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 많이 하자...
첫 번째 스타트업의 면접의 결과는 최종면접을 치른 이틀 뒤인 금요일 아침 10시에 이메일로 왔다. 아침 12시쯤 일어났을 때 SMS 문자로 결과가 통보됐으니 면접 후기를 적어달라는 것이다. 근데 문자의 워딩이 뭔가 유쾌하지 않아서 느낌이 쌔한 느낌을 받고 이메일을 열어보니.....
둥둥님, 안녕하세요.
A사 채용팀입니다.
우선, A사의 채용 과정에 관심을 가져주셨던 점에 대해 진심으로 감사 드립니다.
아쉽게도 이번 채용에서는 둥둥님과 좋은 인연을 맺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기대하셨을 결과를 전해 드리지 못해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당사에 할애해 주신 마음과 시간에 고개 숙여 깊이 감사 드립니다.
앞으로도 둥둥님께서 멋진 커리어를 만들어 나가시기를 진심으로 기원하겠습니다.
또한 제출하신 개인 정보는 모두 폐기할 것을 약속 드리며, 추후 재 지원에 대한 불이익은 전혀 없음을 알려 드립니다.
A사 채용팀 드림
사실 결과를 보자마자 음... 예상한 결과군... 생각했다. 그래도 마음 한켠엔 기대했었는데 뭐 아쉽게 됐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내가 누구한테 인턴을 지원했다는 사실을 알렸더라..? 라는 생각이 바로 들었다..ㅎㅎ
인턴 서류지원할 때 자신있게 주변한테 얘기했던 기억이 바로 머리를 스쳤다... 그리곤 뭐 사실 신경안쓰겠지~ 하고 다음 생각으로 넘어갔다.
아니.. 왜? 느낌이 좋지는 않았는데 왜 이렇게 당연한 결과를 받은거지?
사실 지금까지 대학교도 수시로 들어갔고 인성 면접, 대학 집중 면접, 학회 및 동아리 면접을 경험하면서 떨어진 적이 없었는데 어떤 점이 문제가 됐을까? 라는 생각을 바로 한 것 같다. 근데 곰곰히 객관적으로 면접을 복기해보니 내 나름의 이유를 찾을 수 있었다:
1. 질문에 대한 대답을 즉각적으로 하려하여 논리정연 하지않고 정리되지 않은 상태로 스토리텔링 하였다.
2. 질문에 대한 시나리오 작성 및 여러 준비가 미흡했다.
3. 실패경험이 없는 내가 이 회사에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물론 다른 문제들도 많았겠지만 가장 큰 문제 세가지가 아닐까 생각한다.
1번, 너무 생각없이 말한 것이다. 나는 대학교 입시 준비를 할 때 "서류 뚫고 면접까지만 가면 떨어질 걱정은 안해도 되겠다~" 라는 얘기를 주변으로부터 많이 들었다. 키는 181이고 피부와 인상도 좋은 편이라 첫인상이 좋다는 평가를 받았고 무엇보다 임기응변 능력이 뛰어나다고 평가받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실제로 모두 경제학과로 지원한 중앙대와 서강대는 떨어졌지만 면접을 본 성대랑 연세대는 합격했다... 그래서 그런지 이번 면접을 앞두고도 자만하기도 했다. 그리고 이번 면접전에 준비가 부족한가? 생각은 들었지만 큰 걱정은 없었다. 왜냐면 그냥 임기응변으로 솔직하게 답변하면 되니까. 그러나 이런 부분이 면접을 볼 때 패인으로 적용됐던거 같기도 하다.
큰 질문과 이에 따르는 꼬리 질문에 즉각적으로 대답하려 하니 정리되지 않은 채로 논리정연한 답변을 할 수 없었다. 그리고 그 부분에서 나의 경험이 효과적으로 전달되지 않은 것 같다. 이번 경험을 통해 내가 나의 경험에 대해 답변을 할 때 배경지식이 아예 없는 사람에게 설명을 하는 부분에서 부족하다는 점을 깨달을 수 있었다. 시나리오를 작성해보지 않으니깐 어떤 부분이 상대방으로서는 이해하지 못할 부분인지에 대한 지식이 부족했던 것이다. 이러한 부분은 시나리오를 작성해보고 천천히 말하는 연습을 통해 극복하여야 할 것 같다.
2번, 준비가 미흡했다. 앞서 언급한 시나리오 작성에 대한 부분이 부족했듯이 내가 나의 경험을 정리하는 데에 힘들었다. 민망하지만 면접장에서 나의 경험을 정리하고 있는데 어떻게 합격할 수 있겠냐는 생각도 한다...ㅎㅎ A사에서는 내가 겪었던 다른 경험의 종류를 9개에서 13개까지 물어보았다. 그 만큼의 경험에 대해서 생각해본적도 없었고 특히 실패 경험에 대한 부분에서는 임기응변을 잘하는 편인 나도 함부로 말을 시작할 수 없었다. 정말 쥐어짜듯이 경험을 복기하면서 얘기하니깐 머리속에서는 왜곡도 생기고 확신도 없어지고 대환장 파티였다.
내가 겪은 경험에 대해서 정리해보고 남에게 나의 이야기를 해본다는 식으로 시나리오를 적어보는 것이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그리고 최대한 많은 경험을 끌고와서 힘들었던 부분이나 배운 점을 정리해놓자. 면접장에서 처음 생각한다면 말하면서 말리고 있는 자기자신을 발견할 것 이다.
3번, 내가 너무 귀하게 자랐나..? 마지막 이유는 나와 나의 어머니의 개인적인 망상(?)이 섞여있다ㅋㅋㅋㅋ
면접장에서 들은 이상한 질문은 "혹시 아버지가 뭐 하시는 분이신가요..?"라는 질문이었다. 내가 외국에서 살다온 경험이라서 그런 건지 모르겠으나 이런 개인적인 부분을 물어봐도 되나? 싶었다. 그래서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 솔직하게 다 말씀을 드렸다.
"아버지는 H자동차 계열사에서 임원이시고 외국에서 회사 법인장으로 계신다. 그리고 지금 내가 살고있는 집은 강남 대치동이다"
근데 이 대답을 곰곰히 생각해보니깐 이러한 백그라운드에 실패 경험까지 없으면 고생한번 안한 귀한 집 자제처럼 보이겠다... 라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면접관 분께서 블레이져까지 입고 왔다고 나를 귀엽게 보시듯이 웃으시던게 기억났다. 게다가 내가 맡을 일의 가장 큰 단점이 리서치만 하는 지루한 일이라고 설명해준 점을 생각했을 때 내가 생각해도 내 이미지와 회사가 맞지 않겠다는 생각을 했다.
나는 "이런 부분도 회사에서 신경을 쓸까?" 라는 생각을 했지만 어머니는 이 부분이 가장 큰 패인이지 않았을까라고 생각하신다. 왜냐하면 보통 어디살고 이런 부분에 대해서만 물어보는데 아버지가 어떤 회사인지 어떤 계열인지를 묻는 경우는 잘 없다고 생각하셨단다. 어쨋든 이런 사항에 대해서는 회사에서 추구하는 인재상을 파악하면서 준비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 그리고 나를 처음 보는 사람은 나에 대한 이미지를 오해할 수 있다는 점을 의식하고 면접에 들어가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전역한 다음 날 치룬 인턴면접은 처절하게 탈락했다. 하지만 최종면접까지 직접가서 면접관을 보고 짧은 시간도 아닌 90분 동안 면접을 해보는 경험은 배운 점도 많았고 나에게 큰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뿐만 아니라 거기서 음료수도 얻어 먹고 왔다고 스타벅스 쿠폰도 줬는데 뭐 할일없던 나한테는 이득이라고 생각한다. 이 경험은 언젠가는 큰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