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인프제(INFJ)들에게

언젠가는 방황의 시간들을 감사할 날이 올 거예요

by 키튼

우연한 기회에 MBTI 검사라는 것을 접하게 되었다. 그리고 내가 INFJ (이하 인프제)에 속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때까지는 MBTI를 그냥 <혈액형별 성격>, <별자리 별 성격>과 비슷한 맥락의 것으로 받아들였는데, 이것에 대해 공부하면 할수록 이론의 명료함과 통찰력에 감탄하게 된다.

MBTI에 의하면 모든 인간의 성격은 주기능과 부기능이 있는데 인프제의 경우 주기능으로는 내향 직관, 부기능으로는 외향 감정을 사용한다. 내행 직관은 인간에 대한 뛰어난 통찰력을 제공해주고 외향 감정은 타인의 감정에 공감하고 알맞은 반응을 잘할 수 있게 해 준다. 이런 장점도 있는 반면, 단점으로는 현실 감각이 부족하고, 항상 스스로의 독특한 시각으로 세상을 해석하고 바라보려는 경향이 있으며 완벽주의적인 성향이 있다는 것을 꼽는다.




사람들이 가장 신기해하는 건 인프제들의 통찰력일 것이다. 실제로 나는 ‘사람을 분류하고 관찰하는 것’이 모든 사람이 좋아하는 일인 줄 알았다. 조금 과장을 보태서, 어떤 사람을 만나면 그 사람이 어떤 류의 사람이고 앞으로 어떻게 행동할 것이라는 것이 1초 내로 인식된다. 그리고 나이가 들 수록 나의 예측이 정확할 때가 많다. 하지만 때론 나의 통찰력을 맹신해서 어떤 사람에 대한 선입견으로 귀결될 때도 있어서, 어떤 사람에 대한 판단을 될 수 있으면 유보하려고 하고 있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주기적인 우울감으로 힘들어했다. 자려고 누우면 드는 수많은 생각들로 밤을 새우기 일쑤였다. 스스로 저주받았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그 모든 것이 ‘나의 삶은 완벽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부터 비롯되었다는 걸. 그리고 그런 감정들은 음주, 폭식, 흡연(지금은 비흡연자이다) 같은 자기 파괴적인 욕구가 되었고, 방황으로 이어졌다. 인프제들은 모두 한 번씩 겪는다는 그 방황의 시간들 말이다. 예과 1학년이 끝나고 1년 휴학을 신청했었다. 휴학을 하면서 나의 우울함에 대해 주변 사람들과 대화를 시도해 보았지만, 항상 결론은 나의 우울함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이것이 나를 더욱 힘들게 했다. 어느 누구도 나라는 사람을 이해해 줄 수 없는 생각이 나를 더욱 지치게 했다. 그리고 그 방황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하지만 예전과 다른 점은, 그 방황을 좀 더 덜 자기 파괴적이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덜 괴롭히는 방향으로 하려고 노력 중이다.


유튜브들을 보면 수많은 인프제들이 자신의 채널을 열고, 인생을 살아오면서 느낀 통찰력에 대해 이야기한다. 세상이 참 좋아졌다는 생각이 든다. 나와 같은 생각과 고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고 필요하면 도움을 청할 수도 있겠다는 것을 빨리 알았다면 조금 덜 힘들었을까? 물론 지금은 지난 방황의 시간들을 감사하게 여긴다. 그런 시간이 나를 좀 더 단단하게 만들어 줬기 때문이다.


인프제들은 남을 도울 때 가장 행복함을 느끼는 사람들이라고 한다. 그리고 다행인 건 내가 다른 사람을 도울 수 있는 직업을 가졌다는 것이다. 실제로 학생 때보다, 의사면허를 받고 다른 사람을 돌보면서 스스로 많이 치유받았다고 느낀다. 안타까운 건, 이들은 여러 가지 성격 유형 중에 자살률이 가장 높은 유형이 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인프제들은 서로 유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인프제로써 하나 확실하게 말해주고 싶은 건 우리도 충분히 행복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다른 사람들에 비해 시간이 좀 오래 걸릴 뿐이다.



끝으로 당연한 말이지만, mbti를 맹신해서는 안된다. mbti에서 이렇다고 했으니 나의 인생은 평생 이런 방향으로 흘러갈 거야 하는 어리석은 생각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실제로 이 검사는 할 때마다 성격유형이 다르게 나오는 경우가 태반이다. 그렇지만 하나 인정해야 하는 건 스스로에 대한 더 깊은 이해를 도와주는 것은 사실인 것 같다. 그리고 그것이 나의 삶에 긍정적인 방향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것은 믿어 의심치 않는다.


mbti를 보면 항상 어떤 성격 유형이 있으면 장점과 단점이 같은 분량으로 빼곡하게 적혀있다. 이 검사 자체가 말하고 있는 것 같다.


“모든 인간은 불완전하고, 불완전하기 때문에 아름답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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