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면이 왔다.

我.

by NOMAD J

1시반, 3시반, 5시반.

반드시 잠에서 깬다.

알람을 맞춰놓은 것도 아닌데 매일 같은 시간에 자꾸만 눈을 뜨는 게 신기하리만치 이상하다.


어느 날은 바로 다시 잠들기도 하는데,

어느 날은 그게 또 어려워서 잠자리를 여기저기 옮겨다니기도 하고, 또 어느 날은 간식을 몇 개 주워먹고 배부름을 느끼면서 다시 잠든다.


영 못자서 사회생활에 어려움을 주는 정도의 불편함이 아니기에, ‘불면증’이라고 일컬을 만큼의 수준의 것은 아니라고 확신하지만, 종종 생기는 두통과 약간의 몽유 증상이 발현되는 것으로 보아(아침에 일어나보면, 창문이 활짝 열려있는데 창문을 연 기억이 전혀 없다) 어쨌든 내가 현재를 꽤 스트레스 상황으로 인식하고 있다고는 생각된다.


자타공인 ‘콜포비아’인 내가 가족구성원으로부터 오는 전화를 받아내야 하고, 해야하는 상황.

혼자만 있고 싶은 시간을 계속해서 가족에게 침범 당할 수 밖에 없는 환경.

마음껏 여행을 떠나거나 내 시간을 활용할 수 없는 답답함.

무슨 일이 언제 생길지 모른다는 긴장감.

이러한 상태가 얼마나 지속될 지, 언제 끝날지 전혀 알 수 없다는 모호함.


그리고. 그 무엇보다 이 모든 개인적이고 사소한 갑갑함이 죄스러워질 그 날이 생각보다 빨리 찾아올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아울러, 이 모든 상황을 그저 내 개인의 불편함에 더 집중하고 있는 내가 과연 ‘괜찮은 사람’인 것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자괴.

이 모든 것이 어쩌면 스트레스 상황이겠지.



아빠는 그 사이 담낭제거수술을 받으셨고, 전이가 진행되고 있다는 소견에 따라 2차 항암제로 바꾸게 되셨다. 자발적으로 머리를 미셨고, 1차 항암 때의 식습관이 전이를 키웠을지 모른다는 불안함으로 생식 위주로 식습관을 완전히 바꾸셨다.

그래도 세상에 대한 호기심은 그대로인지 정치인을 쩌렁쩌렁 욕하고, 좋아하는 트로트 프로그램을 챙겨보시고, 본인의지로 바꾼 채식 위주 식사도 직접 준비해서 맛있게 드시는 등 하루하루 무탈하게 지나가고는 있다.


그러나 누가 내 뒷머리를 잡아당기고 있는 듯 한 켠이 왜 이렇게 불편한지 원.


아빠보다도 나야말로

현명하게 건강하게 이 시기를 잘 겪어내야 할 것 같다.

누구나 다 이렇게 나처럼 이중/삼중적인 자아와, 현실과, 도리 사이에서 힘들어 하겠거니~ 나만 특별한 게 아니겠거니~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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