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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은넷 Feb 23. 2022

알고보니 나는 성인 ADHD를 가지고 있었다.

ADHD (주의력결핍행동장애) 과거만 해도 아이들이 겪는 현상으로 인식 되었다. 그런데 2013년을 기점으로 성인 인구의 상당 수가  증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의학계에서 밝혀졌다. 연구에 따르면, 국내에만  200만명의 성인 ADHD 환자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며 이는 대한민국 인구의 4~5% 해당하는 비율이다.


다시 말해,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20명 중 1명은 성인 ADHD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알아본 바에 따르면, 성인 ADHD는 후천적으로 발병할 확률이 높다고 한다. 특히 스마트폰과 컴퓨터를 쓰는 환경이 뇌에 큰 변화를 일으켜 사람들이 자극적이며 단기적인 것을 좇게 만들었다. 빠르게 많은 정보가 보여지는 웹 상은 그 자체로 인간의 뇌를 변화 시키고 있다. <인터넷이 어떻게 인간의 뇌를 변화시키는지를 나타내는 책으로는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들이 이 질환 자체를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2017년 기준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건강보험 진료 내역을 보면 성인 ADHD로 진단을 받은 사람은 겨우 8214명에 불과했다. 한국인 중 200만명 가량이 이 질환을 가지고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 중 겨우 8000명 가량만 질환을 인지하고 있는 것이다.


내가 이 200만 명 중 한 사람에 속한다는 걸 알게 된 건 순전히 우연한 기회 때문이었다. 나하고 성격이 비슷한 여자 동생이 있는데 그 친구가 얼마 전 신경정신과에서 이걸 진단 받았다. 이 친구가 성격 뿐만 아니라 나하고 여러 배경이 똑같은데, 서울 상위권 명문대를 졸업했다는 점 / 공모전을 많이 수상했다는 점 등이 그렇다.


로스쿨에 진학한 나와 달리 이 친구는 대학 졸업 후 모 대기업에 입사를 했다. 그런데 회사 생활을 하다보니 이상한 점이 느껴지더란다. 다른 대기업 동기들과 다르게 자신은 어쩔 때는 집중을 잘하고, 어쩔 때는 한 없이 집중을 못하더라고. 남들은 꾸준하게 뭔가를 열심히 하는데 자기는 특정 부분에서만 성과를 내서 이 점이 이상해서 스스로를 연구해봤단다. 그렇게 연구하다 자신에게 이 질환이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고.


우리들의 편견과 다르게 이 질환이 있다고 해서 집중을 못하거나 일을 못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없는 사람들보다 일을 4배, 5배씩 잘한다. 그게 꾸준하지 못해서 문제일 뿐. 나만 하더라도 공모전 35관왕을 수상하는 등 단기적인 프로젝트성의 일들에는 어마무시한 성과를 내왔다. 공부도 항상 벼락치기로 잘해왔고, 일도 마감이 다가오면 슈퍼 초인과 같은 집중력을 냈다.


다시 말해, 성인 ADHD는 일반인과 다르게 '단기 집중력만큼은 킹왕짱’이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또, '자기가 좋아하는 일에는 미친듯이 몰입하며 단기적으로만큼은 큰 성과’를 낸다는 특징도 존재한다. 그런데 살다보면 자신이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일, 싫어하는 일들도 어쩔 수 없이 해야 한다. 그런데 이런 사람들은 그런 일들에 진짜 말도 안되는 싫증과 염증, 재미 없음을 느낀다. 일반인은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의 큰 싫증. 남들은 하기 싫어도 꾸역꾸역 조금씩은 해내는 반면에, 성인 ADHD가 있는 사람들은 10분, 20분 하다가 바로 때려쳐버린다. 왜? 재미가 없거든. 이들은 엄청난 자극 추구형 / 엄청난 재미 추구형 인간인 것이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것일까? 두뇌에 있는 도파민 분비량의 차이 때문이다. 아래 그림을 한 번 보자.

평범한 사람들이 [좋아하는 일 VS 싫어하는 일]을 할 때는 도파민의 분비량에 큰 변동폭이 없다. 예를 들어 A라는 사람이 좋아하는 일을 할 때 55이라는 도파민이 나온다면 싫어하는 일을 할 때는 45라는 도파민이 나온다. 약간 재미없음과 싫증을 느끼기는 하지만, 도파민 분비량이 어느 정도는 유지가 되니 싫어하는 일도 꾸역꾸역 나름의 재미를 찾아가며 수행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성인 ADHD 질환자는 다르다. 좋아하는 일을 할 때 도파민이 100이 나오고, 싫어하는 일을 할 때는 0이 나온다. 다시 말해, 보통 사람들은 꾸준하게 어떤 일을 약간씩 재미를 느껴가며 수행한다면 성인 ADHD가 있는 사람들은 모 아니면 도의 인생을 사는 것이다. 그래서 꾸준함이 없고, 장기적인 일에 적합하지 않다. 내가 공모전에 능할 수 있었던 이유는 그것이 단기적인 성과 위주의 일들이었기 때문이다. 반대로 현재 로스쿨 공부가 재미 없는 이유는 꾸준하게 장기전으로 봐야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나는 대학교 입시도 4수를 했는데 생각해보면 내가 재미 없는 것을 도무지 못 견디는 ADHD가 있어서 그랬다.


입시를 늦게나마 성공 할 수 있었던 이유도 수학을 공부하고 싶을 삘이 왔을 때는 수학 공부 했다가, 영어를 공부하고 싶은 삘이 왔을 때는 바로 영어를 공부하는 등 욜라 자극만 따라다니는 학습 전략을 취했기 때문이다. 도파민 분비량에 엄청난 기복이 있는 뇌를 지녔기 때문에 어떤거에 100의 도파민이 나오다가 싫증이 나서 0으로 떨어지면 빠르게 다른 100 짜리를 찾아가는 방식으로 인생을 살아왔다. 그러다보니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며 무언가를 많이 했는데 정작 누군가 ‘너의 스페셜리티가 뭐야?’ 라고 물어보면 ‘어? 없는데’라고 답할 수 밖에 없게 된 것이다.


혹시 이 글을 읽다가 이거 약간 내 얘기인데 라고 느끼는 사람이 있다면 실제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시행하고 있는 다음 지표에 답을 해보자. 본 테스트는 ASRS(성인 ADHD 자가보고 척도)라고 실제 임상에서 사용되는 문항이다. 짧으니깐 금방 한다. (ADHD는 긴거 또 못함.)

출처 : 2003 World Health Organization(WHO). All right reserved.


나는 여기서 정확하게 딱 4개 항목에 있어서 회색 영역 안에 들어갔다. 나는 절대 계획을 안 세운다. 그냥 삘 가는대로 느낌 가는대로 공부하고 일을 한다. 그래서 두번째 항목과 같이 순서대로 일을 진행하는 것을 정말 못한다. 그래서 군대도 욜라 안 맞았다. 그곳은 위계질서 그 자체였거든.


마찬가지로 세번째도 내 별명이 지각쟁이라고 불릴 정도로 시간 약속을 안 지킨다. 시간 약속을 못 지키는 것도 성인 ADHD의 큰 특징이다. 이런 사람들은 지각을 자주하는 편이다. 골치 아픈 것은 최대한 미루려고 해서 대학교 때도 항상 벼락치기를 했고 5번과 같은 경우도 수시로 다리를 떤다. 이 글을 쓰는 방금도 다리를 떨다가. ‘아 시밤… 성인 ADHD 글 쓰면서 다리 떨면서 닉값하네..’란 생각을 하며 멈췄다.


즉, 나는 1번과 6번 외에는 해당이 되니 경증의 ADHD 질환자라 할 수 있겠다. 이쯤 되면 이걸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궁금 할 수 있겠다. 사실 약 먹는 것이 가장 좋다. 삐뚤어진 도파민을 정상인의 뇌처럼 50으로 맞춰주는 도파민 조절제가 존재한다. 대표적인 약으로는 콘서타가 있다. 우리들이 아는 그 코로나 백신 만든 얀센에서 만든 약이다. 국민건강보험도 적용된다.


그런데 문제는 리얼 ADHD 가지고 있는 사람답게 갑자기 삘이 받아서 나는 지금 덜컥 세계여행을 왔다는 것이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곳도 외국이다. 정확히는 태국 방콕 (여기서 좀 지내다 터키로 날라갈 예정. 그 다음은 남미. 삘 가는대로. 삘이 바뀌면 다른 곳 갈 수도 있음) 인데 콘서타 처방 받아보려고 태국 약국에 들어가봤다. 그랬더니 병원 가서 의사 처방 받고 병원에서 사라고 하더라.


아니 시바!! 이거 한국은 건강보험 적용되는 약이라고!!! 여기서 병원 갔다가는 호구 중의 상호구가 되어 돈을 왕창 뜯길거 같아 약 안 받았다.


사실 이걸 가지고 있는게 꼭 나쁜게 아니다. 이게 마치 양날의 검과 같아서 잘 쓰면 정말 좋고, 잘 못 쓰면 독이 된다. 다만, 평소에 무기력증과 재미없음을 너무 느껴서 그게 좀 짜증 날 뿐. 남들과 다르게 특정한 삘이 오거나 재미있는 일에는 도파민 100이 발생을 하니 이 에너지를 바탕으로 단기적인 일에 큰 성과를 내는 사람들이 이런 사람들이다. 대표적인 예로 스티브잡스나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도 성인 ADHD가 있다고 한다.


이 사람들 딱 봐도 돌아이잖아? 그래서 일반인들은 저 사람들이 왜 저렇게 행동하지 싶은데 알고보니 도파민 100이 나오면서 자극적인 것만 주구장창 추구하다보니깐 그렇게 될 수 밖에 없는 것이었다. 나는 이들의 뇌가 이해가 된다. 대학교 시절, 내 별명도 돌아이였거든. 학교에 가만히 붙어있는게 너무 싫증이 나서 공모전만 100번 도전하고, 동아리 3개 창립, 이더리움 초기 채굴, 2017년 암호화폐 초기 투자 등등을 하며 살았다. 왜? 이렇게 살면 욜라 짜릿하거든. 화수분처럼 쉴 새 없이 나오는 도파민의 향연 속에 헤엄치며 살았던 것이다.


그러다 카투사를 가서 1년 7개월 동안 아무것도 못하고 갇혀 살다보니 힘들어도 그렇게 힘들 수가 없었다. 남들은 카투사 안에서도 나름 재미를 찾으며 뭔가를 하던데 나는 도파민이 0에 수렴하다보니깐 견딜 수가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전역하고 몇 달이 지난 지금 로스쿨 복학을 안하고 세계여행을 와버린 것이다. 별 계획 없이 일단 비행기표 끊고 출국해버렸다. 코로나 시대라 격리가 있는데도 걍 지르고 봤다. 이렇게 쓰면서 돌아보니 진짜 성인 ADHD스러운 행동들 골라하면서 산 것 같다.


결론은 약 먹으면 일반인처럼 뇌가 변해서 장기적이고 꾸준한 일에 집중 할 수 있는 장점이 생기지만, 단기적인 일에는 예전만큼 에너지를 못내니 이게 있는 사람들은 적절하게 선택을 해야만 한다. 한국에 200만명이나 있으니 꽤 많이 존재한다. 이 글을 읽는 사람들 중에도 많이 있을 것이다.


도파민 일반인처럼 조절 시켜주는 건강보험 적용되는 약 먹으면서 장기적인 일에 집중하면서 살 것이냐


VS


그냥 스티브잡스나 트럼프처럼 좋아하는 일, 자극 추구적인 일을 좇으면서 주구장창 도파민 100 나오는 일에 도전하며 살 것이냐. 여기서 리스크는 그런 일 끊임없이 못 찾아내면 평소에는 도파민 상태가 0이라 X된다.


전자는 안정적이고 후자는 리스크가 있다. 이게 어떻게 보면 축복인 질환이고, 어떻게 보면 저주인 질환이다. 나도 아직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다만, 그동안 내가 왜 이렇게 뭔가에 도전하지 않으면 무기력하고 우울한지 이유를 몰랐었는데 이걸 통해 나 스스로를 좀 더 자세히 알게 된 것 같아 그 부분을 감사하게 생각한다.


원문 출처 : https://m.blog.naver.com/no5100/22265142383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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