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시간을 즐기는 사람.
사람들과의 시간을 즐기는 사람.
나는 후자에 가까웠다.
내성적인 성향이 강하지만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했고,
가까운 사람들과 깊은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아무 의미 없는 장난을 주고받는 시간도 소중했다.
스트레스 역시 사람들을 만나며 풀어왔던 것 같다.
물론, 그 안에서도 나만의 시간은 필요했다.
그래서 주말이면 약속을 잡아 사람들과 어울리면서도,
하루가 끝나면 혼자만의 시간을 남겨두어
스스로를 충천하곤 했다.
혼자만의 시간은 거창하지 않았다.
좋아하는 음악을 듣고,
책을 읽고,
즐기는 프로그램을 보고,
주변을 정리하거나
여유가 될 때면 조용한 카페에 앉아 있는 정도였다.
그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시간이 흐르고 나이가 들면서
나의 환경도, 주변 사람들의 환경도 조금씩 달라졌다.
마음과는 달리 연락하는 횟수와
함께하는 시간은 자연스럽게 줄어들었다.
누군가는 직장에 적응했고,
누군가는 가정을 꾸렸다.
지켜야 할 자리가 늘어날수록
관계는 이전과 같은 방식으로 유지되기 어려워졌다.
그런 변화 속에서
나는 어느 순간부터 사람들과 어울리는 일이
조금씩 버겁게 느껴지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분명 사람을 싫어하게 된 것은 아니었는데,
이유를 정확히 알 수 없어서
그 감정은 더 낯설고 힘들었다.
어느 때부터인가
나는 나도 모르게 관계 안에서 눈치를 보고 있었다.
이 말을 하면 상처가 되지는 않을지,
이 선택이 서운함으로 남지는 않을지.
나의 감정보다
타인의 감정을 먼저 헤아리는 시간이
점점 더 많아졌다.
나의 하루를 자연스럽게 공유해야 하는 관계들,
잦은 연락을 당연하게 여기는 분위기,
혼자 있고 싶은 날에도
설명 없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순간들.
누군가를 만나고 돌아오는 길에
문득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 때면
스스로에게 미안해졌다.
하지만 그 감정은
잠깐의 피로가 아니라 반복되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의도적으로 혼자만의 시간을 늘려보기로 했다.
외로울 거라 예상했던 마음과 달리
그 시간은 생각보다 조용하고 편안했다.
혼자 카페에 앉아 책을 읽고,
거리를 걷고, 영화를 보고,
아무 약속 없는 하루를 보내보았다.
연락도 꼭 필요한 이야기만 짧게 나누었다.
처음에는 그런 내 모습이 낯설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오히려 마음이 가벼워졌다.
그렇다고 해서
사람을 싫어하게 된 것은 아니었다.
혼자 있는 시간이 늘어나자
사람을 대하는 기준도 달라졌다.
무조건 함께해야 유지되는 관계보다
각자의 시간을 존중할 수 있는 관계가
더 오래 남는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 깨달음 속에서
관계는 자연스럽게 정리되기 시작했다.
넓고 느슨한 관계보다
조용하지만 단단한 관계들이 남았다.
우리는 살아가며 완전히
관계없이 존재할 수는 없다.
다만, 혼자 있을 때
스스로의 마음을 안정적으로 마주할 수 있다면
관계를 맺는 방식은 조금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혼자 있을 때의 마음의 안정이란
누구에게도 나를 증명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이다.
누군가의 감정을 살피지 않아도,
나의 감정을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상태.
그 고요함 속에서
나는 온전히 나로 존재할 수 있었다.
혼자 설 수 있을 때
관계는 비로소 선택이 된다.
그리고 그 선택은,
더 단단한 방향으로 나를 이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