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 유보된 제목> Vs <관람모드>

by 김소연



<천사- 유보된 제목>(서현석 연출)도 한 명의 관객이 극장 곳곳의 설치와 퍼포먼스를 관람한다. 일정한 시간 간격을 두고 관객이 한 명씩 출발하여 정해진 순서에 따라 장소에 도착하면 퍼포먼스가 전개되는 것이다.

곳곳의 장소란 이렇다. 분장실은 물론이고 공연자들도 드나들 것 같지않은, 마치 극장의 내장에 들어와 있는 것 같은 구석진 공간에 푸르스름한 어두운 조명 아래 조형물들이 기이하게 놓여있었다.

극장의 내장을 돌아나와 뒷편 외부 계단의 퍼포먼스는 퍼포머가 침묵 속에서 종이 한 귀퉁이에 문장을 적어 찟어 건네는 것이었다. 그녀는 나에게 침묵의 말을 그렇게 건넸다.

<관람모드> 역시 한 명의 관객이 극장 곳곳의 장소를 돌며 퍼포먼스를 관람한다는 것은 천사와 같다. 그런데 이 공연은 관객들이 산개하듯이 곳곳의 장소로 함께 출발한다. 당연히 관객들에게 장소와 퍼포먼스의 순서가 다르다. 또 하나의 차이는 퍼포먼스에서 관객의 위치다.

<천사..> 역시 한 명의 관객이 퍼포머와 대면해야 하지만, 온전히 관객으로 지워져 있다. 마치 불꺼진 객석에 앉아 무대를 지켜보는 것과 같다. 앞에 적은 메모를 전해주는 장면에서도 그것은 나와의 대화가 아니라 배우의 독백이다. 반면 <관람모드>에서는 메모로 인사를 건네고 나 역시 답문을 건넨다. 퍼포머는 나를 정면으로 응시하고 나 역시 뭔가를 수행하거나 그렇지않더라도 나의 반응은 적나나하게 퍼포머 앞에 드러나는 것이다.

<천사..>가 한 명의 관객으로 끝까지 한 명의 관객으로 극장을 떠난다면 <관람모드>는 함께 출발하고, 출발하자마자 산개하여 한 명의 관객으로 퍼포먼스를 감상(혹은 참여)하지만, 함께 공연의 끝에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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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 선 배우가 내게 말을 건다. 수어를 알지 못하는 나는 내가 가진 감각과 인지를 동원해 수어의 움직임이 만드는 느낌, 그녀의 표정 등등으로 조각 맞추기를 해보려 하지만, 내가 가진 조각은 너무 성글어 그림이 맞춰지지 않는다. 못 알아듣는 외국어를 듣고 있는 느낌과는 다른 것인데 마치 소리가 제거된 화면을 보고 있는 것도 같고, 문맹자가 되어 문자 앞에 서 있는 것도 같다. 그녀와 내가 마주 서 있는 그 사이처럼 수어라는 말의 세계와 내가 쓰는 말의 세계가 사이를 두고 대면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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