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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양시의원 곽동윤 Jun 30. 2022

약 2년간의 과외를 마치고 학생을 수능으로 내보내며

[가벼운 글쓰기 03] 191112

작년 2월 즈음에 과외 앱을 통해 고등학교 2학년 학생 한 명을 가르치게 되었다. 하지만 학생은 내가 원하는 만큼 열의로 열심히 공부하지 않았다. 영어 성적이 낮은 건 솔직히 문제가 아니다. 각자의 수준에 맞춰서 숙제를 내주는데 이렇게 해도 저렇게 해도 제대로 해 온 적이 없었다. 당연히 성적이 오를 리가 없었다.

      

과외 펑크 내는 것도 기본이거니와 한 번은 이런 적도 있었다. 학생 어머니한테 전화가 왔는데 “오늘 수업 몇 시에 끝내셨냐”고 물어보셔서 “오늘은 OO 이가 수업 못 한다고 해서 수업 다음으로 미뤘는데요?”라고 말씀드렸다. 애가 오늘 저녁에 영어 과외가 있다고 해서 마치고 저녁이나 사주려고 학원가로 왔다가 애가 수업이 끝날 때가 되어도 연락이 안 되어서 나에게 연락을 했다고 하셨다. 애도 문제지만 ‘엄마’가 느낄 상실감에 괜히 내가 다 미안해졌다.     


그래서 결국에는 7년(?)의 과외 인생 중 처음으로 내가 먼저 과외를 그만해야 할 것 같다고 얘기를 꺼냈다. 그런데 학생 어머니께서 ‘간곡하게’ 애를 좀 더 맡아달라고 부탁을 하셨다. 이 또한 처음 겪는 일이라 좀 난감하다고 느끼기는 했지만, 학생이 아니라 어머니를 위하는 마음으로 과외를 더 해보기로 마음먹었다.     


다행히 애가 고3이 되는 겨울방학을 맞이하며 정신을 좀 차렸는지 독서실도 다니고 인강 수강권도 끊어서 열심히 공부하는 것 같았다. 영어 숙제도 처음으로 내가 원하는 정도로 해오길 시작했다. 물론 여름방학 즈음에 또 “체대를 준비해보면 어떨까요” 오락가락했고, 나는 말렸지만, 결국 체대학원에 다니면서 공부 흐름이 좀 깨졌다.     


그런데도, 수업은 무난하게 진행이 됐고 (물론 내가 원하는 만큼 학생이 열심히 공부하지는 않았다 ^^) 오늘 드디어 마지막 수업을 끝냈다. 항상 떠나보낼 때는 아쉬운 마음이 들지만 얘는 더더욱 복잡미묘한 생각이 들었다. 학생의 자발적 공부 의지를 더 끌어내지 못한 나 스스로 실망스럽기도 하고 아쉬움이 들기도 한다. 한편으로는 이런 학생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어찌어찌 끌고 온 나에게 수고했다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이 아이를 가르치면서 항상 마음에 남는 건 아들을 생각하는 ‘엄마’의 마음이었다. 우리 엄마도 나에게 그러지 않았을까 생각이 들기도 하고, 내가 고등학교 때 그런 엄마의 마음을 몰라주고 막 대했던 거 같아서 미안하기도 하고 내가 더 잘하지 못해서 미안하기도 하고?      


여하튼 이제 날씨가 춥다. 수능도 이제 이틀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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