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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은넷 Mar 01. 2022

유튜브가 어려운 이유.

유튜브에 오랜만에 영상을 하나 올렸다. 개인적으로 별로 마음에 들지는 않는다. 방콕에 있는 코워킹 스페이스에서 촬영했는데 목소리도 울리고, 준비한 Keynote PPT를 내 얼굴이 가려버리는 문제점이 보인다.


해외 여행을 온지 오늘로 딱 17일 째인데, 아무래도 노트북 하나로만 작업하다보니 음향 시설이나 촬영 화면에 제대로 신경 쓸 여력이 없었다. 한국에 있는 자취방에 있으면 데스크탑으로 작업을 하는지라 촬영이나 편집 효율이 훨씬 높아지기는 한다.


해외에 있으니 장점도 있다. 코로나 시국에 나가기 쉽지 않은 해외 여행을 혼자서 하며 하루 종일 영어만 쓰고 사니 한국 사람을 보지 않아 그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바로 조선 반도 특유의 남 눈치 보기, 그것 때문에 아무것도 못하기 등등이 사라진다는 것. 고인물 반도를 떠난지 2주 가량이 지나니 약간씩 한국 물이 빠지고 있다.


그런데 오늘 유튜브를 오랜만에 업로드 하면서 몸과 마음은 분명 해외에 있는데 왜 다시 한국의 눈치보기 문화로 들어간 것 같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남의 평가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눈치 보느라 하고 싶은 것을 쉽게 하지 못하는 문화. 그런 나라를 빠져나와 하루종일 외국인들하고만 지내면서 살다가 한국의 인터넷 창 안으로 들어가니 고인물 테크트리가 다시 발동되는 느낌이었다.


상당히 짜증나는 느낌이었는데, 문득 아 이것이 한국에서 유튜브를 하기 어려운 이유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의식의 흐름 기법으로 대충 생각나는 느낌을 적어보자면 이렇다.


전제 :​


- 글을 쓰는 것이 유튜브를 하는 것보다 체감 난이도가 10배 정도 쉽다.

- 다시 말해, 유튜브가 블로그 글쓰기 보다 10배 더 어렵다.


이유 :


- 글을 쓰는 것은 오로지 텍스트만 뽑아내면 된다. 텍스트에는 표정 / 몸짓 / 내 외모에 대한 신경 쓰임 / 목소리에 대한 신경 쓰임 / 전달력에 대한 신경 쓰임 등 굉장히 많은 무의식적 에너지 활동이 필요가 없다. 그냥 오롯이 글만 적어내면 된다. 신경 쓸게 딱 1개 밖에 없다는 이야기. 그냥 내 생각을 풀어내는데만 집중하면 되니, 에너지를 사용하는 포커스가 하나에만 맞춰지게 된다.


- 글은 그냥 바로바로 뽑아내서 올리기만 하면 되는데, 영상은 컷편집이라는 지X 맞은 과정이 또 들어간다. 이게 엄청난 노가다인데, 이걸 하다보면 ‘내가 도대체 뭘 하는 것인가’라는 생각이 들며 현타가 온다. 보통 7분 짜리 영상 하나 컷 편집하는데 3시간이 들어간다. 글은 30분이면 뚝딱 하나를 쓸 수 있다. 그런데 유튜브는 기획이나 촬영도 아니고, 편집. 그것도 그 편집의 하위 부분인 컷 편집에만 3시간이 들어간다!


- 근원적인 문제 있어서 내 얼굴이 까지고, 내 목소리가 까지는 것은 진짜 엄청난 부담이다. 이걸 어릴 때부터 훈련해 온 배우들이나 연예인들은 그냥 바로 유튜브를 해도 잘한다. 그런데 나처럼 평생 컴퓨터와 공부에만 매진해 온 범생이 스타일은 ㄹㅇ 익숙하지 않아도 이렇게 익숙하지 않을 수 없다. 카메라와 친숙해지는 것도 일종의 엄청난 연습이 필요한 영역이다. 내가 대학 입시 공부에 1만 시간을 투자했듯이, 카메라를 바라보고 촬영을 하는 연습을 배우나 연예인들은 1만 시간을 했기 때문에 잘하는 것이다. 시바... 그냥 연기나 배울껄. 개 쓰잘데기 없이 공부나 하고 살았다. 하긴 뭐 연기도 돈이 있어야 배우지. 어릴 때의 상 그지 시절엔 꿈도 못 꿨을 이야기. 돈 없는 사람에겐 공부만이 유일한 탈출구였다.


- 심지어 유튜브는 저 지X 맞은 짓거리 다 감당하고 나서도 썸네일까지 신경을 써야 한다. 이게 보통 머리 아픈 일이 아닌데 이미 고이다 못해 썩은물이 된 레드오션의 몇 십만 구독자 유튜버들은 썸네일에만 전속 디자이너를 둬 아름다운 이미지를 내놓고 있다. 나는 영상을 기획하고 촬영 하는데만 몇 시간, 편집 하는데만 몇 시간을 써서 에너지가 남아나지를 않는다. 그런데 어떻게 썸네일까지 몇 시간을 더 쏟아붓는가? 비효율도 이런 비효율이 없고 지칠 수 밖에 없다.


- 내가 몇 십만 유튜버면 이렇게 많은 정성과 노력을 들여도 사람들이 많이 봐주고, 수익도 좋으니 기분 좋게 업로드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개 하꼬따리에 수익 창출까지 되지 않으니 더더욱 하기가 힘들다.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느낌 같다고 해야 할까. 이래서 부자는 계속 부자가 되고. 빈자는 계속 빈자가 되나보다. 유튜브 세계도 똑같다. 구독자 많은 사람이 계속해서 살아남는 느낌. 어느 조직, 어느 일이든 마찬가지겠지만 후발주자가 아래서 치고 올라가기는 개 졸X 빡세다.


- 실제 2021.12 과학기술정부통신부가 발간한 [1인 미디어 산업 실태조사] 보고서를 살펴보면 우리나라 유튜버들의 평균 콘텐츠 한 편 당 평균 제작 시간은 18시간 정도였다. 한 마디로 영상 하나에 이틀 정도를 쏟아 부어야 만들어진다는 의미다.

- 이 정도 시간을 부어서 컨텐츠를 만드는 것은 인기가 많은 몇 십만 구독자면 해볼만한 시도일 것이다. 그런데 그렇지 않은 X밥 유튜버는 ㄹㅇ 비효율 + 시간 낭비도 이런 낭비가 아닐 수 없다.


- 심지어 이렇게 별의 별 짓거리 + 시간 투자 + 에너지 투자 + 스트레스 + 보상 없음을 다 겪으면서도 악플까지 감수해야 한다. 블로그는 악플 달려봤자 글에 달리는 거라 외모에 대한 품평이나 실력에 대한 품평이 잘 없다. 그런데 유튜브는 다르다. 수위도 훨씬 쎄고, 정신 이상자들이 세상에 차고 넘쳐서 별의 별 돌아이 같은 댓글들이 달린다.


게임에 대입해보면 블로그 운영하는 것은 난이도 EASY 모드이고 유튜브는 HELL 난이도다. 그러니 그 수 많은 블로거들이 유튜브로 못나가고 있는 것이다. 유튜브 하다가 블로그하면 리얼 따뜻해도 이렇게 따뜻 할 수가 없다. 아 포근해. 냉정하고 차가운 유튜브에 비할 바가 못된다.


내가 위에 열거한 모든 이유들은 대한민국에 10만 유튜버 이상 되는 채널이 아직 5500개 밖에 없는 이유를 말해준다. 변호사 수가 작년에 3만명이 넘었다. 변호사 수의 6분의 1 밖에 안되는 5500명 유튜버들이 오히려 더 전문직 같다는 느낌이 든다.

그래서 대충 결론을 이야기 하자면 유튜브를 그만  것이 아니라면 '어떻게해야 최대한 들이는 시간을 줄이면서 그냥 대충 대충, 효율적으로 컨텐츠를 업로드   있을지를 고민하는 ' 정답이라   있겠다.  밑빠진 독에 물통 들여다 갖다 붓기를 언제까지 해야 하는건지.. 구독자가 느는 것은 운의 영역인  같고, 실무적으로는 유튜브가 블로그의 10 에너지가 드는 것이 문제다.  에너지를 줄일 묘수를 찾아야한다.


원문 출처 : https://m.blog.naver.com/no5100/22265816688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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