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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은넷 Apr 30. 2022

성장 욕구와 복잡계 이론

대학생 시절, 어떤 게임 회사 사장이 특강을 하러 학교에 방문한 적이 있었다. 수업 끝나고   없어 심심해서 특강을 들었었는데    분이 했던   아직까지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


여러분 게임 회사가  성공하고 돈을 많이 버는  아세요? 사람들을 중독시켜서 그래요. 여기까지는 다들 알죠. 그런데 사람들이  게임에 중독되는  알아요? 인간의 근원적 마음에는 성장에 대한 욕구가 있어요. 계속해서 발전하고 싶은거죠. 게임 시스템은 바로  심리를 이용합니다. 사람들에게 레벨업이라는 경험을 주고, 퀘스트라는 목표를 주는거죠. 이것을 계속 깨다보면 캐릭터가 발전하고 성장하니깐.  즐거움을 주는거에요. 그렇게 조금씩 시간 투자가 이루어지다보면 점진적으로 중독이 됩니다. 이런 중독 과정을 설계하는게 게임 회사의 업무에요."


거의 10년 전에 들었던 내용인데 지금도 이 부분이 가끔씩 기억이 난다. 아.. 게임에 중독되는 이유는 성장이라는 인간의 근원적 욕구 때문이구나. 그런데 왜 사람들은 현실에서는 게임과 달리 이 즐거움을 느끼지 못하는거지?


게임을 보면 LV.1 ~ LV.100 이런 식으로 레벨이라는 시스템을 도입한다. 그러다보니 내가 성장하는지 안하는지를 명확하게 수치화해서 알 수 있다. 그런데 현실은 다르다. 대학교 입학이나 취업처럼 거대 퀘스트들이 있지만, 이것을 달성하기가 쉽지 않다. 이를 위해서는 자그마한 노력들이 계속 쌓여야 하는데 그것들은 쉽게 수치화되서 보이지 않는다.


사실 생각해보면 게임도 쉽지는 않다. 만렙을 찍기 위해선 엄청난 시간 투자와 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게임은 이런 과정 중 계속해서 [퀘스트를 몇 개 깼습니다] , [현재 레벨은 몇 입니다] 라는 식으로 시시각각 내가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작은 성공을 하는 경험을 계속해서 주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들의 삶은 다르다. 이런 레벨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이것이 명확하게 레벨 같은 수치로 나타나지 않는다. 밑 빠진 독에 물만 붓는 느낌이다. 그러니 현실을 도피해서 성장 경험을 수치화해 명확히 보여주는 게임을 하러 가는 것이다.


책 <복잡계 세상에서의 투자>를 읽어보면, 살아가는게 어렵고 투자가 어려운 이유는 인생과 투자는 복잡계라서 그렇다고 한다. 복잡계의 반댓말은 인과계인데, 이곳은 100을 투자하면 100만큼의 결과가 나오는 곳이다. 그런데 복잡계 세상은 100을 투자하면 0이 나오기도 하고, 때로는 마이너스 결과가 나오기도 한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엄청나게 노력하고 공부해서 주식 투자를 한다고 해보자. 우리들의 보통 상식이라면 100만큼의 노력을 투자했으니 100만큼의 좋은 결과가 나와야 한다. 우리가 학창 시절에 배운 것은 “공부를 열심히 하면 좋은 대학에 갈 수 있다. 좋은 대학에 가면 배우자도 잘 만나고 인생이 행복해진다.”와 같은 인과계적 사고에 기초한 내용이었으니깐.


그런데 투자는 다르다. 졸라 열심히 공부해 투자했더니 갑자기  폭락을  수도 있고, 상장 폐지가  수도 있다. 아니차라리 그냥 공부를 안했으면 돈이라도 잃지 않았을텐데. 오히려 열심히 노력을  결과 때문에 자산이 마이너스를 찍어버린 것이다.


이렇게 복잡하고 예측이 불가능한 것이 투자다. 그리고 이런 예측 불가능성과 복잡성은 우리들이 살아가는 삶의 많은 부분에도 적용된다. 그렇기에 혼란스럽고 대가리가 아프다. 깔끔하게 노력만 하면 결과물을 볼 수 있는 게임이라는 세상에 빠져버리고 싶다. 현실은 복잡계라 스트레스 받고 머리가 아프니깐. 여기를 도피해서 노력에 대한 결과가 즉각적으로 나오는 끝판왕 인과계. 게임의 세상으로 빠지고 싶은 것이다.


결국, 게임이 성공하는 이유는 [레벨과 퀘스트를 통해 인간이 가지고 있는 성장의 근원적 욕망에 대한 수치화] , [복잡계적 사고가 아닌 인과계적 사고에 대한 명확성을 주는 것. 즉 너가 노력하면 레벨이 100% 올라. 이 퀘스트를 100% 깰 수 있어. 이런 확신을 주는 것] 바로 이 포인트에 있다.


그럼 이 현상들로부터 내가 배울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지금 내가 쓰는 이 블로그 글의 제목을 보면 【55번째 쓰기】와 같이 숫자가 카운팅 되고 있다. 즉, 내가 이렇게 누적해서 쓰고 있는 글이 55번째라는 이야기다. 솔직히 이렇게 글을 100개 쓰고, 1000개 쓴다고 내 인생이 어떻게 달라지고. 내가 뭐가 달라질지 모르겠다. 글쓰기를 통해 결과물을 산출하는 것은 인과계가 아니니깐. 복잡계니깐. 오히려 이렇게 열심히 글을 썼다가 내 인생이 더 안 좋아질 수도 있다. 진짜 예측이 하나도 안된다.


그런데 나는 게임 시스템을 아니깐. 실제 현실이 저렇게 복잡계이기는 해도. 그냥 스스로한테 세뇌를 시키는 것이다. 게임 레벨업을 하듯이 일단 1000개까지만 써보자. 지금이 레벨 55인데, 만렙을 1000으로 잡고 가보자. 글 한개씩 쓸 때마다 레벨이 오르는거야.


내가 요즘 진로 고민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인터뷰를 하고 있는 타인의 삶 컨텐츠도 똑같다. 1번, 2번, 3번 인터뷰하는 사람마다 카운팅을 하고 있다. 물론, 이게 진짜 레벨업인지도 모르겠고. 솔직히 쓰다보면 현타가 올 때도 있다. 글 하나 쓸 때마다 2~3시간은 걸리는데 이 시간에 다른 재밌는 일이나 생산적인 일을 하지. 이게 도대체 뭣 하는 짓이람. 졸라 현타 쎄게 오면서 이런 생각이 들 때도 많다.


그런데도 내가 어쨌든 꾸역꾸역 하나씩 글을 써올리는 것은, 이미 나는 레벨업을 시키는 성장 시스템에 들어왔으니깐. 가끔씩은 저런 현타가 오더라도 성장하는 재미를 느껴버렸으니깐. 그래… 글쓰는게 힘들기는 해도 어쨌든 재밌다. 글과 인터뷰를 카운팅하면서 내가 성장하는게 명확히 수치화되서 보이잖아. 물론 이렇게 한다고 해도 결과물은 좋지 않은 복잡계 일 수도 있어. 괜한 시간 낭비 일 수도 있고. 하지만 나한테만큼은 아닐거야. 100명을 인터뷰하고, 1000개의 글을 쓰면 반드시 좋은 결과가 나올거야. 그냥 스스로 세뇌해. 시바.


게임이라고 어떻게 매일 재밌겠는가. 하다보면 질리고 한심하게 느껴질 때도 많다. 그럼에도 사람들이 끊지 못하고 게임을 계속 하는 것은 레벨이 오르면서 성장하는 기쁨을 맛보았기 때문이다. 내가 글을 쓰고 인터뷰를 하는 것도 똑같다. 성장하니깐 하는 것이다. 인간의 근원적인 즐거움에 맞닿아있으니깐.


이런 부분을 참고해서 유튜브에도 접근 해볼 필요성이 있다. 내가 유튜브를 지금 제대로 못하는 이유는 성장이라는 수치화가 없고, 인과계에 대한 명확성이 없서 그렇다. 아무리 생각해도 코인 유튜버 한다고 내 인생에 어떠한 인과계도 나올 것 같지 않거든. 글이나 인터뷰는 어쨌든 생각이 트이고 무언가를 깨닫는다는 인과적 결과물이 시시각각 보이지만. 코인 유튜브는 시바.. 그딴게 어딨어. 성장하는 즐거움이 느껴지지 않기에 별로 하고 싶지도 않고 행동의 동기부여도 되지 않는다.


생각해보면, 내가 글이나 인터뷰처럼 꾸준히 지속하는 습관들은 이미 성장의 궤도에 올라와 힘들어도 근원적 즐거움을 느껴 포기하지 않는다. 반대로 유튜브나 로스쿨 공부처럼 내가 해야하는 일임에도 하지 않았던 것들은 이 성장의 수레바퀴에 올라타지 못했었다.


어릴 때부터 내가 독서하는 것을 좋아했던 이유도 가만 생각해보면 책을 읽을 때 성장하는 즐거움 때문이었다. 가난했던 당시 책 뒤에 적혀 있는 가격을 보고, 오늘은 도서관에서 이 책 읽었으니깐 12,000원 벌었다. 오늘은 좀 더 두꺼운 책이니 20,000원이네. 공짜로 이거 다 읽었으니깐 돈 벌었다 개꿀. 이러면서 책 뒤에 붙어있는 가격표를 보며 책을 다 읽을 때마다 이만큼의 가격에 상응하는 지식을 내가 공짜로 벌었다고 생각을 했다. 그러니깐 지식이 돈으로 수치화 되서 게임의 레벨업처럼 성장하는 느낌을 받았다. 그 때의 나에게 1만원, 2만원은 정말 큰 돈이었으니깐.


사람들이 돈을 벌어 저축하는 것을 좋아하는 심리도 이에 맞닿아 있는 것 같다. 수치화된 자본이 내 성장을 나타내는 지표로 작용 할 수 있으니깐.


그래서 오늘의 결론은 게임 시스템의 [레벨 시스템] , [복잡계가 아닌 인과계적 확신]을 생각하며 스스로를 근원적인 성장의 즐거움에 들어갈 수 있도록 구체적으로 잘 이용해보자는 것이다. 성장하고자 하는 욕망이 사람을 행동하게 만든다.


원문 링크 : https://m.blog.naver.com/no5100/22270191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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