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감에 대해
자기를 사랑한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서점에 가보면 수많은 자존감에 관한 책들이 넘쳐 난다. 다들 나를 사랑해야 한다고 말하고, 그게 또 하나의 '스펙'이 되는 세상이다. 어떤 사람은 나를 사랑하기 위해 스스로에게 수백만 원의 명품을 선물하고, 또 그것을 인증하기 위해 SNS에 사진을 올린다. 언제부턴가 '자존감'이라는 단어도 식상하고 피곤해져 버렸다
사실 개개인의 성격이란 태어날 때부터 어느 정도 타고나는 것이라고 한다. 날 때부터 가만히 내버려 둬도 한 번도 엄마를 안 찾고 잘 지내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엄마 품에서 내려놓자 마자 귀신같이 알고 우는 아이가 있다. 이런 아이들은 자라서 주변의 자극에 굉장히 민감한 아이가 된다. 그리고 부모가 그런 아이에게 어떻게 대응해 주는지에 따라 세상에 대한 신뢰가 형성된다고 한다.
나는 사실 자존감이 매우 낮은 사람이었다.
공부를 열심히 해서 의대에 들어왔지만, 안타깝게도 내 삶이 내 의지대로 돌아간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 부모님께서는 공부에 있어서 만은 매우 엄격한 분이셨다. 지금이야 이 모든 게 나 잘되라고 하신 이야기라고 이해는 가지만, 부모님을 만족시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한때는 나의 낮은 자존감을 부모님 탓을 돌리기도 했었다.
하지만, 그런 수록 삶은 더욱더 공허해져만 갔다.
나에게 자존감이란 스스로를 <스스로에게> 증명하는 일이다.
자존감은 아무리 명품을 두르고, 좋은 차를 탄다고 올라가는 것이 아니다. 내가 아무리 좋은 옷을 입어도 스스로 생각하는 나에 대한 이미지가 바뀌지 않는다면 말짱 헛것이다
돈으로 산 자존감은 그때뿐이다.
5년 전부터 30분간 전화영어를 해오고 있다. 처음에 외국인과 영어로 대화하는 거 자체가 공포 그 자체였지만, 지금은 많이 편안해졌다. 여전히 외국에서 살다오거나 전문적으로 배우신 분들이 보기에는 한참 모자라지만, 5년 동안 꾸준히 무언가를 해온 자신이 매우 자랑스럽다. 처음 디지털 음원을 냈을 때도 마찬가지다. 내가 어렸을 적에 막연한 꿈으로만 생각했던 어떤 일을 했냈다는 기분은 너무나 짜릿했다. 그게 돈이 되는 일이 아니어도 말이다.
자존감이란, 어느 순간 획득하는 게 아니라, 꾸준한 노력을 통해 쌓아 올려가는 것이다.
때론 결과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나 자신과의 약속을 꾸준히 지켜 오는 것 만으로 나란 사람이 꽤 괜찮은 사람이라 느낄 수 있다. 내가 나를 통제할 수 있다는 느낌은 '자기 효능감'의 원천이 된다.
군의관으로 일하면서 많은 20대들을 보았다. 그중에는 정말 똑똑하지만, 스스로에게 너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면서 괴로워하는 아이들도 있었다. 나의 20대를 보는 것 같아서 각별히 더 마음이 간다.
"과거에 사로잡히지 마세요. ‘과거의 나’를 ‘불쌍한 나’로, ‘오늘의 나’를 ‘거짓된 나’로 설정하면 결코 ‘진정한 나’에 도달할 수 없어요.
-나를 아프게 하지 않는다- 전미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