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산 <어느날 갑자기...!>
코로나19 확진자 이야기다. 성민은 가벼운 몸살이라고 생각했던 증상이 코로나19 감염으로 판명되어 생활치료센터로 격리되고 증상이 점점 심각해지면서 다시 병원으로 이송된다.
심각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연극은 내내 소소한 웃음들을 만들어낸다. 동생의 소식에 놀란 형은 이런저런 옷가지들을 층층이 겹쳐 입고 나타나 집안을 소독한다고 한바탕 소동을 벌이다가 밀접접촉자가 된다. 어떤 환자는 체구가 커서 음압팩을 닫지 못한채 실려가고, 증상이 없지만 이송매뉴얼을 지키느라 들것에 누웠지만 지친 요원들이 들지를 못해 걸어간다. 2인 1실 생활치료센터나 입원실 풍경을 보면 바이러스에 대한 공포마저도 공동생활의 온갖 소소한 갈등을 막지 못한다. 코로나19에 대해 이런 저런 정보들을 숙지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상황을 맞닥뜨리고 보면 모든 것은 당황스럽게 마련이다. 게다가 감염자들이 겪는 상황이란 세세하게 알고 있지도 못하다. 연극은 이 당황스러움을 ‘예기못한’ 상황이라는 희극의 고전적 극작술로 그려간다.
웃음만 있는 것은 아니다. 다행히 성민은 완치가 되어 다시 세상으로 나온다. 이때 내내 유쾌하게 전개되던 연극은 갑자기 선회하는데 성민은 눈물을 터트리고 드라마의 시간은 코로나19 판정을 받던 처음으로 되돌아간다. 그렇게 다시 되풀이되는 그 시간에는 앞서 희극적으로 그려지던 상황들에 담지 못했던 온갖 힘겨운 장면들이 빠르게 흘러간다. 제 아픔을 돌볼 겨를 도 없이 성민은 가슴이 쪼개질 듯 기침을 하면서도 혹시나 동선이 겹치지는 않는지 확인하는 주변 사람들을 안심시켜야 했다.
이 연극을 만든 극단 산은 지난 해 8월 2차 파동 때 집단감염이 있었던 바로 그 공연팀이다. 극중에도 나오지만 그나마 다행인 건 개막 직전 발견되었다는 것이다. 당시 대학로는 물론 공연계의 충격은 지금도 생생하다. 코로나19 방역정책은 관객 감염에 대해서는 엄격하지만 제작과정은 제작팀의 자체 판단에 따른다. 문을 닫은 국공립기관들도 리허설은 계속하고 있었다. 여전히 부정적 여론이 만만치 않은 상황에서 공연활동이 집단감염처가 되는 것은 아닌지, 온갖 어려움 속에서 이어가던 제한된 활동마저 얼어붙는 것은 아닌지 등등 두려움에 꽁꽁 얼어붙어 있었다. 연극은 바로 그 순간을 다시 되불러들이면서 막을 내린다.
전염병의 공포는, 병의 치명적 증상만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너와 내가 바이러스의 전파자일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다. <어느날 갑자기...!>는 판데믹 상황이 서로가 서로에게 위협이기도 하지만 그래도 이 두려운 현실을 건너는 것은 바로 우리가 함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유쾌하게 그러나 힘겨움과 가혹함을 외면하지 않고 무대에 기록하고 있다. [문화정책리뷰] 에디토리얼 22 수정
* 사진 출처: 극단 산 페이스북 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