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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핼로군 Sep 26. 2023

병원에서 맞는 생일 & L-tube 해보다

2019.03.01 초보의사일지

오늘은 내 생일이다. 이번 생일은 친구들은 인턴 들어가고 해서 좀 버려지겠구나 싶었는데, 많은 사람들이 축하해줘서 고마웠다. 고등학교 친구들, 대학교 인턴 들어간 친구들, 같이 공보의 가는 친구들 모두 연락 와서 반가웠다. 들어와서도 생일답게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아서 기분이 좋았다. 


 요새 'sky castle' 이라는 드라마 보는데 끔찍하다. 공부에 대한 열망이 비극으로 가다니, 어쩌면 참 별 일 없이 공부했고, 사랑받는 가족 품에서 공부에 집중할 수 있었던 내 자신이 얼마나 행복했는지 깨달았다. 어쩌면 나는 진짜 행복을 이미 얻어서 만족하는 게 아닐까 싶다. 


 하지만 다음 날 새벽에 콜 전화를 받으면서 일어났다. 요양 병원 당직할 때 제일 주의해야될 게 'L-tube' 잡이랬는데, 엘튜브가 별로 없다고 한 것 치고는 이 날 이후로 매일매일 있었다. 아침에 비몽사몽하면서도 걱정이 되었다. L-tube란, 쉽게 말하면 콧줄인데 이게 환자에게 엄청난 고통을 준다. 전에 본과 3학년 때 동기끼리 서로 꽂는 실습을 했었는데, 저절로 눈물이 났다. 마치, 수영장에서 잠수하고 있다가 물을 코로 들이마쉬는 것을 긴 관이 통과하는 내내 느끼는 것과 같아서 "나중에 환자한테 이거 어캐하냐" 했는데, 새벽 6시에 첫 도전을 하게 되다니.. 밑에서 열심히 공부하고 갔더니 그래도 한번에 성공했다. 나중에 생각해보니 넣는 과정에서 길이를 재는 과정을 뺐어서 죄송했다. 나의 무지로 인해서 할머니가 안 겪었어도 되는 2cm의 고통을 느꼈다고 생각하니 앞으로 더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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