드 하나만 들고 와서 이 장소에서 5시간 / 6시간 동안 군대처럼 갇혀서 못 나간다고 생각하고, 그냥 버티면 된다. 군대에서 내가 책을 많이 읽은 이유는 그곳에는 컴퓨터도 없고 핸드폰도 없고 아무것도 없으니. 모든 선택지가 제한되어 할 수 있는게 책 읽는 것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 때 읽은 책의 양이 어마무시한데, 그 모든 것은 군대라는 장소와 환경이 만들어낸 선택 제한 덕분이었다.
3) 사람의 제한 : 향후 평일 오후 10시, 일요일 오후 2시와 같이 시간을 정해두고 하는 실시간 방송을 하도록 하자. 또 가끔씩은 친구를 데리고 와 같이 방송을 하도록 하자. 친구하고 같이 준비를 하다보면 약속한게 있으니 딴 짓을 하는 선택지가 사라지게 된다. 시청자와 실시간 방송으로 약속을 하면 그 사람들을 만나야 하니 하기 싫어도 다른 선택을 할 수 없어 뭐가 됐든 방송을 켤 수 밖에 없다.
일단 이 3가지의 제한을 우선시 할 것이다. 이 외에도 목표를 이루는데 방해가 되는 모든 선택지들을 최대한 제한시켜버릴 것이다. 입시를 성공을 해보였듯이 유튜브도 10만 구독자 달성해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