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사이 퇴사자가 20명을 넘었다. 아마 더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100명 조금 넘는 회사에서 한꺼번에 20명이 넘는 퇴사자 발생이라니, 뭔가 잘못되어도 단단히 잘못되었다.
회사는 두어달 전, 큰 결심을 했다며 사업장 하나를 폐쇄했다. 비용절감이 목적이라고 했다. 다만, 직원들을 어찌할 순 없으니 다른 지역 사업장으로 전출을 명령했다. 그 과정에서 퇴사자가 몇몇 발생했다. 더욱이, 그들이 전출을 갈 예정이던 그 사업장에선 무슨 이유인지 계속해서 인사권자들이 면담을 다니기 시작했다. 역시 그 과정에서 장기근속자 여럿이 퇴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분위기는 흉흉했고, 그 여파로 더더더 퇴사자가 속출하고 있다. 누구하나 뾰족하게 설명해주지 않았지만, 읽어낼 수 있다. 초반의 퇴사는 회사로부터 은연 중에 종용된 것이고, 그 뒤의 퇴사는 이딴 회사를 믿고 더 다닐 수 없다는 민심에서 비롯된 자발적 '제 살길 찾음'이라는 것.
나로서는 강 건너 불구경을 하고 있기는 하나, 남 일이 아니라는 것 쯤은 눈치채고 있다. 이제 내가 면담차례가 될지도 모를 일이다. 그만큼 나는 여기에서 "아주 쓸모 있"는 사람은 아니므로. 그럼에도 아직은 나에게는 쓸모가 남아있는 회사이니 굳이 내가 지금 여길 박차고 나갈 필요성은 느끼지 못한다.
얼마 전 들어온 직원 하나가 있다. 이상하게도 자라온 배경도, 얼추 느껴지는 취향도 비슷하여 빠르게 가까워지고 있다. 이 혼란한 회사 분위기 속에서 나는 그 친구를 보며 과거의 나도 저렇게 보였을까~싶다. 어쩌면 그 때 나의 선배들의 온 마음을 다한 격려와 칭찬 그리고 밥+술사줌이, 내가 저 친구를 바라보는 이 마음과 비슷한 것이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저 너무 화가 나요. 너무 화가 나서 손이 막 떨려요."
그녀는 분노하고 있다. 회사와 조직의 속성이라는 것에, 자신이 속한 이 회사의 부조리함에 대해, 본인은 이해할 수 없는 상급자의 리더십에, 그리고 동료의 무능함에. 더욱이 최고경영자의 변덕에 놀아나는 이 조직의 가벼움에.
늙어간다는 것, 좋게 말해서 경험이 쌓인다는 것은 점점 사람이 무신경해지는 것과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젠 그 분노가 "열정"으로 보인다. 부조리함에 맞서고 싶은 마음, 그 꼬라지를 보기가 너무 힘들면 튀어나가버리겠다는 각오. 그런 것들이 이제는 다 "젊음"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화가 나는 건 너무 이해해. 그렇지만 이 회사에서 당신이 취할 수 있는 게 뭔지 생각하고 그것만 취해. 어차피 조직은 바뀌지 않아. 우린 선택할 뿐이야. 이 회사에서 내가 취할 것을 취하며 좀 더 지내볼 것인가 아니면 나갈 것인가."
이딴 소리나 할 수 밖에 없는 내가 좀 멋없는 선배이기는 하다마는, 나로선 진심이다.
우린 그냥 여기에서 월급생활자잖아. 딱 그렇게 생각하면 좀 낫지 않겠는가.
나는 지금 세월에 몸을 맡기고 일어날 일은 어떻게든 일어나겠지 라고 생각하면서 대~충 흘러가는 중이다.
이렇게 되어버린 내가 좀 아쉽기도 하다. 분노와 같은 열정이 있을 땐, 뭐든 더 찾아내려고 노력하고 탈피하고자 도전했던 것 같은데.
이제 그냥 그런 월급생활자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내가 그 시절 그렇게 욕하던, 자기 삶 이외에 다른 것은 크게 고려하지 않는 그저 그런 선배들과 다를 바 없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