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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튼 Jan 01. 2020

삶과 꿈 #1

세계일주를 계획하면서 -프롤로그-

'꿈을 좇다 문득 정신 차려 보니 항상 거기에는 삶이 있더군요. '

                                                                                                                  -신사임당, 유튜버-


 유튜버 신사임당 님은 이전에 유명 방송국에서 경제 채널 관련 PD였던 분이다. 이 분이 자기 20대 시절 방송사 PD만 되면 모든 것을 이룰 거 같았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항상 끝인 줄 알았던 곳에 '삶'이 존재했다는 이야기를 했을 때, 크게 공감되면서 왠지 모르게 서글퍼졌다.

 

 이제 어느덧 서른 중반에 다다른 나이가 되어 버린 지금, 난 세계일주를 계획하고 있다. 나의 20대는 의대 공부와 레지던트 생활에 온 정성을 다 해야 했다. 물론 낭만도 있었지만, 다시 돌아가라고 하면 너무 끔찍할 정도로 힘든 시간들이었다. 그렇게 전문의가 되고, 의사 생활을 하고 있지만, 역시나 또 다른 시작이다.


 




 우리들의 '꿈'이란 얼마나 부서지기 쉬운 것인가?


 안타깝게도 나이가 어릴수록, 우리의 꿈은 많은 부분 판타지로 가득하다. 나 역시도 마찬가지다. 사명감으로 가득 찬 멋진 의사 '선생님'이 되고 싶었지만, 레지던트 때 마주친 현실은 시궁창이었다. 새벽 내내 걸려오는 전화, '피, 똥, 오줌'이 난무하는 응급실, 하루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가는 중환자실에서 나는 점점 화를 잘 내고, 성격 급한 부끄러운 의사 '나부랭이'가 되어갔다. 그렇다고 의사 됨을 후회하는 건 아니다. 그냥 나도 한낱 아픈 청춘이고, 앞으로도 영원히 고통받을 청춘들 중에 한 사람에 불과했다.

 





 그래서 나는 새로운 판타지를 찾아 떠난다.  


 늦다고 말하면 늦을 나이에 세계 일주를 계획하고 있는 이유이다. 나이가 들수록 실망하는 게 무섭다. 꿈을 꾸면 반드시 실망할 수밖에 없다는 세상의 이치를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꿈을 아예 갖지 않는 길을 택한다. 분명히 여행 내내 나는 나의 판타지가 깨져나가는 과정을 겪을 것이다. 그리고 여행은 또 다른 '삶과 일상'이 되어 나를 무감각하게 만들 것이다. 하지만 그 모든 과정이 바로 살아있다는 증거이고, 아직은 젊다는 증거 아닐까? 그렇게 또 어리석은(?) 도전 하나를 더 시작해 보려 한다. 내 이야기가 누군가에 좋은 자극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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