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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핼로군 Sep 27. 2023

"배가 아파요" 아픈 간호사 선생님

2020.02.27. 초보의사일지

 아침에 출근하자마자, 간호사 선생님이 배가 아프다고 하면서 진료실을 찾았다. 단순히 그냥 소화불량으로 인한 복통으로 생각해서 소화불량 치료제들만 주었다. 체온과 혈압 모두 정상이고 장음을 들었는데 약간 항진되었지만 큰 문제는 없어 일단 마음이 놓였다. 


 호소하는 증상은 어제부터 아무것도 먹지 못할 정도로 속이 안 좋았고, 구토를 엄청 한다고 한다. 내가 준 약 조차 바로 토할 정도였으니 많이 걱정이 되었다. 


 일단 본인이 섬을 나가려 타는 헬기나 배도 못 탈 것 같다고 해서 일단, 포도당 수액 (영양공급) 에다가 강한 진통제를 타서 놨다. 맞고 나서 좀 누그러졌다 생각해서 맘 편히 있었는데 전화가 왔다. "배가 아파요"라는 말에 그제야 제대로 진찰을 했다. 배를 누르자마자 "아" 하는데, LUQ, RUQ pain이 있는 걸로 보아, 담낭염 췌장염 (이전 과거력이 있었다), 위염 등이 의심되었다. 그 때 바로 진통제를 하나 더 놓고 그냥 쾌속선을 타고 섬을 떠라나라고 했고, 간호사 선생님도 위험성을 인식하고 나갔다. 


 사실, 진찰이라는 게 배를 누르고 배 소리를 듣고 이런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것인데, 간호사 선생님한테 미안했다. 그냥 서로 부끄러워도 빨리 진찰해서 병을 알아내 볼걸 하는 생각도 들고, 뭔가 내가 이상한 걸지 모르겠는데 막 "진찰해볼게요" 이러면 아는 사이에서는 괜히 의부심 같은 느낌이 들까 봐 잘 못하겠다. 오늘 일로 이건 유세 떠는 겸손이 아니라, 의사의 무능력함이고 실수라고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는 환자들 중 좀 위급해 보이는 사람은 반드시 신체진찰도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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