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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은넷 Jun 04. 2022

바보야, 문제는 도파민이야

나를 포함해서 내 주변에는 말만 하고 행동은 안하는 사람들이 많다.


나 : 유튜브를 한다고 하고 반년 째 거의 안함.

친구 A : 사업을 한다고 하고 2년째 준비만 함.

친구 B : 책을 쓴다고 하고 1년째 안 씀.


나도 친구들을 함부로 깔 수가 없는게.. 나도 안하고 있거든 ㅋㅋ 여기서 비판하면 내로남불 밖에 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나 스스로를 깔 수는 있겠다. 나는 도대체 어디서부터 어떻게 잘못 된 것인가? 왜 한다고 마음 먹은 일들을 계속 미루고 있는가?


사실 내가 처음부터 이렇게 마음 먹은 것을 못했던 것은 아니었다. 과거의 나는 어떻게든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노력하며 치고 올라갔었다.



이것은 네이버에 등록된 내 인물검색 프로필인데 하단을 보면 학력사항이 나와있다.


실업계고등학교 졸업 (연산상업고등학교라는 꼴통 학교였음) -> 아주대 화학공학과 중퇴 -> 숭실대 컴공 중퇴 -> 성균관대까지.


즉, 실업계생이 어떻게든 대학 입시에 성공해보겠다고 대학교 중퇴를 2번이나 해가며 계속 더 높은 대학으로 치고 올라갔던 것이다. 저 때 공부할 때 진짜 뒤질라게 힘들었다. 좋은 대학 가보겠다고 내 인생 19살 ~ 23살 4년을 통채로 수능 공부에 갖다 바쳤다.


저 때의 나는 뭐가 있었고, 지금의 나는 뭐가 없는가? 왜 저 때의 나는 실업계생이 말도 안되는 입시 성공을 해냈으면서 지금은 멍청한 금붕어마냥 목표로 하는 것도 이루지 못하고 허송세월을 보내고 있는가?


답은 이거다.


저 때는 GRIT이 있었고, 지금은 GRIT이 없다. 이 책은 굉장히 유명한 책인데 (참고로 책이 재미는 없다.) 대충 내용은 이런거다. 어떤 일을 해내기 위해서는 ‘포기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뭐.. 당연한 말이기는 한데, 이게 생각보다 당연하지가 않다. 예를 들어 보자.


과거의  : 그냥 아주대 화공에서 만족해도 됐음. 또는 숭실대 컴공에서 만족해도 됐음. 또는 애초에 대학을  가고 실업계 고졸 생산직으로 취업해도 됐음.


그런데 그러기 싫음. 절대 안됨. 무조건 서성한 이상의 명문대학을 가야 . 떨어지면  때까지 . 인생 바칠거임!!! 6수던 7수던 무조건 수능 공부 계속한다. 절대 포기란 없다.  마인드로 계속 도전. 간신히 4수만에 붙었다. (떨어졌어도 아마 계속 도전 했을거임)


현재의 나 :


유튜브? 해야지.. 음 근데 나중에 할래

사업? 해야지.. 음 근데 나중에 할래

로스쿨? 복학 해야지.. 근데 휴학 좀만 더 할래

책 몇 권 더 출판하기? 해야지.. 음 근데 나중에 할래


이런 염병을 떨고 있는거다. 아니 사람이 나이를 먹으면 업그레이드 패치가 되어야 하는데 지금의 내가 과거의 나보다 한참 못하다. 저 입시 공부 할 때의 내가 지금 내 모습을 보면 귀싸대기를 올려쳐버릴 듯.


왜 나라는 사람은 Windows XP에서 Windows 7으로 버전업은 커녕 Windows 95로 하락해버린 것일까? 이 의문을 계속 고민하다 약간의 답을 찾았다.


바로

“도파민이 변한 것이 문제였다.”


입시 당시의 나는 도파민 수용체에 손상을 입은 사람이 아니었다. 왜냐면 뭐 인생 살면서 성공해본게 없었거든. 그런데 가진게 많아지고 이룬게 많아지면서 역설적으로 사람이 멍청해지고 노력을 안하게 되고 배때지가 불러버리는 그런 현상이 나타나게 됐다.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어릴 때의 나 : 책을 읽으면 그것이 재미있던 재미없던 어떻게든 끝까지 읽음.


지금의  :  조금 읽다가 재미없으면? 바로 치워버림


——


어릴 때의  : 100 짜리 하나   있는 기회가 있으면 어떻게든 그걸 벌기 위해 노력을 . 짠테크의 


지금의  : 통장에 돈 많은거 지키지도 못하고 한방에 루나로  날려버림. 에이 그래도  어느 정도는 남아있네~ 이러고 사업도 안하고 투자 공부도 대충함.


—-


어릴 때의 나 : 상 하나 타려고 무진장 노력. 자격증 하나 따려고 무진장 노력


지금의 나 : 그거 다 아무짝에도 쓸모 없는거야. 하고 쳐다도 안 봄.


——


그 때의 나와 지금 나의 차이는 이거다.


“예전의 나는 포기를 안했다. 책 한 권을 읽어도 그게 재미없을지언정 무조건 끝까지 읽어야만 직성이 풀렸다.”


그러나 지금의 나는 포기가 빠르다. 책이 재미없으면? 조금 읽다가 포기하고. 자수성가로 열심히 모은 돈을 크게 잃었는데도 며칠 힘들어하다가 바로 포기해버렸다. 도서를 출판하는 것도 포기하고. IT랑 입시 쪽 사업도 포기하고. 유튜브도 포기한다. 그냥 요즘 나를 보면 뭐 이리 포기가 빠른지 그 신속함에 놀랄 정도다.


나라는 사람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무언가를 포기하지 않고 그걸 이루기 위해 도전해왔던 사람이었다.


실업계 학생일 때 : 서성한 이상의 명문대 학력을 가지기 위해서 포기하지 않고 대학 중퇴 2번에 4수까지 하며 계속 도전.


기초생활수급자로 흙수저를 넘어 돌수저 수준이었을 때 : 어떻게든 부자가 되겠다는 일념 하에 사업을 하고, 투자를 하며 노력을 함. 그 과정 중 별의 별 사건을 다 겪고, 2억 넘게 사기까지 당함.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 노력함. 결국 31살 나이에 큰 부를 모음.


학력과 재산을 일구는 과정 중 엄청나게 힘든 순간들이 많았다. 하지만 그 순간들마다 포기하지 않고 그릿의 힘으로 계속해서 달려왔다. 그런데 지금은? 조금만 힘들어도 그만두고 싶다. 막상 학벌도 돈도 다 가져보니깐 허무하고 별로 행복하지도 않아 노력하고 싶지 않다.


유튜브? 하면 좋겠지. 그런데 엄청 노력하기는 싫어. 도서 출판? 이미 책 2권 출판했는데 여기서 몇 권 더 내서 뭐해. 사업? 예전에 할 때 힘들어 뒤지는 줄 알았어. 이번에 루나로 크게 잃었지만 아직 생계 걱정 할 정도는 아닌데 당장 그 고생하고 싶지않아. 등


분명히 과거만 해도 가진게 아무것도 없으니 어떤 목표를 생각하기만 해도 ‘도파민 뿜뿜’ 현상이 계속 나타났었다. 그런데 지금은 이 ‘도파민 뿜뿜’이 사라져버렸다. 한 마디로 나는 도파민 고자가 된 것이다!!!!


사실 지금 도파민이 안나와서 심각할 뿐이지 목표는 있는 상황이다. 유튜브 구독자 10만명을 달성하고 싶고, 책도 현재의 2권을 넘어 10권을 더 출판해보고 싶다. 사업도 교육 플랫폼을 만들어보고 싶고, 로스쿨도 복학해서 변호사 면허를 따고 싶다.


그러니깐 욕심은 있는거다. 다만, 예전처럼 죽어라 노력하기는 싫고 수 틀리면 좀 하다가 포기하고 싶어져서 그게 어마무시한 문제인거다. 사실 예전만 해도 조금 하다가 포기하는 사람들을 이해를 못했다. 하지만 지금은 내가 그러고 살고 있으니 이제는 이해를 넘어 그런 사람들과 일심동체의 마음을 느끼고 있다.


나를 포함한 사람들은 왜 포기를 하는걸까?


1. 하다보니 그 일이 내 생각만큼 잘 안되니깐

2. 하다보니 그 일이 내 생각보다 재미없으니깐


잘 안되거나 재미가 없기 때문에 사람들은 포기를 하는 것이었다. 나는 유튜브가 이렇게 잘 안될지 몰랐고, 영상 편집이 이렇게 재미없을지 몰랐다.


그런데 웃긴게 있다. 이 블로그 (또는 브런치)에 글을 쓰는 것도 사실 위의 포기해야만 하는 요건에 속한다.


1. 이렇게 글을 열심히 써봐야 200~300명 볼까말까다. 글 열심히 쓰는거에 비해 블로그 운영이 잘 안된다. 이게 돈이 돼. 아니면 사람들이 많이 와. 이런 목적으로만 보면 할 이유가 전혀 없다.


2. 그리고 이거  쓰는거 재미없다. 이걸 의아해하는 사람들도 있겠는데 궁금하면 님들이   써봐라. 이렇게  쓰는거 별로 재미없다.


그런데도 나는 꾸준히 계속 쓴다. 일주일에 1 이상씩은 글을 쓴다. 포기해야되는 요건이 갖춰줬는데 나는  쓰고 있는거지? 오호!! 여기에 힌트가 있겠다 싶었다. 그래서  심리를  디벼봤다.


내가 블로그나 브런치에 글쓰기를 하는 것처럼,

왜 어떤 일은 잘 안됨에도 불구하고 계속 하게 되는걸까?

왜 어떤 일은 재미없는데도 그것을 참고 계속 하는걸까?


이 질문을 고민하다 아주 예전에 책에서 읽은 실험 하나가 떠올랐다.  

출처 : http://www.progressfocused.com/2020/09/classical-research-edward-deci-1971.html


에드워드 대쉬라는 사람이 수행한 엄청 유명한 실험인데, 위 그림처럼 생긴 여러개의 큐브를 그룹별 12명 / 12명에게 나눠 풀어보게 했다. 실험 방식은 이렇게 진행됐다.


처음에는 연구자가 피실험자랑 같이 들어가서 풀게 시킨다. 그리고 연구자는 8분 정도 밖에 나가 있는다.


A 그룹 : 큐브를 풀 때마다 1달러씩 연구자가 돈을 줌.

B 그룹 : (아무것도 없음)


이 때, 연구자가 밖에 나가 있는 8분 동안 B 그룹은 심심한지 계속해서 퍼즐을 가지고 놀았다. 그런데 A 그룹은 나가자마자 퍼즐을 때려치고 그냥 멍 때리고 있었다. 즉, 돈이라는 외부의 보상이 A그룹 사람들의 퍼즐 자체에 대한 흥미와 관심을 0으로 만들어버린 것이다.


이 역사적인 실험에서 내재적 동기라는 용어가 탄생한다. 즉, 외부적인 보상이나 외부적인 인정과 같은 재미가 없더라도 그냥 그 행위 자체를 지속하는 이상한 현상. 어릴 때 놀이터에서 노는 아이들이 느끼는 그런 동기 말이다. 아이들을 보면 놀이가 잘 안되고 가끔 재미가 없어도 그냥 꾸준하게 논다.


이런 측면에서 내가 글쓰기를 하는 것도 똑같다. 이거 쓴다고 방문자가 많아지는 것도 아니고, 누가 알아주는 것도 아니고, 돈을 받는 것도 아니다. 쓰다보면 힘들 때도 많고 딱히 엄청 재밌지도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냥 쓰다보니깐 내가 성장하는 느낌이 들고. 그 성장하는 느낌이 좋고 하다보니 그냥 하는거다. 심심해서 B 그룹이 퍼즐 맞추듯이.


이 내재적 동기 상태에 진입을 하면, 그 일이 잘 안되더라도 / 또는 그 일이 재미없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그 일을 지속 할 수 있는 힘이 생기게 된다. 내가 지금 블로그에 글을 1년 째 꾸준히 쓰고 있는 것처럼. 글쓰기는 이제 나에게 있어 잘 안되던 말던, 쓰는게 재미있던 말던, 걍 하고보는 익숙함의 영역으로 진입을 하게 된 것이다.


우리의 뇌 깊숙한 곳에는 도파민을 관장하는 보상체계가 있다. A 그룹은 돈을 준다고 하니 어떠한 열정도 불타오르지 않았다. 그러나 B 그룹은 퍼즐이 맞춰지는 것 자체만으로도 심리적 만족감을 받게 됐다.


외부적 요인 (금전적 보상) <<< 내재적 동기 (심리적 만족감)


결론적으로는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현재 포기를 하고 있는 이유는 성취 동기가 외부적 보상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초점이 맞춰지게 되면 잘 안되거나 / 재미가 없어지거나 / 인정을 못 받거나 / 돈을 못 벌면 바로 포기해버린다. 물론 잘 되거나 재미가 있거나 인정을 받으면 내재적 동기보다 훨씬 더 파워풀하게 죽어라 한다. 내가 돈을 벌 때나 공부를 열심히 했을 때처럼. 그러나 문제는 잘 안되거나 재미가 없을 때다. 이럴 때 지속 할 수 있는 힘은 오로지 심리적 만족감이라는 내재적 동기에서 나오게 된다.


사실 나는 그동안 외부적 요인에 의해서만 노력을 하고 성과를 내왔던 사람이다. 그러나 이제는 외부적 요인이 나에게 잘 통하지 않는 그런 시점이 왔다. 이제는 내가 동기부여를 받는 체계를 바꿔야 한다. 그동안은 외부적 요인에 집중하며 대학 입시에 도전하고, 부를 창출하는데 도전했지만. 이제는 내재적 동기에 집중하여 심리적 만족감 자체에서 동기부여를 얻어야겠다. 그렇다고 외부적 요인을 아예 포기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시기에 따라 나에게 어울리는 적절한 도파민 분비 체계라는 것이 있는데 이 옷을 적절하게 바꿔 입겠다는 이야기다.


마지막으로 이런 도파민들의 분류를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원초적인 도파민 : 맛있는거를 먹는 것, 사람들과 수다를 떠는 것,  피곤할 때 푹 자는 것, 성관계를 맺는 것, 엄청 목 마를 때 물을 먹는 것 등등 (생존과 번식에 필요한 기본적이고 자동적인 욕구)


외부적인 도파민 : 칭찬받거나 인정 받는 것, 돈을 많이 버는 것, 헬스장에서 몸을 펌핑해서 남에게 잘 보이는 것


내부적인 도파민 : 재미있는 것 (슈카월드나 효기심과 같은 유튜버), 내가 성장하는 것, 그냥 자체가 좋은 것 (오타쿠의 수집 등)


이 3가지의 도파민들을 시기에 따라 적절하게 잘 활용해야 한다. 처음에는 외부적인 도파민에 집중하다가 그 다음에는 내부적인 도파민에 집중을 하는 식. 예를 들어, 헬스와 같은 경우 처음에는 몸이 예뻐져서 남에게 잘 보여야지!라는 외부적 도파민에 의해 시작을 했으나 하다보니 몸이 성장하는 것 자체가 즐거워 내부적 도파민에 의해 지속 가능하게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어느 한 쪽을 배척 할 필요 없이 적절하게 시기에 따라 바꿔가면서 나에게 맞는 도파민을 사용하면 될 일이라고 본다. 여름에는 여름 옷을 입고, 겨울에는 겨울 옷을 입듯이.


결국 동기부여라는 것은 모두 도파민의 농간이다. 이 호르몬을 잘 활용하는 사람만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원문 링크 : https://m.blog.naver.com/no5100/2227586576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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