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유명한 책이 있다. 바로 <마시멜로 이야기>라는 책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베스트셀러가 되었을만큼 이 책에 실린 과학 실험은 충격적이었다.
4살 짜리 아이를 배고픈 상태로 만든다. 그리고 마시멜로 하나를 앞에 둔다. 이 상태로 연구자는 말한다. “너가 15분 동안 마시멜로를 먹지 않고 참으면 2개를 줄게” 아이들의 반응은 두 갈래로 나뉘어졌다. 한 쪽의 아이는 노래를 부르고, 무릎을 쥐어뜯고, 이것은 맛 없는 음식이라고 상상하면서 어떻게든 먹지 않고 참았다. 반면 다른 쪽 아이들은 30초만에 홀라당 마시멜로를 먹어버렸다.
이 4살 짜리 아이들을 몇 십년 뒤 추적 조사를 해보았더니 충격적인 차이가 발견되었다. SAT (수능) 점수에 큰 차이가 있었으며, 각각 진학한 대학교 네임벨류의 차이, 현재 가지고 있는 직업의 차이, 현재 수입과 모아둔 재산의 차이, 심지어 외모와 몸매까지도 큰 차이가 있었다. 다시 말해 마시멜로를 홀라당 먹어버린 아이들은 대학도 제대로 진학을 못했고, 수입도 낮았으며, 몸매 관리마저 안되서 뚱뚱했다. 그러나 15분 동안 마시멜로를 참고 2개를 받아냈던 아이들은 명문대학 진학에 수입이 높았고 몸매 관리마저 탄탄히 잘 됐다.
이 실험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분명하다. 인생에 있어 원하는 것을 얻고 성공하기 위해서는 ‘인내심과 충동성 조절’을 하는 것이 핵심이라는 것. 물론, 이후로 많은 학자들이 어떻게 저것만이 성공의 요인이 될 수 있냐며 반박하는 많은 연구를 냈다. 하지만 이런 학자들조차도 인내심이 절대적 요인은 아닐지언정, 성공에 있어 큰 요소로 작용한다는 점은 인정하고 있다. 즉, 이 실험은 여전히 주류 학계에서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이론이다.
사실 이것은 경험적으로 다들 알고 있는 내용이다. 학창 시절에 놀거 안 놀고 유혹을 참아냈던 사람들이 결국에 원하는 것을 이루어낸 모습을 모두들 한번쯤 목격 했을 것이다. 다들 이걸 몰라서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실천하기가 어려워서 못하고 있을 뿐.
심지어 나를 예로 들자면, 예전만 해도 나는 충동성을 잘 조절하고 인내심을 잘 컨트롤 해 원하는 것을 이뤄냈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점 이것이 잘 안되고 있다. 나라는 사람은 똑같은데 왜 과거에는 되었던 것이 지금은 안되는 걸까?
문제는 바로 “인터넷과 컴퓨터, 핸드폰이 마약처럼 충동성 조절 능력을 파괴시켜버려서다.”
한 번 생각을 해보자. 유튜브를 켰을 때, 여러분들은 메인 화면에 보여지는 수 많은 재미있는 영상들을 클릭하지 않고 넘어갈 자신이 있는가? 한 두번은 가능할지 몰라도 지속적으로 이런 흥미로운 영상들에 노출되면 클릭하지 않고 넘어가기가 쉽지가 않다. 네이버 메인 페이지나 나무위키와 같은 사이트들은 또 어떤가? 온갖 재미있는 것, 자극적인 정보로 우리가 클릭하도록 유도한다.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또한 마찬가지다. 이곳에서는 좋아요를 통한 인정 욕구를 건드려 사람이 계속해서 충동적으로 게시물을 올리게 만든다. 카카오톡 또한 즉각적인 메시지로 소통이라는 미명 아래 사람들을 충동적으로 행동하도록 몰아넣고 있다. 그 외에도 많다. 인터넷 포르노, 컴퓨터나 모바일 게임, 넷플릭스, 인터넷 쇼핑 등..
내가 해야 할 일이 있고, 집중해야 할 일이 있어도 인터넷과 핸드폰이 주는 유혹들이 있으면 그 일에 집중하기가 쉽지 않다. 이렇듯 디지털 세계는 점점 더 우리를 주의 산만하게 만들고 있다. 실제 뉴질랜드의 제임스 플린 교수가 진행 한 연구에 따르면 인터넷이 등장한 2000년대 이후 청소년들의 평균 IQ가 떨어지는 현상이 관찰되고 있다. 또한, 이렇게 디지털과 함께 자라난 세대들이 아날로그를 이용했던 전 세대들보다 집중력이 떨어지고 우울증과 자살율도 높다는 것이 연구로 계속 밝혀지고 있다.
일례로, 작년만 하더라도 인스타그램이 인간의 정신건강에 미치는 심각성을 알면서도 묵과한 혐의로 페이스북 창업자가 미국 국회 청문회에 불려가 먼지가 되도록 털렸다.
디지털 기기와 인터넷은 이렇듯 우리의 인내심을 없애고 충동적이게 만든다. 그러나 이 사실을 아는 것과 별개로 인터넷을 끊는 것은 사실 상 불가능에 가깝다. 모든 업무가 이걸로 진행이 되고, 모든 사람들이 이것을 통해 소통을 하는데 이것을 끊으면 원시인이 되라는 소리 밖에 더 되겠는가. 또한 부정적인 면만 강조되어 그렇지 컴퓨터와 핸드폰, 인터넷이 주는 장점 또한 분명히 있다.
그렇다면 인터넷의 장점만 취하고 위에 열거 된 단점을 없앨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정답은 바로 “운동”이다. 운동이 얼마나 우리 의지력의 Capacity (용량)를 높이는지는 최근 들어 수행되는 연구들이 속속 밝혀내고 있다. 그 전에 의지력의 Capacity가 무엇인지에 대해 관련된 실험부터 살펴보자.
* 초코칩 쿠키 실험
Ego Depletion (자아 의지력 고갈) 이라는 개념을 탄생시킨 이 논문은 인용 횟수가 7천건이 넘어갈 정도로 어마무시하게 유명한 실험이다. 내용은 이렇다.
바우마이스터라는 박사가 67명의 대학생들을 모았다. 그리고 이 사람들을 금식시키면서 굶겼다. 그 다음 한쪽 그룹에는 맛있는 초코칩 쿠키를 줬다. 반면 다른 그룹에게는 초코칩 쿠키 냄새만 맡게 한 다음 맛 때가리도 없는 무를 씹게 했다.
즉,
A그룹 : 아주 맛나게 초코칩 쿠키를 먹음
B그룹 : 옆에 사람들이 초코칩 쿠키를 먹는 것만 지켜보고 냄새만 맡은 다음 먹고 싶은거 참아가며 맛 때가리 없는 무만 씹음.
이후로 이 그룹들에 아무도 못 푸는 불가능한 퍼즐을 풀게 했다. 그런데 먹는데 의지력을 전혀 소모하지 않는 A 그룹은 엄청 오랫동안 이 퍼즐에 매달리며 문제를 풀려고 시도했다. 하지만 B 그룹은 A 그룹의 반도 안되는 시간만 깔짝대더니 문제를 바로 포기해버렸다. 이 두 그룹의 기존 학업 성취도, 지능, 학력은 거의 똑같았다. 단지 초코칩 쿠키를 먹었냐 VS 쿠키를 먹고 싶은 걸 참으면서 무를 먹었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현상이 도출 된 것이다.
이 실험에서 역사적인 개념이 탄생한다. 바로 “의지력이란 무한한 자원이 아닌 소모성 자원이라는 것. 의지력은 핸드폰 배터리와 같아서 다 소모되는 순간 다음 일에 쓸 에너지가 없어져 버린다는 것.”
우리가 매일 같이 하는 무의식적 행동들을 살펴보자.
유튜브 알고리즘 피해서 내가 원하는 영상만 검색해야 해
핸드폰 좀 그만 쳐다봐야 해
게임이나 넷플릭스 보지 말고 공부해야 해
웹서핑 하지 말고 일을 해야 해
등. 인터넷 세계 안에서 수 없이 수행하는 ‘저걸 하지 말아야 돼’라는 회피 반응들은 초코칩 쿠키를 앞에 두고 무를 씹는 사람들처럼 우리의 의지력 배터리를 계속 갉아먹고 있었다. 그러니깐 여러분이 놀기만 하고 원하는 공부나 노력을 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러나 낙심하기는 이르다. 어차피 이미 갉아 먹히고 있는 일. 카카오톡과 인터넷을 끊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 다른 방법으로 해결 할 수 있다. 바로 의지력 배터리를 아이폰 13 PRO MAX처럼 슈퍼 대용량으로 만들어버리면 된다. 그것은 바로 ‘운동’을 통해서 가능하다. 아래 3개의 논문을 살펴보자.
첫 번째 논문은 스웨덴의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이다. 인터넷과 핸드폰을 많이 보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어떤 학생은 주기적으로 운동을 시켰고, 어떤 학생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하루에 20분 정도만 신체 활동을 했음에도 운동을 한 학생들의 집중력은 더 높았고 참을성과 인내심 또한 더 높아졌다. 충동적인 행동에 대한 지표에서도 운동을 한 그룹이 유의미하게 통계적 수치가 낮아지는 것이 밝혀졌다.
https://www.ncbi.nlm.nih.gov/pmc/articles/PMC4372555/
두번째 논문은 미국에서 시행한 실험으로 ADHD 진단을 받은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다. (논문 풀 내용은 위 링크) , 우리들이 핸드폰이나 컴퓨터를 할 때와 유사하게 정신없이 산만한 아이들을 대상으로 페르시아의 왕자라는 고전 게임을 시켰다. 게임 자체가 크게 재미도 없고 머리를 쓰는 퍼즐의 요소가 강했는데 ADHD를 가진 아이들 답게 조금 하다가 포기해버렸다.
그런데 5분 동안 달리기를 시킨 아이들은 달랐다. 집중력이 더 강했고, 인내심이 더 강해져 포기를 덜 하는 경향성을 보였다. 이 수치가 너무 차이가 나서 운동이 얼마나 의지력 배터리를 높여주는지를 명확하게 보여준 실험이다.
세번째 논문에서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일주일 동안 핸드폰 만보기 앱을 이용해서 하루에 1만보씩 걷게 시켰다. 여기서 또한 그룹을 나누어 좀 빠르게 뛰게 만든 그룹이 있었고, 편안하게 산책을 시킨 그룹이 있었다.
나중에 뚜껑을 까보니 결과가 이렇게 나왔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그룹 : 컴퓨터와 핸드폰에 의지력을 다 빼앗겨서 아무것도 못함 (집중력 최저)
1만보씩 산책을 한 그룹 : 의지력 Capaticy가 높아져서 컴퓨터와 핸드폰에 의지력을 빼앗겨도 해야 할 일을 함 (집중력 중간)
1만보씩 달리기를 한 그룹 : 심박수가 높아지는 달리기를 했는데 걸었던 그룹보다 더욱 의지력 용량이 강해지는 결과가 타나났음. (집중력 최상)
인터넷과 핸드폰은 사람마다 매일 부여되는 의지력 배터리를 잡아먹는다. 우리가 살고 있는 현대 시대에 디지털 기기를 거부한다는 것은 비현실적이고 말도 안된다. 따라서 운동을 통해 의지력 배터리 용량 자체를 아이폰 PRO MAX 급으로 높여버려 디지털에서 의지력이 낭비 될지라도 괴물 배터리로 밀어버리는 전략을 사용해야 한다.
연구에 따르면 핸드폰 만보기 앱을 켜고 산책하듯이 5천보 ~ 1만보만 걸어도 충동성 조절과 의지력이 강해지는 효과가 크다. 더 큰 효과를 보려면 달리기를 하는 것이 가장 좋으며, 근력과 같은 헬스 또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3줄 요약
1. 인생에 있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는 ‘충동성 조절 능력’이 필수다.
2. 그러나 인터넷과 핸드폰, 컴퓨터는 이 충동성 조절 능력을 파괴시켜버린다. 또한, 초콜릿 쿠키 실험에 따라 사람마다 하루에 정해져 있는 의지력 용량은 한정되어 있는데 이 의지력조차 인터넷이 없애버린다.
3. 그렇다고 디지털 시대에 인터넷을 버리고 살 수는 없다. 따라서 이것을 해결 할 수 있는 방법은 배터리 용량 자체를 늘리는 것이다. 다수의 연구를 통해 운동이 의지력과 충동성 조절에 관한 배터리 용량을 늘려주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실험을 상기하며 꾸준히 운동을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