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불안한 당신에게

자유로부터의 도피

by 키튼
인간이라는 불운한 존재는 작고 초라한 자신의 삶 둘레에 난공불락이라고 믿는 방벽을 쌓아 올린다. 그 안을 피난처로 삼아, 삶에 미미한 질서와 안정을 부여하려 애쓴다. 미미한 행복을 말이다.

-그리스인 조르바, 니코스 카잔차스키-


오래전부터 '자유'라는 말은 막연하게 좋은 의미로 다가왔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자유에는 책임이 같이 따른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자유도 책임도 없는 세상으로 도망가고 싶을 때가 많다. 그만큼 세상은 버거울 정도의 선택을 개개인에게 강요한다.


인간은 너무 나약하다. 나이가 들면 들수록 무언가에 의지하고 싶어 진다. 그래서 어떤 사람은 종교에 빠지기도 하고 술, 도박, 마약의 유혹에 빠지는 사람도 있다. 죽음에 더욱 가까운 나이일수록, '불안'에 대한 감수성은 점점 커진다. 세상은 도처에 위험이 깔려있는 거 같고, 나는 더욱 초라해진다. 나이를 먹는 것은 하루하루 나의 초라해짐을 견디는 일이다.


"혼자 있는 인간, 다시 말해 자유로운 인간은 언제나 패배하네. 모든 인간은 언제나 죽게 마련이고, 죽음은 가장 커다란 패배이기 때문이지. 하지만 인간이 철저하고 완전하게 복종함으로써 자신의 존재를 버리고 스스로 당이 될 만큼 당의 일에 적극적으로 나선다면, 그때는 불멸의 전능한 존재가 되네."

조지 오웰, <1984>


우리 부부는 아직까지 아이가 없다. 아이가 없는 것 가지고 부모님을 비롯한 많은 분이 걱정해 주신다. 고마운 일이지만, 때론 그런 시선들이 불편할 때가 많다. 우리나라에서는 각 나이 대에 맞는 숙제들이 존재한다. 그 숙제를 성실히 할 것인지, 안 할 것이지 개인의 자유라고는 하지만, '자유로운 환경'이라고 하기에는 외부 요인들이 만만치 않다. 하루에도 수십 번 고민한다. 내가 도대체 뭐가 잘났다고, 남들 다 낳는 아이를 안 낳고 주저하고 있는 걸까? 때때로 우리 부부의 삶이 이기적이라고 하는 분들도 있기 때문에 더욱 생각을 말하기 조심스러워진다. 무슨 문제 있냐고 물어보시는 분들께 항상 정중히 말씀드린다.


그냥 지금은 안 낳고 싶어요. 그리고 지금 행복합니다.


사실 부모님이 문제라기보다는 내 안의 불안감이 더 큰 문제일 것이다. 나도 미래를 알 수 없기 때문에 그냥 부모님의 의견을 따르고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나중에 정말 아이가 갖고 싶으면 어떡하지, 노력했는데도 안 생기면 어떡하지.


하고 싶은 말은,

그만큼 자유로움이라는 것이 마냥 좋고 행복하다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나의 선택에 대한 책임은 생각보다 무겁고 두렵다. 아이를 키우면서 행복해하는 친구들도 있고, 힘들어하는 친구들도 있었다. 아이 없이 사는 부부 중에 불행해하시는 분들도 있지만, 또 행복해하는 사람도 있다. 되도록 많은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려고 하고 있다.




다만, 온전히 우리 부부의 삶을 우리 둘의 의지로 결정하고 싶다.



나의 고민은 나의 것이고, 나의 고통도 나의 것이고, 나의 괴로움도 나의 것이다. 이 모든 역사는 나를 통해서 나라는 결과물을 만들어낸다.

항구적인 불안을 겪는 인간은 절대적인 과학과 진리를 추구하고 완전한 존재인 신에 의지한다. 하지만 이러한 영속적인 불완전이 있어 죽는 순간까지 각자의 방식으로 구원을 찾아 헤맨다. 그래서 인간은 아름다운 것 아닐까.”

-에리히 프롬, 자유로부터의 도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