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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양시의원 곽동윤 Jun 30. 2022

쓴다는 것 (by 박철현)

[독후감 같지 않은 독후감 2]  20210315

페이스북을 2011년 11월 즈음 수능을 마치고 스마트폰을 처음 사면서 시작했다. 그 당시까지만 하더라도 싸이월드가 아직은 숨을 쉬고 있었을 땐데 스마트폰의 보급과 함께 트위터와 페이스북이 뜨기 시작하면서 나도 싸이월드 다이어리를 버리고 페이스북이라는 시류를 따랐다. 지금 보면 이불킥 감인 뻘글을 많이 쓰기도 했는데 그때는 그런 생각을 아무래도 안 했으니 자신 있게 그런 글을 전체 공개로 올렸던 것 같다. 그렇게 ‘제2의 사춘기’를 보내며 군대에 입대했는데 당시까지만 해도 군대에서 핸드폰 반입이 금지되어 있었기 때문에 페이스북이 사실상 유일한 세상과의 소통 창구였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게 페이스북을 계속해서 잘 쓰면서 전역을 하고 2016년에 복학을 하고 보니 페이스북에 남아있는 동기, 선후배는 거의 없고 대부분 ‘인스타그램’이라는 것을 하고 있었다. 페이스북 계정은 비활을 하거나 삭제를 하고 인스타그램만 이용하는 지인도 많아져서 나 역시 자연스럽게 페이스북보다는 인스타그램을 이용하게 되었다. 아무래도 사진이 중심인 소셜미디어라서 글을 쓸 일은 별로 없었다 (물론 이때도 내가 찍은 정체불명의 사진과 허세 가득한 나의 한, 두 문장은 계속됐다). 그러던 중에 2016년에 촛불시위와 함께 탄핵 정국이 시작되었고, 원래 정치와 시사에 관심이 많았던 터라 ‘오피니언 리더’들의 글을 더 적극적으로 읽고자 페이스북을 다시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페이스북에는 한 번도 만나보지 못한 ‘페친’이 점점 늘어나고, 인스타그램에 쓰기엔 너무 부담스러운 수준의 정치나 종교 관련 글도 페북에는 편하게 남기게 되었다 (실친을 페이스북에서 다 지우기도 했다 ㅋㅋ). 그리고 아무래도 소셜미디어의 특성상 비슷한 성향을 지닌 사람의 글을 계속 보게 되고, 그런 사람끼리 댓글을 달고 서로 친구를 맺다 보니 ‘함께 아는 친구’가 많아졌다. 그러면서 페친 수 5000명을 채우는 ‘네임드’ 유저와 친구를 맺기도 하고, 친구 제한으로 친구 신청이 안 되면 전체 공개 게시글에 댓글이라도 남기면서 상호작용하는 재미를 느끼게 되었다.     


이러한 방식으로 페친 사이가 된 분 중에 한 분이 신작 “쓴다는 것”의 저자인 박철현 작가님이다. 정확하게 기억은 못 하지만 아마 원래 페친 중 누군가가 이분의 글을 공유하거나 '좋아요'를 눌러서 내 피드에 글이 떴던 것 같고, 글을 읽자마자 ‘이분 필력이 장난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어 바로 친구 신청을 하였다 (내 기억으로는 지난 총선 비례대표 뽑을 때 작가님이 지지를 요청했던 분을 내가 권리 당원으로서 찍겠다고 하면서 페친이 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ㅋㅋ).      


소위 ‘노가다’로 불리는 일을 하면서도 신문 칼럼은 물론 소설까지도 쓰시는 모습이 멋지면서도 신기했는데 그런 분께서 글쓰기에 관한 책, 그것도 제목부터 “쓴다는 것”이라는 신작을 내셨다고 해서 바로 구매하여 읽어보았다. 책이 아무래도 청소년을 대상으로 기획된 책이다 보니 얇은 편인데 오히려 그래서 쉽고 빠르게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     


길지 않은 내용에서도 여러 가지 감명 깊은 지점이 많았지만, 그중에 제일 중요하고 와닿은 한 가지만 얘기하자면 ‘꾸준히 글을 쓰는 시간을 가지라’라는 것이었다. 어찌 보면 너무 뻔해서 황당하다고 느끼는 사람이 있겠지만, 실제로 글을 쓰는 사람은 별로 없었던 것 같다는 점에서 (특히 글을 잘 쓰는 사람을 부러워하고 글을 잘 쓰고 싶어 하면서도?) 이러한 조언은 매우 실용적이라고 생각한다.     


책에 관한 내용은 달랑 한 문단만 쓰고 나머지는 내 얘기로만 주저리주저리 채워놓았으니 서두에 밝힌 “독후감 같지 않은 독후감”이라는 시리즈물의 정체성을 잘 유지한 것 같다. 그리고 사실 이렇게 책 한 권을 읽고 뭐라도 써냈다는 점에서 어찌 보면 이 글이야말로 “쓴다는 것”을 가장 잘 이해하고 받아들인 ‘반증’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글쟁이는 자기 글에 자뻑하는게 좋다고 책에서 그랬다. 아, 그런 내용이 아니었나??).   

  

원래 [주저리주저리]와 [가벼운 글쓰기]라는 주제로 작년부터 야금야금 글을 써보다가 게으름과 바쁘다는 핑계로 글쓰기를 미뤄왔던 나에게 “쓴다는 것”은 좋은 자극이 되었고 실제적인 도움도 받을 수 있었다. 글쓰기에 관심이 많고, 글을 잘 쓰고 싶은데 막막함을 느끼는 분에게 강력하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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